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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구효서 장편소설
구효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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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여고 땐가 국어쌤 한분이 윤동주 시인이 저항 시인이 아니고 민족 시인은 더더욱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 ‘시‘ 라는 운문에는 관심이 없어서 기냥 그랬다.
이책을 읽으며 여태껏의 윤동주는 내 속에 박제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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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조광희 장편소설
조광희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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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책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소개를 읽었을 때만 해도 별 기대를 안했습니다. 다른 분야에 계셨던 작가님들의 소설이어서요. 대충 읽으려고 했는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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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특별판)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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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김연수 작가가 1997년에 발표했던 작품을 2010년에 다시 써서 펴낸 책이다. 앞에 나왔던 책을 읽지는 못했기에 얼마큼의 변화가 있는지는 알 길이 없고, 기본 골격은 그대로 하고 다시 썼다고 한다. 시간은 쉬지 않지만 그 시공간을 넘어선 여전히 남아있는 흔적들이 놀라웠나보다. 어쩌면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문득 발견한 여전히 남아있던 그 무엇을 다시 쓰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은 여러가지 형태로 몸을 바꾼다. 화분의 작은 이파리, 처음으로 날아오르는 갈매기,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울던 시절의 나… 그렇게 시간이 사라진 자리에는 고통과 즐거움과 슬픔과 행복이 남았다.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시간은 그 형태를 달리할 뿐, 어떤 식으로든 우리 안에 보존되고 있었다. (65쪽)”



이야기의 시작은 재현과 나의 중고 음반 거래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 부분은 좀 지나야 나온다. 비틀즈와 비틀즈의 노래 7번국도, 7번국도라고 이름지워진 장소와 사건과 사람들, 7번국도 언저리에서 만난 단편들과 기형도, 세풀투라 그리고 다양한 음악과 노래들이 마치 주인공 같다. 수많은 음악과 음악가들이 나오지만 생전 처음 듣는 이름들이라서 이야기를 따라잡는 것이 좀 힘들었다. 일일히 찾아보고 같이 느끼고 싶지만 부지런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럼에도 젊은 작가가 선택한 소재의 광대무변함과 해박함이 이 길지 않은 소설의 멋과 맛이다.



1인칭 화자 소설의 말하는 사람인 ‘나’는 실직한 PD이다. 이래저래 여유있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중간 쯤에 가면 돈이 떨어진다. 덕분에 영화진흥공사의 창작 시나리오 공모에 투고하고 당선도 된다. 기중 작가가 쓰는 작법론? 비슷한 것이 맘에 꼭 들어서 한 번 옮겨보자면 이렇다.

“......서점에서 여러 종류의 시나리오 작법서를 사와서는 밤마다 캔맥주를 마시며 읽었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건 한 가지뿐이다. 세상 모든 일들은 그 무엇이든 단 한 가지만 알아두면 충분했다. 예컨대 취직한다는 건 돈을 벌기 위한 목적 하나뿐이다. 사명감을 가지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첫번째 직장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셈이다). 책을 읽을 때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내게 와 닿은, 단 한 가지만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이따금 아르바이트로 잡지사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내가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거의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만화책을 보듯이 작법서를 읽어치웠다. 여러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역시 한 가지 작법만 머리에 남았다. ……. 거기에는 한 신에 하나씩 반드시 필요한 대사를 공들여 창작해 내되, 그밖의 나머지 대사들은 누구라도 쓸 만한 것들로 채우라는 충고가 나와 있었다. 그 사실 하나를 마음에 새겨두고….”(103쪽)



대한민국 지도상 7번국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살펴봤더니 여전히 존재하고 이 소설 덕분에 문학기행도 다녀가는 그런 곳이란다. 한 권의 소설이, 내 조국의 국토 한 모퉁이에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고 살찌운다니 이런 걸 일러서 문학의 힘이라고 한다지 아마.



