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재택근무의 한계부터 교실의 재발견까지 디지털이 만들지 못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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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나와 동거인은 재택근무, 아이는 원격수업으로 세 식구가 집에서 삼시세끼 24시간 붙어있던 팬데믹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줌으로 수업받는 아이의 뒤통수를 약 1년째 지켜보던 때, 어느 날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달받은 링크로 접속한 날. 나는 초등학생의 원격수업에 적나라한 실태를 목도하게 된다.

줌속에 보이는 예준이 얼굴만 고정으로 확대해 놓고 50분 동안 애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실소가 끊임없이 나왔다. 수업 시간 내내 자신 손에 들려있는 연필과 지우개를 끊임없이 쥐어뜯던 예준이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때는 오로지 애가 하품하고 있었을 때뿐이었다. 한편으론 당시 재택 중이었던 나도 연속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진이 빠졌는데 초등학교 3학년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에 이해 가기도 하다가 차라리 이럴 바에야 시골에 가서 홈스쿨링이나 시키는 게 모두에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충동이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아마 코로나가 몇 년 더 지속되었다면 실제 실행에 옮겼을 것 같기도 한데 어찌 된 일인지,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 직전 아이는 학교로 돌아갔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하고, 있어야 고장 난 시계가 하루에 두 번 맞는 것만큼 타이밍을 맞춰 신명 나게 일을 할 텐데, 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은 슬그머니 호기심이 식어버리는 이상한 변태 심보 때문인지 이 책이 유독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뜨겁다고
핫하다고 떠드는 세계를 바라보며 저 속도를 따라잡기엔 나는 이미 글렀다는 체념도 한몫을 했을 테고, 아직도 전자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는 나는 어쩌면 아날로그 인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회사와 학교, 쇼핑 그리고 도시 생활, 문화생활, 대화 휴식 등 7개 테마로 나누어 디지털이 야기한 변화 속에서 인간다운 미래는 어떻게 만들기 위해 각자 어떠한 고민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그중 나는 학교에 대한 테마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아무래도 지난 팬데믹 시절 예준의 원격수업을 옆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바를 저자가 가감 없이 지적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학습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관계라는 점을 꽤 군더더기 없이 강조한다.

디지털 교육에서 결여된 것은 바로 보살핌이라며, 지난 팬데믹 시절 우리 아이들이 놓친 것은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사회적 관계, 교사의 보살핌(여기서 보살핌은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를 뜻함)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학습은 결국 정서적인 부분이 결정적이라 온라인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정서적 학습을 학습 지도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증거를 여러 세계 석학의 코멘트를 빌어 강조하던 교육과 안녕감의 연결성!

‘안녕감’이 없으면 학습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다. 소극적으로는 우리 집에 살고 있는 5학년 아이에게 ‘안녕감’을 선사해 주고 싶다는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던 그 일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안녕감’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이 만능이 되어버린 것 같은 세계에서 디지털과 AI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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