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라고요, 곰! 책가방 속 그림책
프랭크 태슐린 지음, 위정현 옮김 / 계수나무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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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의하는 건 나

왜 이 그림책을 이제야 알았을까요?

여운이 길게 남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권하고픈 그림책

<곰이라고요, 곰!>입니다.

<곰이라고요, 곰!>의 표지 속 곰은

이상하게도 숲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일하고 있네요.

곰이 어째서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기러기 떼가 남쪽으로 날아가고

단풍잎이 떨어지면 겨울이 옵니다.

곰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따스한 굴 속에 들어가

편안하게 겨울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곰이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사람들이 숲을 없애고 공장을 지어요.

곰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공장 한가운데에서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때 곰에게 다가온 공장 감독은

곰에게 당장 일을 하라며 윽박지르고,

곰은 나는 곰이라는 항변에도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

라며 전혀 말을 들어주지 않아요.

곰은 공장 감독, 인사과장, 부장, 상무, 부사장, 사장을 차례로 만나지만,

그들은 모두 곰을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라며 일하기 싫어하는 일꾼으로 보지요.

심지어는 동물원과 서커스의 곰들마저 이 곰을 곰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결국 곰은 일꾼들 틈에 끼여 일을 하게 돼요.

곰 아래에서 뿌듯한 표정으로 악수하는

관리자들의 모습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은 문을 닫게 되고 갈 곳 없는 곰은 정처없이 떠돌다 굴을 발견해요.

하지만 자신은 곰이 아니라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이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굴 앞에서 하염없이 눈을 맞아요.

추위와 외로움에 떨던 곰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아늑한 굴 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요.

여느 곰처럼 말이죠.



#곰이라고요,곰!은 그 내용을 인정받아 만화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https://youtu.be/r9SvFebLZeo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 있죠?

<곰이라고요, 곰>을 읽으며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았어요.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개발

곰이 겨울잠을 자는 잠깐 사이에

숲은 황폐화되어 공장으로 변해버립니다.

예쁜 꽃들과

높게 솟은 나무들이 빽빽했던 숲은

검은 연기를 뿜어대는

똑같이 생긴 공장만 줄지어 있는 이 곳에서

흔적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어요.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며

푸른 숲과 파란 하늘은 점점 사라지고

이젠 빌딩 숲과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곰은 숲 속에 남아 있는 굴 덕에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렇게 환경파괴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동물원과 서커스단의 동물들

좁디 좁은 우리 속에 갖혀

철창 밖 인간들에게 조롱당하는

동물원의 동물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위험천만한 외발 자전거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단의 동물들을 보며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성 상실

책을 읽는 내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생각났어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기계처럼,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나사를 조이는 일만 반복하는

노동자는 결국 인간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일을 하는 일꾼들,

곰을 결국 다른 일꾼과 똑같이 만들어버리곤 악수를 나누는 공장관계자들을 보며

각자의 특징과 특기는 무시한 채

사람을 기계 부품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시대의 씁쓸한 황금만능주의를

느낄 수 있었어요.

도둑맞은 정체성

곰은 끊임없이 자신이 곰임을 얘기하지만,

모두가 곰을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

라고 합니다.

결국 곰조차 자신을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

로 여기게 되죠.

성별, 성적, 외모, 인종, 재력 등...

반복되는 타인의 편견어린 시선과

고정관념으로 만들어진 틀에 갇혀

아이들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나를 정의하는 건 나만이 할 수 있어

추위에 벌벌 떨던 곰은 결국 스스로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아늑한 굴로 들어가 행복한 겨울잠을 보내게 됩니다.

다음 봄에 또 굴 밖이 공장이 되더라도

이젠 자신이 곰임을 잊지 않을 거예요.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닌,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건 나 뿐이에요!

이 책의 첫 출간은 놀랍게도 1946년 입니다.

75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수 많은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를

만들고 있다는 게 씁쓸하네요.

우리 아이는

틀로 찍어 낸 공장의 부품이 되지 않도록,

거짓 선전과 고정관념에 위축되지 않도록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겠습니다.

<곰이라고요, 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후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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