소설을 읽는 내내 비틀즈가 불렀다고 얘기하는 108번째 싱글 <Route 7(7번국도)>의 노랫말이 궁금했다. 보통은 중간에 검색을 해봤을텐데 이번에는 왠일로 끝까지 미루었더니 마지막 장의 ‘덧붙이는 말’에서 깨끗이 해결됐다.

“여기에 나오는 비틀즈의 싱글은 제가 아무리 찾아봤지만 이 세상에는 없었습니다. 혹시 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길. 대신에 그밖의 음반들은 모두 존재합니다.”

있지도 않은 비틀즈의 노래 ‘7번국도’가 우리들의 주인공들에게 주는 이야기는 선물과도 같다. 입추가 지난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떠난 자전거 여행길, 사람들과 장소들은 현실과 이상의 낮꿈이고 영원과 순간의 노래이다.

......

“캬아, 거 존 노랜데. 지도 불법으로 들었다 아입니꺼. 지는 빽판으로 들었습니다. 그 노래 때메 이 산골 만디에 처박히서 선생질이나 하고 있다 캐도 과언은 아닐 낀데, 그 노래 들어보만 그래 말하지예. 7번국도에만 가면 모든 기 다 잘될 기라고, 그게 다 이십 년도 더 전의 일이라예.”



“진짜 그 노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가요?”

……

“…… 그게 아니고 나도 대학생 때 무전여행하다가 7번국도에 홀딱 반했던 기라. 그래갖꼬 대학 졸업하자마자 일루 도망쳐왔부렀으니까 우리 아바이 오마니 마음고생 마이 시켜드렸지. 그런데 말입니다. 그 노래가 다 헛끼라예, 여 와가 이십년을 넘게 살았는데. 되는 기 하나도 없다 이 말입니다. 아무리 멀리 와봐야 세상은 다 똑 같은 기라예. 그 노래 얘기하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애처러운 마음도 들고 그라네예. 우짠 맘을 먹고 이래 여행을 시작했는가는 모르겠지만, 나처럼 그런 생각은 애저녁에 버리삐는 게 좋을 끼라예. 삶은 우야든둥 지금 여게 있는 거지, 어데 멀리 있는 게 아닌 기라예.……(96쪽)”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에서 한 여자, 세희에 대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을 그것도 흥미롭게도 신비롭게도 곱게도 예쁘게도 보여주지만 두 남자 즉 나와 재현에 대해서는 좀 인색하다. 나는 실직한 전직 PD이고, 재현은 밴드 음악을 좋아하고 마음이 여리고 예리한 만큼이나 입이 거칠다. 실연을 당한 재현은 죽을려고 맘먹고는 '나'에게 비틀즈의 음반 <7번국도>를 팔았다. 죽기가 그리 쉽나, 못죽고(?) 맘이 변했다며 다시 사겠다고 싱갱이를 하면서 시작된 '그해 봄'부터의 이야기가 자전거 여행과 더불어 왔다갔다하면서 회상조로 전개된다. 마흔 개의 짦은 이야기들 제각각이 완성된 한 편의 시와 짧은 소설의 무게감이 있다.



마지막의 부제인 <짜장면>은 '사랑하는 세희에게’로 시작해서 "1996년 8월 7일 처음 쓰고 2010년 12월 24일 옮겨적다, 사랑하는 우리들이"라는 맺음말이 참 좋다.



소설 속 시나리오 투고가 당선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나’는 기쁘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그 일이 내 인생을 몇퍼센트나 바꿀지 생각했다. 그때 생각으로는 한 삼십 퍼센트 정도? 지금 돌이켜보면 백 퍼센트였다. 그런 식으로 나는 내 인생에 대해 그릇된 예측을 많이 했다"(150쪽) 흐르는 물에 두 번 손을 담글 수 없듯이 글을 쓰던 ‘나’ 와 그 이후의 ‘나’는 이미 긴 다리를 지났다. 그럼에도 1년간이나 공을 들여서 이 소설을 다시 썼던 마흔 살의 작가에게 스물 일곱 살의 모습도 내재해 있음을 확인하는 새로운 자전거 여행이었으리라.



