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되자! 내 생각 만드는 사회 그림책
요헨 틸 지음, 라이문트 프라이 그림, 이상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세상에 네가 하지 못할 일이란 없어!

자신 있게, 마음껏 보여 주자!

출판사 책소개

일상 속에서 여자라면 지겹게, 혹은 너무 자연스럽게 세뇌된 그 말들을 이용해서

통쾌한 펀치를 날려주는 젠더 그림책 <여자가 되자!>입니다.

젠더교육을 해야하는 건 알지만,

아이에게 교육을 해야하는 '나'부터 너무 많이 그런 말들을 듣고 자라서

나도 모르게 젠더교육에 반하는 생각과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곤 하죠.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었고, 내 자신의 행동을 반추할 수 있었답니다.


저 고등학교 땐 12반 까지 있었는데, 4반만 이과반이고 8반은 문과반이었어요.

여자들은 수학을 못하니 이과를 가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만연했죠.

이과를 갈까 고민하던 아이들에게 같은 여학생끼리 '이과가서 경쟁할 수 있겠나' 라며 말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뇌과학적으로 남자가 수학적,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고 여자는 언어적, 인지감수성이 뛰어나다는 글도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성별에 따른 뇌차이보다 성적 고정관념과 편견이 훨씬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여자는 겁쟁이고 용기가 없다는 말도 정말 공감이었어요.

'여자는 유순해야해.'

'여자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얘기해서는 안돼.'

이런 말들 때문에 여자들이 스스로를 틀에 가두고 그 틀 밖으로 나가는 행동을 하기 두려워 하는 거 아닐까요?

틀을 깬 여자가 나서면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여자애가 왜이렇게 나대냐'

라는 소리 듣기 일쑤죠.

'요즘은 여자애들이 기가 쎄서 남자애들이 치여~ 불쌍해~'

정말 사회에서 이제 여자가 더 대우받는 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나 혹은 내 아들이 여자들한테 밀릴까봐 먼저 여자들 기를 죽여놓으려고 하시는걸까요?

이때까진 남자만 내(내 아들의) 경쟁자였는데 여자들까지 신경쓰려니 괜히 손해보는 느낌을 받는 건 아닌가요?

​                         

<나의 첫 젠더 수업>

<선량한 차별주의자>

도 꼭 읽어보셨으면 해요.

선량한 차별주의자야 워낙 베스트셀러고...

나싀 첫 젠더 수업은 청소년을 위한 성평등 책인데,

두 책 다 읽으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랍니다.

젊은 여자가 숏컷치면 꼭 듣는 말

'왜 남자애같이 머리를 잘라왔냐'

'남자같다'

제 머리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ㅎㅎ

여자남자가 싸우다 보면 꼭

'아 여자들은 너무 감성적이야. 논리적으로 말하면 더 삐져서 그냥 달래줘야해.'

살면서 보니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감성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여자에 국한된 이야기일까요?

양비론으로 가자는 건 아니지만, 분노조절장애는 어떤 성별이 더 많을까요?

살면서 제가 지켜본 사람들은 '성별'차이로 '감성적이냐 논리적이냐'가 나뉘는게 아니라

'사람'차이였어요.

직장에서 동료분들과 회식가면 꼭 나오는 말

'남편 밥은 어떻게 해? 애들 밥은 어떻게 해놨어?'

결혼하니 남편가족들, 친척들, 심지어 우리 가족들까지 하는 말

'남편 밥은 잘 챙겨 먹이고 있나'

저 밥해주려고 결혼한 거 아니거든요?

이렇게 대답하면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니 남편 밥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억울해?'

그럼 어렵지도 않은 일 본인한테 하라고 하세요... 별...

내용 중 정말 일부만 들고 왔는데,

어떠세요?

나는 이런 말과 행동을 무심결에 하고 있진 않았나요?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관계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하게 표현가능해요.

그림이 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

글에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그림에 그려놓은, 글과 그림이 서로 상호보완하는 경우

그림과 글이 반대로 가는 경우

등등이 있어요.

이 그림책 같은 경우는 그림과 글이 반대로 가는 경우죠.

글과 대조되는 그림에서 더 많은 걸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제가 가져온 본문말고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많답니다.


딸이 있으시다면 꿈을 가지지 말라고 얘기해주세요.

라디오스타에서 박지윤 아나운서가 한 말이예요.

박지윤은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악플러에게 시달렸다고?”라고 묻는 폴킴에게 “악플도 기준이 다 다르다. 자기한테 유난히 상처가 되는 게 있는데 저는 아이들이 그렇다. 워킹맘은 일도 가정도 완벽하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 자괴감에 시달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지적할 때 가장 약점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윤은 출장이나 해외 촬영을 가면 “애기들이 불쌍해요”, “애는 누가 보나요”, “엄마 사랑이 한창 필요할 땐데”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고 밝혔다. 이에 분노한 박지윤은 악플러에게 “혹시 딸이 있으시다면 절대 꿈을 가지지 말라고 얘기해주세요. 어차피 꿈이 있어도 나중에 애만 키워야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절대 자녀분에게 꿈을 가지지 말라고 해 주세요”라고 일침을 가했다고.

이어 박지윤은 “말로 싸워 이길 자신은 있지만 그렇게 대응하다 보면 예민하고 화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자분들이 네티즌과 설전이라는 기사를 쓴다. 그래서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소통, 설전 중이다”라고 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부당한 말에 대꾸하면 예민한 사람, 설전이 되는 세상.

저는 살면서 크게 성차별을 당한 적 없고, 대학도 여초였으며 직장도 여초예요. 상사 중엔 다른 직종에 비해 여자도 많은 편 입니다.

하지만, 승진에 성별로 인한 큰 차별을 두지 않는 직종에서, 동료 중엔 여자가 훨씬 많은데 관리자는 남녀 비율이 반반이란 것은

승진 시스템은 공정해도, 가정에서 여자가 가사와 육아를 거의 독박하고 여자가 애를 보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회의 시선때문에 승진을 포기하는 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가 살면서 크게 성차별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자잘한 건 셀수도 없으니)

성평등을 외치면 안되나요?

내가 당한 일이 아니면 공감하고 힘이 되어주면 안되나요?

그게 올바른 사회일까요?

원래도 성평등교육에 관심이 많았지만,

딸을 임신하고 나서는 우리 딸아이가 나랑은 다른 유리천장이 없고 성별만으로 편견을 가지는 사회에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꼭 많은 사람이 읽어봤으면 하는 그림책이예요.

내가, 내 아이가

사회가 정한 통념에 따르는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따르는 여자가 되었으면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