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무서워 풀빛 그림 아이 63
강소연 글,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받고 책 제목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아이의 아주 어렸을 적이 생각났다. 

우리집 아이가 무서움을 알게된 시점은 아장아장 걷게 되던즈음, 천방지축으로 위태롭게 걸어다니며 이것저것 만지고 싶어할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았던 시절이였다. 막무가내 아이의 행동을 단번에 효과적으로 멈추게 하기 위해서 써먹었던게 내 빈곤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아랫집 할아버지>다. 

자꾸 뛰면 아랫집 할아버지가 “이놈” 하고 올라온다!!!

말을 듣자마자 미친 망아지마냥 뛰던 아이가 그자리에 멈춰 동태를 살피며 에너지를 미처 발산하지 못해 꼼지락거리던 앙증맞은 발가락이 생각난다. 이후로도 아이는 한살을 먹을때마다 무서워하는 대상이 다채롭게 변해갔다. 엄마인 나는 카시트가 갑갑해 하는 아이에게 <경찰아저씨>가 최고로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켰으며, 가게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싶어할때는 <가게 주인 아저씨>를 극악무도한 괴물로 변모시키기도 했다.  

이제 협상이 오고가는 6살이 된 아이에게 가장 무서운건 산타할아버지다. 엄마 아빠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제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 **스마트폰으로 전화해 너가 필요한건 오로지 “양말”이라고 말해버리겠다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순한 양이 되어버린다. (** 여기서 스마트폰이란 아이에게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화) 묘사를 하기위해 엄마란 사람이 만들어낸 디테일)

이렇게 책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이책은 글이 거의 없고 그림이 대부분인 시리즈물이다. 넌(안)작아. 내거(아니)야. 그리고 난 (안)무서워 까지..아이서부터 느끼는 양가의 감정들을 인정하는 현명한 방법을 유머러스하게 전하는 아이들 책이다. 게다가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 옆에서 추가 설명과 아이가 좋아하는 맞춤 효과음을 넣을 수 있는 책인 관계로 우리집 아이의 성향에 맞추어 읽어주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처음 읽어준 그날 밤, 나는 무척이나 반성을 했다. 아이를 재우며 참 재밌는 책이네, 내일 또 읽어주어야지, 라는 첫번째 생각이 꼬리를 물고 결국 아이가 무서워하는 대상 전부를 내가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아웃>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더라도 거기에 “무서움” 이라는애는 없지 않은가. 결국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무서움”이라는 걸 아이에게 주입시켜 내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끔 도모해왔구나. 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나는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은 내리 여러번을 읽어달라는 아이의 성화에 못이긴 어느날, 나는 책 마지막에 두손을 벌리며 “와 무섭다”를 외치는 털복숭이 두마리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순간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오랫동안 아이의 무서움을 이용해왔던 나의 이기심을 이겨 낼 작은 용기를 주는 장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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