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소포클레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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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비극이 아직까지 전해져 여전히 우리를 매혹하고 열광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리스 비극에 담겨 있는 세계관, 삶과 죽음, 운명에 대한 통찰이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2,400여 년 전, 말그대로 인류의 지적 유년기에 이토록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씌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당시 그리스는 Marx의 말대로 너무나 ‘조숙했던 유년기’였나 보다.

  그리스 비극의 영웅들은 항상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들은 바로 플라톤적 의미에서 하나의 Paradeigma이다. 따르고 싶은, 닮고 싶은 영웅이 많다는 것은 삶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그리고, 그리스 비극 또한 인류에게 주어진 크나큰 정신적 선물이다. 아마 인류가 존속하는 한 그리스 비극은 영원히 읽혀지고, 무대에 올려져 인류에게 정신적 위안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스 비극은 꽤 오래 전 현암사(?)에서 나온 두 권짜리 책으로 접한 기억이 있는데, 전집은 아니었다. 가령 이 책에 실린 7편의 작품 중 「아이아스」와 「필록테테스」, 「트라키스의 여인들」은 읽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 찜찜한 기분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소포클레스를 전집으로, 그것도 천병희 선생님의 원전 번역본으로 읽게 되어 너무 뿌듯하다.

  개인적으로 천병희 선생님의 그리스어 및 라틴어 원전 번역본을 수집(?)하고 있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변신이야기』, 아폴로도로스의 『그리스 신화』, 『명상록』, 『노년에 관하여․우정에 관하여』, 『아나바시스』, 그리고 이번에 산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을 소장하고 있다. 천병희 선생님과 더불어 플라톤 원전번역으로 유명하신 박종현 교수님의 번역본도 얼마전 『법률』을 구입함으로써 현재까지 나온 건 다 사 두었다. 물론 『법률』은 아직 읽지 않고 모셔두고만 있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말썽꾸러기 천재소년이 오랜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연 연주회 장면에서, 어릴 적 자기를 피아노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던 선생님(엄정화)께 바치는 인사말이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인사를 천병희 선생님께 바치고 싶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아직 이 책을 접해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책을 읽다가 발췌해 둔 대사들을 소개한다.

“지혜로운 자에게 지혜가 아무 쓸모 없는 곳에서 지혜롭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테이레시아스.
“올바른 사람은 세월만이 드러내 보여주지만, 악당은 단 하루면 알아볼 수 있는 법이니까요.” -크레온.
“키는 큰 편이었고… 생김새는 당신과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 -이오카스테, 라이오스의 외모를 묻는 오이디푸스의 질문에.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 신탁에서처럼 꿈 속에서도 어머니와 동침했으니까요.” -이오카스테.
“아아, 그대들 인간 종족들이여, / 헤아리건대, 그대들의 삶은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노라. / …그러니 불행한 오이디푸스여, 내 그대의 운명을 거울 삼아 / 인간들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않으리라!” -코로스.
“그러니 항상 생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기를 지켜보며 기다리되 /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마시오. /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 코로스. 「오이디푸스 왕」.

“사랑이여, 싸움에 지지 않는 자여, / 사랑이여, 재물을 결딴내는 자여, / 너는 처녀의 부드러운 볼 위에서 밤을 / 지새우는가 하면, 바다와 들판의 농가들 사이를 헤매는구나. / 불멸의 신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 하루살이 인간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며, / 네게 잡힌 자는 미쳐 날뛰는구나.” -코로스.
"그러나 이제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잃으셨어요. / 한 인간이 사는 낙을 잃어버렸다면, 나는 그를 / 살아 있다고 생각지 않고 산송장으로 여기니까요.” -사자.
“오게 하라, 오게 하라! 내 운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 나타나 / 나에게 마지막 날을 가져다 주게 하라! / 최고의 운명이 오게 하라, 오게 하라, / 내가 더 이상 다른 날을 보지 않도록!” -크레온.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이라네. / 그리고 신들에 대한 경의는 / 모독되어서는 안 되는 법. / 오만한 자들의 큰소리는 그 벌로 / 큰 타격을 받게 되어, / 늘그막에 지혜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네.” -코로스. 「안티고네」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할나위 없이 / 좋은 일이지만, 일단 태어났으면 / 되도록 빨리 왔던 곳으로 가는 것이 / 그 다음으로 가장 좋은 일이라오.” -코로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비록 그가 내 적이긴 하지만 저는 / 사악한 미망에 빠져든 그의 불행을 동정합니다. / 그의 운명이 내 운명으로 여겨지니까요. / 내가 보기엔,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환영이나 / 실체 없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 오뒷세우스.
“고귀한 사람이라면 명예롭게 살거나, 명예롭게 죽어야 해.” -아이아스. 「아이아스」

“보라, 소녀들이여, 오래된 예언의 / 신성한 말씀이 얼마나 갑작스레 / 우리에게 이루어졌는지! / 그 말씀에 따르면, 달수가 / 다 차서 열두 번째 해가 지나면 / 제우스의 친아들의 노고들도 / 끝날 것이라 했는데, / 이제 그 약속이 확실히 이행되었구려. / 눈을 감고 햇빛을 보지 못하는 / 사람이 어떻게 죽고 난 뒤에도 / 힘든 노고의 짐을 지겠어요?” -코로스
“…그러니 누군가 이틀 또는 / 그보다 많은 날들을 미리 내다보려 한다면, /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오늘을 / 무사히 넘기기 전에 내일은 없으니까요.” -유모. 「트라키스의 여인들」

“너는 풍성하게 차린 식탁과 사치스런 생활을 실컷 / 즐기려무나! 하지만 나에게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이 유일한 양식이 되게 하렴.” -엘렉트라, 크뤼소테미스에게.
“죽는 것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 죽고 싶을 때 죽지 못하는 것이 괴로운 법이니까요.” -크뤼소테미스, 엘렉트라에게. 「엘렉트라」

“아아! 신들의 계략이여! / 아아 가혹한 운명이 주어진 불쌍한 인간 종족이여!” -코로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나 말솜씨만은 빈틈없이 교활한… 테르시테스” -필록테테스.
“신들의 처사를 존중하면서도 신들이 나쁘다는 것을 / 발견하게 된다면, 이런 일을 나는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며, / 어떤 점에서 신들을 찬양해야 하는 것이오?” -필록테테스.
“오오, 죽음이여, 죽음이여 내 너를 날마다 / 계속 부르거늘, 어째서 너는 오지 못하는 게냐?” -필록테테스.
“나는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오. / 올바르고 착한 사람이 문제가 되는 곳에서는, / 그대는 나보다 더 경건한 사람을 보지 못할 것이오.” -오뒷세우스, 필록테테스에게.
“그러니 그대들은 함께 먹이를 찾는 두 마리 사자처럼 / 서로를 지켜주도록 하시오.” -헤라클레스, 필록테테스와 네옵톨레모스에게. 「필록테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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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사 모을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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