책을 읽고나서는 표지를 한참 읽었다(?). Martyna Adela 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인가보다. 배경은 유럽의 어느 거리처럼 보인다. 동쪽에서 햇살이 떠 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이른 여름의 아침처럼 보인다. 차림으로는 남자와 여자인 듯해 보이는 두 젊은이가 도로의 한중간에서 배낭을 옆에 둔 채로 자고 있다. 머리를 동쪽으로 했으니 해가 뜨는 것도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자고 있는 바로 오른쪽 도로변에는 HOTEL의 표지판이 보인다. 바로 옆에 편안한 숙소가 있지만 거리 한복판에 드러누워 잠을 자야했던 사정이야 상상의 문제이지만 이들에게서 우리들의 주인공들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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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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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버글란드와 패티 에머슨, 리차드 캐츠는 대학에서 만났다. 두 남자와 한 여자는 친구와 연인이고 부부이다. 그들의 조부모와 부모, 자식들 그 사세대의 사람들이 추구했던 자유와 그 만만찮은 댓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있다는 그 '자유'라는 물건(개념)은 '구속'과 '속박'의 다른 말이 아니다.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고 그 자유가 방종과 만나서 낳은 자식들은 도처에서 감당되지 않는 고민거리들로 넘친다. '자유를 선용하라'는 오랜 격언과 충고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그 자유를 얼마나 선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월터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생을 마친 아버지 탓에 평생 술을 마시질 않는다. 수재였기에 응당 하버드에 가리라고 했지만 낡은 모텔을 운영하는 엄마를 돕기 위해서 전액장학생으로 고향인 미네소타에서 대학을 다녔다.
패티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정치가 엄마 사이에 네 남매의 맏이이고 농구선수로 날린다. 엄마가 단 한 번도 자신의 경기를 보러 와 주지 않았음에 내내 화가 나서 일찌감치 분리 또는 독립을 선택했다. 단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월터와의 결혼과 함께 전업 주부가 되었다. 남매 제니퍼와 조이에게는 헌신적인 엄마, 이웃들의 눈에는 따뜻하고 유쾌한 주부였음에도 딸과는 소통이 안되고 아들이 이웃집 코니와 깊은 사이가 되면서 냉소적이고 신랄해졌다.
리처드 캐츠는 롴커이고 감당이 불감당인, 곤란할 정도의 자유인(?)이지만 친구 월터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부모가 없다시피 했던, 가족도 롤모델도 없었던 그에게 월터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을 갖도록 했던’ 유일한 사람이고 월터의 엄마는 그에게도 엄마였음에 틀림없다.
읽는 내내 기중 공감되는 것이 가족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오해 부분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잘 해 보겠다는 것이, 잘한다는 것이 어찌 그리 죄다 상처로 연결되는겐지. ‘그게 아닌데, 내 맘은 그게 아닌데’를 암만 중얼거려봐도 방법이 없거나 모르는 이 요상한 말과 말의 격돌? 아니 향연? 이런 문제는 일상다반사이고 받은 만큼이나 돌려주었을 것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반대로 받은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면 새삼 벌렁거리고.
형제와 자매, 친구는 인생에서 처음 만나서 끝까지 가는 라이벌이 아닐까.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보면서 자신의 행복을 실감한다’고 하지만, 이 말은 세계로 넓혀도 될 것 같다. 부모, 형제와 자매, 친구들이 내 삶의 척도였음을 놀래면서 바라보는 것은 동서양와 고금의 차이가 없다. 뉴욕 출신인 패티는 미네소타의 대학으로 가면서 가족들과 확실한 금을 그었다. 월터와 별거중에 아버지의 장례식, 엄마와 동생들, 친척들간의 분쟁 그 와중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자신이 행운아임을 깨닫는다.
월터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그 또한 한참을 지나 실패한 삶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어쩌면 아버지를 꼭 닮은 늙은 형을 만나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가를 실감한다. 결국 패티와 월터의 눈금이란 것이 내 가족, 부모와 형제라는 주관적인 척도였다.
