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잠시 우리 엄마를 소개하자면, 김미숙 씨는 김반장 같은 사람이다. 무엇이든 해결해주고 뭐든 척척 잘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그 존재만으로 든든한. 그런 캐릭터가 엄마다.
손수 만들어 내는 음식들도 놀랄 정도다. 그 증거로 우리 집에는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기계가 있는데, 요구르트 만드는 기계, 두부 만드는 기계, 홍삼 달이는 기계, 아이스크림 만드는 기계가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렇게 뭐든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거라면 직접 만들어 가족들에게 해먹인 세월이 30년이다.
요리뿐만이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새마을금고에서 일하다가 결혼 후에는 화장품 가게를 차려 운영하기도 하고, 각종 부업, 베이비시터, 폐백 음식 출장서비스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활발하게 일해 온 사람이다. 어떤 것이든 배우면 해내는, 요즘 말로 '만능캐' 같은 사람이다. 엄마는 나라면 절대 해내지 못할 것들을 해냈다. 자식을 둘이나 돌보면서 거기에 죽어가던 아빠를 살려낸 것도 우리 엄마, 김미숙 씨다.
그런 사람이 자신은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면서 씁쓸해하다니. 마음이 무거웠다. "내게도 재능이 있었을까?"라고 말하는데, 짠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순간 구구절절하게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를 설명하려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엄마가 혹시 배우고 싶은 거나 관심이 가는 거 있으면 뭐든 배워봐~ 인생 길잖아. 백세시대인데!"
애써 웃으며 말을 넘겼다.
"그래 맞아. 근데 다 늙어서 배워 뭐하나 싶고……."
엄마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어쩌면 나이가 들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과 생각은 계속 이어지는 거겠지. 그러면서 엄마도 이제야 자기 자신을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것 아닐까 싶어서 반갑기도 했다.
"이제 다 늙었는데 뭐, 그냥저냥 사는 거지." 대신 엄마의 일상에도 호들갑을 떨만한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자식 뒷바라지, 남편 챙기는 일에서 벗어난 지금, 무탈하게 하루를 끝냈다는 안도감보다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그런 일상을 엄마도 누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p.168~171 ''김반장'을 소개합니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