-
-
성경 왜곡의 역사 - 누가, 왜 성경을 왜곡했는가
바트 D. 에르만 지음, 민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나같은 경우, 영화를 고를 때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의 영화평을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영화를 고르는 나름대로의 나만의 취향이라면, 되도록이면 평이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영화를 고른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호평이나 극단적인 악평만을 받는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보지 않는다. 양 극단 모두 나에게는 취향에 맞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건진’ 영화가 몇 편 된다.
내가 이 책을 고른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알라딘의 마이리뷰를 읽어 보니, 말 그대로 극단의 평이 서로 엇갈려 있었다. 어느 분의 경우 별점을 만점인 5개를 준 반면, 어느 분은 별점을 1개(차라리 ‘벌점’이라 할 만한) 주었다. 이보다 더 첨예한 극단을 어디서 만나랴?
결과적으로, 이 책은 말 그대로 건진 보물이었다.
이 책은 그동안 신약성서를 읽어 오면서 품어왔던 많은 의문들에 대해 희미하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 주었다. 가령, 어느 복음서에는 나오는 장면이나 말씀들이 다른 복음서에서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등등의… 이러한 모순들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한때 교회를 잠깐 다닐 때 전도사로부터 신약의 4복음서는 흔히 말하는 共觀의 관점에서 씌어진, 공관복음서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전혀 공관적이 아니란 말이다. 각 복음서의 기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른 복음서를 참조하기도 하고, 특히 실체가 드러나 있지 않은 ‘Q문서’라는 것에 크게 의존했다는 것을 이 책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또한 그것의 변천 과정도 각 사본들의 철저한 대조 및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되짚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가장 많은 관심이 갔던 요한복음(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구이다)의 경우는 이단인 그노시즘의 색채가 너무 강해 정경 채택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요한복음이 정경 채택에서 탈락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는 요한복음을 1945년 나그함마디에서의 대사건과 같은 극적인 발굴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물론 이같은 가정도 요한복음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 언젠가 빛을 보게 될 날을 기다리며…….
몇 년 전 출판된 ‘예수는 신화다’란 책이 기독교 관련단체의 압력으로 인해 절판되었다고 들었다. 평소 이같은 주제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기에 다행히 절판 이전에 사서 읽어볼 수 있었다.
이같은 맥락에서라면, 이 책도 조만간 ‘예수는 신화다’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한국 개신교의 축자영감설과 성경무오설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기를 원하는 독자들이여, 절판의 칼날이 그 위에 떨어지기 전에 빨리 구입해 읽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