패티의 엄마 조이스는 유태인임을 숨기려고 떨리는 목소리를 갖게 되었지만 정작 그녀의 아들 에드거는 자신의 혈통이 주는 반사급부를 챙기기에 열심이다. 손자인 조이는 ¼인 유태인 혈통을 새삼 의식하고 가문에 없던 보수주의자 공화당원이 된다. 소수이지만 확실한 어드벤티지와 프리미엄을 누리는 미국내 유태인의 힘이다.
친구 얘기를 뺄 수가 없다. 월터에게 리처드, 월터의 아들 조이에게는 조나선이 있다. 학생시절 리처드는 월터의 여자친구들에게서 월터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온갖 헛점을 찾아내서는 꼬장을 부려대었지만 기중에 예외가 패티였다. 오갈 데 없는 리차드에게 호숫가 별장을 빌려주고 일도 준다. 평생 갖어보지 못했던, 친구 부부의 가정적인 삶 옆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은 음악성도 대중성도 인정받고 자신의 세계를 확보하지만 이런 겉보기와는 달리 월터와 리차드는 질투심과 경외감이라는 애증으로 뭉친 사이다.
조이와 조너선도 대학 기숙사에서 만났다. 다들 가족들을 떠나왔고, 자신들과는 좀 더 뛰어난 듯한 누나들이 있다. 둘이 주고받는 온갖 대화들은 월터와 리차드의 그 시절을 그대로 보여준다. 피차의 성품과 기질로는 가족이라면 참을 수 없지만 친구라서 가능한. '내'오랜 친구를 돌아보면 바로 그 모습이다.
우리는, 나는 자식들을, 부모를 얼마나 오해하고 있을까. 월터의 아버지 진의 장례식에 400명이 넘는 조문객이 왔다. 아들에게는 반가웠던 아버지의 죽음이었지만 400명이 넘는 조문객이 왔던 것을 보면 아버지 진에게도 아들 월터로서는 알 수 무엇이 있었던가보다. 패티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왔던 흑인들과 소외계층들, 그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이들의 얘기들은 그녀 또한 아버지를 다시 생각케하는 기회였다.
‘거울을 보면 몇 년 전만해도 저의 큰형님 얼굴이 보이더니 요즘은 갈수록 저의 선친의 얼굴이 보입니다’하는 내 또래의 술회를 들은 적이 있다. 조이는 돈에 관심없는 부모와는 달리 일찍부터 돈버는 일에 발군이다. ‘돈을 거저 번다’라고 할만치. 고지식하고 청렴한, 좋은 사람이었던 아버지를 낙심, 의기소침하게 했던 아들이었지만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 아버지와의 평생 대결에서 졌음을 받아들인다. 부모의 역할과 삶, 그 운용 방식을 수긍함으로 자신의 속에서도 그 모습을 만들어간다. 맘이 놓이는 순간이다. 월터와 패티는 그 정도의 자격은 있는 사람들이다.
패티와 리처드는 오랜 시간을 지난 다음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서야 알게 된다. 그 둘이 진정 사랑하는 이는 바로 월터인 것을. 별거 상태가 6년을 넘기던 10월의 추운 저녁 패티와 월터가 화해하는 부분은 참 따뜻하다. 패티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에서 자신감을 찾고 만들어가는 세계는 바로 나의 그것처럼 여겨진다. 연락두절이었던 리차드가 보내준 솔로 음반에는 '월터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첫 곡의 제목은 '두 자식도 좋지만 무자식이 상팔자'이다. 울며 욕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오르는 월터를 상상해보자.
작가가 궁금해서 돌아다녔더니 인터뷰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의 서술 방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그들이 “주제로 다루는 이슈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자신의 책에서 하고 싶은 일은 이들 이슈들을 주제로 삼는 것이다. 거기에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인간의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이런 걸 다루고 싶어하지 않는다“ 는 얘기에서 소설을 읽는 내내 푸근했던 열쇠가 있었다. 동세대 미국 작가의 글에서 공감을 일으키는 현실과 상황, 대화들에서 발견된 사람과 삶의 실체라고나 할까.
소설의 첨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소도 사람도 다른, 이웃들의 수다는 이 긴 소설을 멋과 맛이다. 패티와 월터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장치이지만 어찌보면 집중을 방해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말로 703쪽이니까 영어로는 800쪽이 넘을 분량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니 참 기분이 좋다. ‘사양산업(김연수)’라는 자조도 있지만 글쟁이도 책벌레도 건재함의 증거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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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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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76년 여름,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몬트리올 올림픽 체조 경기에서 루마니아라는 이름의 나라를처음 들었다. 나디아 코마네치와 함께.

