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네 찜질방 스콜라 창작 그림책 48
민승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혜> <제법 빵빵한 날들>에서 사랑스러운 그림과 글을 선보였던 민승지작가님이 신작을 내셨어요.

오랜 기간 이어진 코로나로 얼어붙고 지친 마음을 따스히 녹여줄 위로가 될 그림책 <오리네 찜질방>이랍니다.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리네 찜질방으로 향하는 채소들이 다 어딘가 상해있어요.

지친 표정, 굽은 등, 군데군데 상한 몸에서 쌓인 피로감이 느껴지네요.

고단한 매일을 보내며 피곤이 누적되어 상해가는 우리들 처럼 채소들도 저마다 힘든 일이 있었나봐요.

그치만 걱정없어요!

매 겨울이면 오리가족이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채소들의 몸과 마음을 노곤노곤 풀어줄 오리네 찜질방을 열거든요.

빠-밤!

할머니, 며느리, 아들, 손녀, 손주 다섯 오리들이 각자 맡은 일을 척척해내며 찜질방 문을 열었어요.

아직 기저귀를 차는 막내의 담당은 "귀여움"!!

머리에 삐쭉 솟은 새싹까지 정말 귀엽죠?

오리네 찜질방을 찾은 손님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개성넘치는 손님들의 모습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랍니다.

대추 대가족은 갈색으로 쪼그라져버린 할머니, 반쯤 갈색이 된 어른 대추들, 아직 푸릇푸릇한 아기 대추들이 왔어요.

머리가 하얗게 센 콜리플라워할머니와 초록브로콜리 손자, 몸에 칼자국이 가득한 깍두기 아저씨들(ㅎㅎ) 등등 그림을 자세히 살필 수록 재미가 배가 된답니다.

어린 채소들과 아기 오리는 벌써 친해져서 와다다다 온 찜질방을 뛰어다니고 있네요^^.

다음에는 엄마아빠와 함께 오자고 하다가

함무니랑만 오는 것도 좋다는 브로콜리 손주의 속깊은 말에는 저도 찡-했어요.

아이와 온종일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하러 나갔을 엄마아빠,

혈기왕성한 손주를 따라기기엔 힘에 부칠 할머니와 같이 하며 조금은 일찍 철들어버린 손자지만 그렇기에 더 단단히 영글 것 같네요^^.

동생이랑 싸우고 난 후 동생이 태어나기 전 엄마와 단 둘이 찜질방에 왔던 기억을 떠올리는 형 피클.

한증막에서 나온 반죽 아주머니들의 3살은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듣고

'나도 세살 어려 져 다시 아기가 된다면 엄마가 나를 예전처럼 예뻐할 텐데...'라며 한증막으로 들어가요.

몇 십년간 첫째로 살아오고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입장에서

형피클도 아직 어린 아가인데...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받던 예전을 떠올리며 세살만 어려지고 싶다는 이 대사가 얼마나 가슴 아프던지...ㅠㅠ

부모는 자식 모두를 사랑하지만...

자식입장에서는 형제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나누는 것 같아 슬프고, 서운해서 외동이었다면... 할 때가 있지요.

형제는 나의 가까운 친구이자 조력자지만, 엄마아빠의 사랑을 뺏기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경쟁자이기도 해요.

저도 동생과 서로 엄마를 차지 하겠다고 참 많이 싸웠었는데...

이제 내 아이가 그런다면 어떤 말로 마음을 감싸줘야 할까요?

고민이네요.🤨

형 피클을 애타게 찾던 가족은 꼬질꼬질 해져서 나오는 형 피클과 눈물의 재회를 했어요.

싸우고 나면 꼴도 보기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싸웠냐는 듯 찹쌀떡처럼 붙어 있는 게 가족이죠!

책에는 이 말고도 겉바속촉한 깍두기 아저씨들, 같이 익어가는 고구마 부부 등 다양한 채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작가님의 따스한 일러스트로 이 책에 담겨 있었어요.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반질반질해져서 나가는 손님들.

다들 얼굴엔 윤기가 좌르르, 몸 뿐만 아니라 얼어붙었던 마음까지 노곤 노곤해진건지 따뜻한 대화가 오고 가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처음 들어올 때의 그림과 비교해보고 다들 어떻게 변했는 지 찾아보세요^^.

오래 이어진 코로나는 즐거워야 할 연말과 새해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었어요.

춥지만 주위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며 포근했을 겨울이 거리두기와 경계로 인해 아예 얼어붙어버린 것 같아요.

하지만, 어려운 이 시기도 나에게 <오리네 찜질방>같이 휴식처가 되어주는 소중한 것들과 함께라면 곧 끝날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찜질방에 다시 마음놓고 갈 수 있을 그때를 기다리며...<오리네 찜질방>과 올 겨울을 포근하게 보내보세요^^.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후기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