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지혜 (미니북)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엮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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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 대한 글귀가 주를 이루는데 읽으면서도 참 타인과의 관계는 귀찮고 복잡한거구나 싶었다. 결론은 그런거였다. 남에게 내 속을 내보이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숨기지도 말며 은근히 내비쳐야하는데 여기에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커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자랑을 해서도 안되고 남 욕도 하지 말고 충분히 베풀고 좋은 사람을 내 곁에 두려 애쓰라는 내용이다. 다 맞는 말인데 엄청 어렵고 조금 두렵기도 했다. 차라리 내가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집순이 스타일이면 괜찮겠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자주 만나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광범위하고 깊이는 들쭉날쭉이다. 깊이 있는 인간관계가 없는 것은 아닌데 얕은 관계인 사람들을 정리할 수는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근데 그러면 너무 번거롭고 귀찮게 되는 것이었다. 살면서 이런 걸 귀찮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 고민해보게 됐다. 내 인간관계가 어떻게 얽혀있는지를.



성공에 대한 말도 많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주부라서 직업으로서의 성공이나 지위나 명예따위를 얻는 위치는 아니라서 이건 읽고 남편에게 많이 추천해줬다. 항상 겸손해라, 늘 실패를 염두에 두어라,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거의 내가 이 책 한권의 말은 다 한 것 같다. 남편이 너무 자기 분야에서 훌륭하다고 기고만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의 아들 하나 더 키우는 격... 나는 애가 셋인가보다.



너무 드러내지말라는 말이 크게 공감이 됐다. 참 나는 소심하면서 외향적인데 은근 상처받으면서도 직설적이기를 멈출 수가 없는 사람이다. 아, 이 책을 읽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혼란하다 혼란해...넌지시 드러내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가끔 생기는 갈등이 결국 내가 필터링 없이 한 말들에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서 그렇다. 참 인간관계는 피곤한 것. 근데 나도 다른 사람에게 피곤한 사람이겠지. 사람들은 서로 안보고는 못 사는데 보고 살면 더 고통스러운 존재인 것 같다. 내가 나도 모르겠고 컨트롤이 안되는데 남과 함께하려니 이건 평생 못 풀 딜레마가 아닐지.



이게 17세기 도서라는 게 놀라울 따름. 먼 미래를 먼저 본 게 아니라 시간이 흘렀어도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조금 약삭빠른 사람이었을 것 같은 느낌. 어쨌든 좋은 말이 정말 많다. 내가 혼란스러운 걸 보니 난 팩폭으로 정신이 없다.



절교하지 말라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건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에서도 나오는 말인데 나중에 상황이 바뀌었을 때, 아니면 시간이 더 흘러 그 사람과 다시 만날 마음이 생겼을 때를 생각하라는 거였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놓치거나 놓아진 관계들이 생각이 났다.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쉽다. 지금의 나라면 절교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인간관계로 혼란스럽거나 삶의 지침서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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