전종목에서 보여준 그녀의 몸짓들을 뭐라부를 수 있을까. 강철과도 같고 나비와도 같았던. 네 종목 모두에서보여주던 동작 하나하나가 이후의 선수들에게는 고전과 경이의 넘사벽이 되었다. 방송 중의 하나운서와 해설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하아!’하던 경탄이 지금도 기억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얼굴에서 살짝 드러내던 깜찍한 미소를어찌 말로 다.



2차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기울면서 루마니아의독일인들은 졸지에 전범이 되었다. 결과는 ‘나치에 의해 파괴된 소련의재건을 위해’ 17세에서 45세의 독일계 남녀주민들은 빠짐없이 징발해서 소련 강제수용소 유형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5년간. 일인칭 화자 레오는 17살, 러시아행의짐을 싸면서 이 소설이 시작한다.



처음에 ‘랑데부’라는 단어가 자주나온다. 공원과 수영장에서 행해지던 남자들간의 밀회를 뜻했다. 각자의이름이 아닌 별명으로만 불려졌던 것을 알게 되면서 아연해졌다.

‘…수용소를 가기 직전은 물론 귀향해서나라를 떠났던 1968년까지도…’ 발각되면최소한 5년형이고 혹독한 심문을 받은 다음에 교도소에 가고 강제 노역을 당하다가 돌아오지 않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위였다. 날마다 다짐을 해도 이틀을못 넘기고 공원과 수영장을 배회하는 우리들의 주인공 17살 레오.

‘나는… 열일곱 살이면 떠날 때가 되었다고생각했다. 그것이반드시 러시아행이어야할 필요는 없었지만, 너무나쁜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내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나는 뒹구는 돌에도 눈이 달린, 골무 같은 소도시를 벗어나고싶었다. 그래서 두렵다기보다는 은근히 조바심이 났다. … 나는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싶었다’.



‘수용소 일상의 세세한 묘사’와 귀향이후 60년을 포함한 64개의 소제목과 서술은 과거 시점이다. ‘루마니아의 전체주의적인 과거를 회상시키는 강제추방이라는주제는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금기였다.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수용소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오갔다. 그마저도늘 암시에 그쳤다”. 이소설은 작가의 동료가 수용소 세대란 걸 알게된 2001년에서야 시작되었던 대화의 기록이고 현장의 증언이다. 인물들의 이름 정도는 바꾸었겠지만 실상이야그대로 기록했다고 한다.



루마니아라는 다시 시야에 들어온 것은 80년대의 독재자 차우세스쿠와 함께였다. 그가 북한의 파파김과 의형제를 맺었다,하는 글을 읽고서는 너무 너무 놀랬다. 우리의 강철 나비가 북한의 파파김과 쌍벽을이루는 “미친 독재자”와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니.

