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터지는 교실 드라마 - 과정드라마로 놀고 느끼며 사유하고 배우기
김주연 지음 / 연극과인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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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전에 교육연극을 처음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는 배워서 꼭 활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연극이 정식 과목으로 등장하고, 초등에서도 연극수업이 도입되었다기에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배낭을 멘 노인'이라는 교육연극을 적용한 사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시작부터 무척 흥미로웠다. 특별한 무대장치가 없어도 연극이 진행되고, 모든 학생들이 직접 참여를 함과 동시에 관찰자가 되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극이 이루어지면서 내면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과정이 처음 교육연극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자'라는 도덕적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많은 사례를 들어줄수도, 또 학생이 스스로 그런 사례나 경험을 말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도덕수업에서 아이들은 스스로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실 내면화가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배낭을 멘 노인'이라는 연극에 참여함으로써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편견을 깨닫게 된다.


첫 부분에서 이런 흥미로운 수업과정을 소개하며 나의 흥미를 잔뜩 돋구었던 이 책은 급 논문스러운 내용으로 넘어간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숱하게 들어서 너무도 익숙했던(익숙했다고 생각했던) 교육학 이론과 용어가 나왔는데 내 머릿 속은 과부하가 걸려버렸다. 공부를 안한지 오래 되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육아휴직으로 머리가 비어버린 것인지(세번째가 가장 유력한 것 같다. 전역한 군인의 마음을 절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너무도 익숙하면서도 또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가 계속되어 읽다가 되돌아가 다시 또 읽고를 반복했는데도 이해가 될까말까 했다. 글이 어렵게 쓰여진 것도 아니고, 모르는 말도 아닌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도서관 신불자상태가 아니었다면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급히 반납해서 아쉽다.


뒷부분에도 여러 수업 사례가 나온다. 관악구 도서관 어린이필독서였던 '슈퍼거북', '선녀와 나무꾼', 홍길동전을 모티브로 한 '불가구역', 소유와 존재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는 '노란 양동이', 놀이와 유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쓸데없는 괴물 살리기', 공동체의 의미를 탐구하는 '백설공주'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다룬 교육연극의 플롯과 흐름은 그 자체로 잘 구조화가 되어 있어 놀랐을 뿐 아니라 홍길동전이나 백설공주 같이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탐구해보게 되고 현재의 우리 삶과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는지 나 스스로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지금껏 지식의 상대성과 구성주의 철학에 기반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돌이켜보니 껍데기만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구성주의에 대해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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