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박범신 이란 이름은 35 년 전인가, 모 조간 신문에 연재 되었던 소설 <풀잎 처럼 눞다> 와 동의어로 여겨진다. 매일 출근과 함께 그 면 부터 펼치곤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무렵의 감수성이랄까 감성이랄까 이렇게 이름 붙일 수 있는 감정과 함께 오버랩되곤 한다.
재미있게도 이후 이 작가의 글을 그리 열심히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서 읽은 그 소설에서 받았던 첫사랑 류의 글과는 졸업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어쩌면.

이 책은 (쉽게 말하면) 가출한 아버지의 자기 발견을 얘기한다. 작중 주인공 선명우는 49 살인 추운 겨울 길거리의 소금 부대를 실은 행상 트럭과 그 트럭을 생활의 방편이자 터전으로 밖에 삼을 수 밖에 없었던 한 가족(이라고 불러도 될 지 모르겠다만)을 만난다. 그 남자 또는 운전수 또는 남편이 언덕 아래로 떨어지며 내지른 비명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통에 찼던 목소리를 듣는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아침 졸업장과 함께 아버지의 부고장을 받았던 이후 아득히 잊혀졌던 그의 부친 선기철의 음성이었다. 이후 사흘간의 비몽과도 같고 사몽과도 같았던 시간이 주어졌다. 자신을 돌아 보고 그 스스로 또는 누군가로 부터 주어졌던 자신의 궤도를 벗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페이지 149)
그가 오랜 세월 가슴 깊이 간직했던 사랑은 오직 한사람 세희 누나였다. 물론 세희만큼 그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그들 이야기의 말미에서 내가 알고 있던 박범신을 다시 만났다.
생산성과 경쟁을 떠난 삶은 어떻게?
선명우가 찾았던 그 삶이 결국은 그가 일구었던 (비록 그가 원했던 결혼이 아니었을지언정) 가정과 삶을 버리고 또는 떠나면서 얻었거나 선택했던 삶이어서 약간은 씁쓸하다.
누군들 꿈꾸지 않았으랴...

작품 속에 나오는 배롱나무는 나도 참 좋아하는 나무인데 지금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는 볼 수가 없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그 고고한 자태가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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