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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遠い太鼓
ㅋㅋㅋㅋㅋ 가끔 상황에 맞지않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폭풍우가 내리는데도 아~ 그리스.ㅋ
한참... 여행을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을 때 읽어서일까... 그의 삶이나 방식이 괜시리 부럽다. 그대로 하고싶지는 않지만, 내가 해보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랄까... 3년 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 》를 쓰고...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여행과 휴식을 취하는...
여행은 현실에서의 도피이기도, 휴식이기도 하지만. 어째튼 현실과 함게 맞물려 돌아가야하는 거니깐, 그저 여행이 좋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여행만을 할 수는 없으니(그것이 업인 사람은 뭐 제외하고서라도...)
어쨌튼, 작가 본인의 기분을 충실히 잘 반영하며 유럽의 여러 도시와 장소, 느낌에 대해 잘 적은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선 웃음이 나고, 어떤 부분에서는 글을 읽으며 그림이 그려지게 되고... 좋구나~
p34.
나는 화가 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화는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거기에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누가 틀린 것도 아니다. 그것은 알고 있다. 나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상황에 가담하고 있는 한 사람인 것이다. 꽤 한참 동안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만, 어째튼 나도 확시히 거기에 가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그런 일에 대해서 화를 낼 권리 따위는 없다.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내게 전화를 거는 사람은 나 자신이기도 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말이다.
그런 이중성이 나를 짜증나게 한다. 그리고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p79.
여성은 화를 내고 싶은 일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화내고 싶으니까 화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화내고 싶을 때 제대로 화를 내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된다.
p80~81.
내 뒤에는 그리스 비극의 합창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인생이란 다 그런 것,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노래 부르고, 아내 뒤의 합창대는 '아니오, 숙명에 맞서 싸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오'라고 노래 부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내 합창대가 아내의 합창대에 비해서 얼마쯤 소리도 작고 열의도 부족하다.
p131.
단순히 천둥이 울린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이 사는 대지에 꽂혀 산을 뒤흔들고 거목을 뽑아 던지며 천공을 갈갈이 찢고 있었다. 마치 제우스 자신이 나서서 굵은 번개 화살을 대지에 쏘아대고 있는 듯한 박력이다. 아하, 그리스 연극은 직접 그리스에 와보지 않으며 실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감탄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바닥으로 물이 다시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