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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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

이 책은, 수년 전 어느 날 내게 다가온 책,
어쩌면 내가 직접 찾아나선 책.

생선,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가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라는 의미로
FISH MAN, 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때

나도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생각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태어나 처음 샀던 기타 가방에 FISH MAN이라는 글귀와 함께
잘 그리지도 못하는 물고기 그림을 그려 넣었고
일기를 쓰고 맨 마지막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는
휘날리는 글씨체로 피시맨, 생선남. 이라는 글귀를 새겨넣었다.

어쨌든, 당신덕분에
이 세상에 아이슬란드라는 춥고 외로워보이지만
그 속에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있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곳에서의 삶과 시간과 순간들이
글과 사진들로 기록되어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던 그곳을
꿈꾸게 하였다.
매일 매순간 그곳에 내 두발이 닿는 꿈을 꾸고있으며
이루기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곳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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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 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언제 읽어보아도 좋은 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충고 혹은 조언을 했을 땐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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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건 기억으로 살아가는 것일 테고 꾸준히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사랑한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깐.
우리가 함께한 순간은 세월이 될 거야.
지금에도 또 먼 훗날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건 지나간 시간들일 거야.
넌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많을수록 사람은 잘 살게 돼 있다는 걸 나는 믿어.
나이가 들면서는 현실을 지탱하는 저울보다 기억을 지탱하는 저울이 말을 더 잘 듣게 돼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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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를 입 안에 굴리고 있으면, 데이트 전에 애써 만진 머리를 한순간
헝클어뜨리며 스치는 한 줄기 상쾌한 바람 같은 게, 마음 한구석에서 숨길 수 없는 작은 떨림 같은 게 느껴집니다.
여행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연인이고 동경이며 로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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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속으로 빨려들어간 페이지.
잠시 눈을 감았고, 컴컴한 어둠속에서 초록색 오로라를 본 것만 같은 기분.
내가 만나게 될 초록색 빛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만나게 될 지.

숨이 너무 - 찬 -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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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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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음........ 우리가 여행에서 얻는 건 기념사진이나 기념품이 아니라,
어쩌면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여생을 버티게 해줄 추억의 보관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당신의 질문에 답이 되었을까요?
어쩌면 제가 나이가 더 들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하다보면 여행을 하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저의 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비록 1년반이나 늦었지만 당신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당신도 이런 제 이메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물론 당신만의 여행도 의미도 찾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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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글.
당신이 그토록 바라고 원하는 그곳에 가닿길 바란다면,
주저 말고 떠나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도, 많지도 않고
당신의 끝은 항상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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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라 중 하나다.
아이슬란드는 이름만으로도 특별하지만, 그렇다고 일 년에 크리스마스가 두 번 있거나
UFO를 자주 볼 수 잇는 그런 미스터리한 곳은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아이슬란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화산 지형이나 하루에 수십 번씩 바뀌는 날씨, 북극고래,
빙하가 녹아 만든 거대한 피요르드, 오로라, 손으로 직접 짠 아이슬란드 스타일의 울 스웨터,
그리고 여름 한철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미드나잇 선셋과, 겨울철의 다크 데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아이슬란드는 그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었고,
운율은 불규칙하지만 소리내서 읽으면 너무도 아름다운 시 같은 곳이었고,
잠들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는 곳이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날아가버리는 곳이었고,
태초의 지구의 모습과 종말 후의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우리가 아는 시간이라는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는 시간 밖의 텅 빈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여러 생을 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며,
북극 찬바람을 맞아 두 볼이 빨개진 수줍은 여인의 미소처럼 오래오래 따뜻했던 것이다.
그곳은 내 여행의 끝, 종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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