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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 기본소득으로 위기의 중산층을 구하다
피터 반스 지음, 하승수 해제, 위대선 옮김 / 갈마바람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날로 양극화가 심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포괄적 의미의 경제로만 표현해서는 양극화의 심각성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교육에서의 양극화, 임신과 출산에서의 양극화, 여가에서의 양극화, 취업/직업에서의 양극화, 연애에서의 양극화, 전반적인 삶의 질의 양극화 등등 이제는 양극화를 어디에나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양극화의 문제, 빈곤계급의 심화되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책이 제안되지만 지속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긴 관점에서의 통합성을 가지지 못하는 탓에 포퓰리즘이란 말밖에 듣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극화는 중간층, 아니 중산층의 감소에서 오는 문제다. 경제를 지탱하는 중간계급이 볼록해야 하는데, 갈수록 기형적 모래시계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사회 다수가 빠져들고 있는 하층에서 다시 중간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복지정책으로 가능할까. 어떤 복지정책이어야 할까. 

그 문제에 대해 미국적 방식으로 풀어가는 책이다. 요즘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주식회사에서의 주주배당 처럼, 국가의 국민으로서 사회의 초과이윤에 대한 시민배당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13년이었나..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반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이 수여되었을 때 어떤 큰 흐름 하나가 바뀔 것인가 기대했었는데, 그 희망이 이 기본소득, 시민배당 담론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 우리가 스스로 벌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유리하게 평가한다 해도 기것해야 소득 중 5분의 1 정도다. 나머지는 엄청나게 생산성이 높은 사회체제에 속한 덕분에 세습한 재산이다. 


이 문장이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비윤리성을 적시한다. 정당한 노력의 댓가가 아니라 사회시스템 '덕분'에 '상위계급'에, '선진국'에, 여러 유형의 '기득권층'에 속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국가는 끊임없이 '균등'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보험이나 경제서를 보면 익숙치 않은 개념에 독서가 고난이 되기 쉬운데, 반스는 쉽게, 최신의 경제개념까지를 설명해낸다. 번역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충분히 한국의 경우에 비추어 우리의 대안을 생각해보기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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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딜
소피 사란브란트 지음, 이현주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소설을 읽었다. 사회적 안전망이 세계최고수준으로 잘 갖춰진 스웨덴에서 가정폭력과 살인사건이라니..!! 복지국가 관련 공부를 하던 중이라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다른 면을 엿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읽어보고 싶었던 <킬러딜>이다. 그리고 부럽기만 하던 복지국가 스웨덴의 삶이 생각보다 우리네 삶과 아주 다른 차원은 아닌 듯 하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제도로 시정, 보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스웨덴 소설을 좀 더 찾아 읽고 그들의 사회 실상을 좀더 알아봐야 할 듯 하다.

 

다음은 임신한 일하는 여성의 내적 갈등과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이 남편 살인자로 몰려 구치소에 갇힌 후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 상황을 보여주는 구절.

 

# 그녀는 상사에게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할지, 어떻게 임신 중에도 평상시처럼 일하겠다고 설득할지 고민하느라 그동안 에너지를 다 썻따. 이제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상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엄마 역할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 남자동료들은 부모가 된다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그들은 임신 중이나 출산 후 몇 주 동안 중요한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아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일은 몇 개월동안 일을 쉬어야 하는 큰 희생이 뒤따른다. 엠마는 장차 아기를 만나게 될 것이어서 기뻤지만, 직장에서 어떤 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25

 

# 때 묻은 딸의 사진 한 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세상과 격리되고 나니 에너지가 무서운 속도로 고갈되는 듯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과 고통에 무감각해졌다. 정의를 실현하려던 의지는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 일이 끝난다 하더라도 어떤 것도 예전 같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았다. 앞으로 사람들을 영원히 믿을 수 없을 것이고. 사회의 쓰레기 같은 대우를 받는 기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더는 울 힘도 없었다. 코넬리아는 여기서 배운 것을 마음에 새겼다. 만약 감옥으로 들어오게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면 각자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리는 박탈당한다. 심지어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끝낼 권리도 없다. 그래서 그들이 벨트와 신발끈을 빼앗아 간 것이다. 이 모든 걸 연결짓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299

 

# "요즘 자네가 맡은 일을 백 퍼센트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러니 몸이 좋아질 때까지 휴가를 쓰는게 어떤가? 아직 쓰지 않은 휴가일수도 많이 남았잖아." ... "'그래도'가 아니라 내가 벌써 결정한 일이야.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을 데리고 있을 수는 없어. 지금은 너무 위험한 상황이야. 지금은 한사람 한 사람이 어느때보다 더 노력해줘야 해. 자네도 잘 알잫나." 엠마는 불만이 솟구쳤다. "그럼 왜 저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말씀하셨습니까? 이건 명령이신 것 같은데요." 328

 

추리소설로서 <킬러딜>은 재미있는 전개구조를 보여준다. 얅게 자른 고기를 수십겹 겹쳐 튀긴 카사네 돈까스처럼, 짧은 105개의 시간서사를 여러 겹으로 이어붙인 소설이다. 작가가 어떻게 작업했을까 궁금하다. 시간 순서대로 썼을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범인의 보복과 수습은 이어지고, 105번째 서사에서 마침내 범인을 밝혀준다. 크게 두 건의 살인사건이 이어지는데.. 사실 두 사건 사이의 전개가 좀 느슨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고치의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독자들을 극단으로 밀어대는 방식의 전개는 사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이지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긴장감의 스타일도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스타일"인건 아닐까...

 

책 뒷날개 서평에 "마지막 반전은 정말 오싹하다", "게다가 살인 동기는 더욱 충격적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매일은 참으로 소설같구나 싶어 빈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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