그후로도 루마니아에 관해서는 들리는소식은 죄다 울적하기만 했다.

옛날에는 트란실바니아로 불렸고 드라큘라백작의 고향이었다는데 그즈음은 경찰국가였다.

차우세스쿠의 아이들로 불리는 고아들이 있었다. 그들이 그들에게서 부모를 앗아간 정부에서 온갖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 길러졌다,는 그 모질기가 짝이 없는 그 일가가 유혈혁명으로 사라진 이후에는 그 치하의 측근들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는 등이었다.



강제수용소와 차우세스쿠 체제 루마니아인들의삶이 근본 다르지 않았다. 코마네치에게조차 궁핍했던 잠잘 것과 먹을 것, 해외활동의 금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했기에 고도의 집중력과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한 체조 훈련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 소설의 작가 헤르타 뮐러 또한 정부의 강도높은 검열아래서만 작품 활동을할 수 있었다. '트렁크'라는 단어가 탈출을 뜻하기에 사용할수 없었다는 것을 믿기가 어렵다. 유형지에서도돌아온 고향에서도 레오가겉으로는 ‘무덤덤한사람’이 되었던 것처럼 그 치하에서는 표정을 숨겨야만 했을 것이다. 강제 유형을 겪었던 어머니와 나치 친위대였던 아버지, 그들에게 닥친 독재치하에서 마치 자신의 목소리에 놀란 듯이 침묵 속으로 숨어버렸다고 한다.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는 그 침묵의 무게를 더 숨길 수가 없었기에 글로라도밖에 말할 수 없었으리라.



가족과 친척, 이웃들은 길 떠나는 레오에게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지만 수용소의 굶주림과 함께 다 사라졌지만, 그날 밤 어둠 속에서 집을 나설 때 할머니가 해주셨던 한마디가 마지막까지의 힘이 된다.

“넌 돌아올거야”

유형지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할머니(그녀 또한 아들을 시베리아로 보냈다)가 주었던 하얀 비단 손수건도 그와 함께 한다. 이 부분이 우리네 삶의 한부분을 고민하게 한다. 공기 중에 흩어진 듯한 할머니의 한마디와 하얀 비단 손수건의 무게를 가늠할 길이 없다.



돌아온 그에게 가족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묻지도 않고궁금해하지도 않는다. 17년을함께 했음에 지금도 함께 하지만, 유형지 5년의 경험과 공백은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법을 잊게 했다. 그사이에 태어난 동생에게는 증오에 가까운 맘이 들지만 그것도 어찌해야할 줄 모름에서 오는 감정일 뿐이다. 때로는 거리에서 수용소 동료들을 만나지만, 다정한 인사라도 하고 싶지만서로를 피한다. 그시절을 공유한 동료애가 왜 없을까만 필연 떠오를 그 야만과 오욕의 시대를 견딜 수 없었을 터이니.



삼촌의 도움으로, 그것도 수용소에서 터득한감각 덕분에 직업도 갖고 결혼도 했지만 여전히 행해지는 ‘랑데부’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어느날 ‘뻐꾸기’와 ‘침대테이블’이 체포되자 탈출을 결심한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고모의 가짜 초청장을 만들어 허가를 받는다. 부부가 함께 외국 여행을할 수 없었기에 아내와 루마니아를 함께 떠났다.



어느 모임에 갔다가 루마니아에서 왔다는분의 얘기를 듣고 놀랐다. 꽃을 선물하는 자신들의 문화가 이곳 키위들에게는 오해를 산다 하길래, 그 차우세스쿠의 나라가…, 하는 맘이 앞섰다.

코마네치조차 걱정했던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아이들이 느닷없이 고아가되는 일들이, 어두운밤 거칠게 두드리던 비밀경찰의 우왁스런 주먹질들이 지난 얘기로만 불과하기를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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