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미학
테오도르 생크 / 서광사 / 198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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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철학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들 중의 하나 중에 지극히 일반론으로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것도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금방 밑천이 드러나기 쉬운 이러한 글쓰기를 강하게 느낀 건 들뢰즈의 화가 베이컨에 대한 해설서인 '감각의 논리'를 읽고 나서이다. 그만큼 예술이론이나 비평들이 보여주는 개개 작품들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부차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 내가 가장 힘들어 하고 있는 것도 이것이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접한 일종의 종합예술로서의 연극이나 해석적으로 읽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연출, 연기, 의상, 시나리오, 무대장치 등으로 나누어져서 된 분리성이 강한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 저자는 각 장으로 나누어 그러한 편견들을 논박하는 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간다.

'예술작품은 모두 물질적이 아니며, 가상적인 감정의 심상을 제시하고, 이러한 가상은 그 작품을 일상적인 세계로부터 추출해 내는 데 기여한다. 각각의 예술작품은 감정을 표현형식으로 객관화 한 것이다.'

시나 그림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의 가상적 이미지들과 비슷한 류로 이 작가가 제시하는 것은 개념작용이다. 즉 그 재료나 기술적 장치들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일상과 떨어진 징후적이면서도 이차원적인 공간에 투여 될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극 작품의 장치는 가상속에 동화 될 뿐만 아니라 연기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술가는 인간존재라고 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개념작용을 발전시키고 분명히 하기 위해서 창조한다. 그가 그것을 객관화 시킬수 잇는 수단을 찾아내고자 할 때, 개념 자체가 더욱 발전된다.'

이 책은 중반에 가서 연극은 '뭉쳐야 잘된다'는 식의 당위적 설명을 하는 데서 따분한 글읽기를 주지만, 연극을 기타 다른 예술들과 같은 방식으로 정립하기 위해 제시하는 설명들에서 약간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책. 특히 다음의 말은 재미있다.

'예술에는 행복한 결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성공적인 강간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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