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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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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에 대한 리뷰


출판사에서 제공한 인터넷서점 책 소개는 “주인공들이 펼치는 가슴 저리다가도 마음 통쾌해지는 사랑과 복수의 옴니버스!”라고 기재되어 있다만 소설에는 복수도, 통쾌함도 없었다. 진한 아이라인을 그린 채 문을 나서는 발걸음을 기대했으나, 방문을 닫고 어지러운 방안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가까운 소설. 그러니까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복수보다는 복기에 가까운 소설이다.

작가는 여덟 명의 한국 여성 인물들을 내세워 그녀들이 마주하는 폭력의 현장을 포착해낸다. 폭력은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친구에게 “나 유부인 거, 정말 몰랐어?”라는 질문을 듣거나, 7년 동안 헌신했던 고시생 남자친구에게 “우린 앞으로 갈 길이 다른 것 같아”라는 이별 통보를 받는 방식으로 현전한다. 때로는 “시퍼런 식칼의 날”처럼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무기가 되어 여성들의 삶을 위협한다.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태롭게 하는 폭력의 총체를 면밀히 포착해냄으로써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성별로 말미암은 권력적 구조에 대한 회의를 던지고, “다소 지리멸렬하고 얼핏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 십상”인 “여성의 고통”에 대해서 복기해 나간다. 그러나 김현진의 소설은 복기 이후에 새로운 국면으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배제하더라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 2016)을 둘러싼 담론들은 분명 의미 있는 기록물이리라. 더불어 조남주의 책에 대한 첨예한 의견들이 아직도 지속적으로 생산되며 화두가 되는 이유에는 책이 지녔던 적절한 시의성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82년생 김지영』 이후에 출간된, ‘적절한 시의성’을 함양하지 못한 책들은 그 점을 보완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지참해야 하지 않을까. 그 ‘무엇’이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라던가 다른 시선으로 발견한 문제의식까지는 아니었어도, 겪었던 사태에 대해 “조용히 “시발……“ 하고 중얼거리고는 잠이 들” 어버리는 체념과 “걸음을 더 재게 놀”리는 도망의 자세여서는 안됐다. 이래서는 옆집에 분식점이 잘 된다고 앞집에 분식점을 내버리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또한 소설에서는 “야, 빨아봐!”라고 말하는 바바리맨에게 “야 이 새끼가, 부탁을 하려면 공손하게 해야지!”라고 말한다던가, 젊은 남자의 집에 잠입해서 “그 남자의 단추를 하나 더 풀”면서 “꺅! 내가 무슨 짓이야!”라고 생각하는 장면 등 이전의 사건을 고려해보아도 인물이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납득이 잘되지 않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근간의 개연성이 부족한 사건에는 언제나 과장된 톤이 수반되기 마련이어서 이런 장면들을 마주할 때면 모래를 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희곡적인 어투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고개가 끄덕여지게 쓸 수는 없었겠느냔 의문이 들었다.

김현진은 ‘작가의 말’을 통해서 “차라리 밋밋할 만큼 평범한 여성의 삶을 넣을지언정 유난히 박복하거나 이른바 ‘불행 포르노’의 주인공이 될 만한 여성의 삶은 배제하기 위해 주의했다"라고 말한다. 작가의 유의함과 사려 깊음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럼에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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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 마음 시툰
김성라 지음, 박성우 시 선정 / 창비교육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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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치유라던가 위로와 관련된 책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책들의 문장은 솜사탕처럼 달콤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혼자’란 느낌만을 강하게 남긴다. 비유하자면, 고민을 말하는 술자리의 모습과 같다. 취기에 힘입어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에는 홀가분함을 느끼지만, 기계적인 끄덕임과 ‘괜찮아. 잘 될 거야.’ 식의 위로를 얻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층 더 공기가 시리게 느껴진다.

질긴 오징어 같은 문장들이 필요하다. 조금 딱딱하더라도 계속 집어 들게 되고 다 먹고 나서도 이 사이사이에 껴서 신경이 쓰이는 오징어처럼, 여러 번 찾아보게 되고 밑줄을 긋게 만들며 책을 덮고도 신경이 쓰이는 문장들 말이다.

‘시’가 그렇지 않을까. 쉽게 이해되고 쉽게 잊히는 문장들과는 달리, 시에 동원된 문장들은 시집을 덮고도 오래오래 남아 힘이 된다.

『마음 시툰:용기 있게, 가볍게』는 관련된 시와 연관성이 있는 만화를 먼저 보여주고, 시를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화를 통해 독자의 정서를 예열하고, 시를 통해 술렁이던 정서에 방점을 찍어주는 셈이다. 만화를 먼저 보았으므로, 시가 읽는 이에게 더욱 잘 스며듦은 물론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을 꼽자면 ‘시와 만화 사이 약간의 어긋남’이라 말하고 싶다. 사실 책을 펼치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단순히 만화가 시의 스토리를 답습하지는 않았을까’였다. 그러하다면 투자된 책장에 비해 전달하는 바가 적으므로, 독자들에게 빈약한 독서를 제공하는 책이 되고 만다.

그러나 『마음 시툰:용기 있게, 가볍게』는 양자 사이에 약간의 어긋남을 두어, 독자들이 만화를 읽은 후 시를 읽고 다시 만화로 되돌아가는 순간을 만든다. 독자들은 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게 되고 시에 대해 좀 더 사유하게 됨으로써, 시를 한층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두 장의 필름을 겹치면 새로운 풍경이 보이듯, 다층적인 독서가 가능한 구성으로 기획된 것이다.

시를 읽다 보면 생각이 필요해서, 혹은 정리가 되지 않아서 잠깐 멈춰 서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마다 손을 포개어준다. 책을 통한 위로를 받고 싶으나 힐링이나 감성적 에세이는 가볍게 느껴지고, 기성의 시집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https://blog.naver.com/rlawlstjr56/22200435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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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건 처음입니다
미즈노 마나부 지음, 고정아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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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건 처음입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을 위하여

 

어떠한 분야의 정보와 방법론을 구하기 너무나 쉬운 세상이다. 매일 수백 건의 정보가 포털사이트에 업로드되고, 수십 개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다. 문제는 범람하는 정보 중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가이다. 그 문제는 생각보다 귀찮고, 또 골치 아픈 일이다.

나를 포함한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 앓는 시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에겐 일을 하는 시간보다 일을 하고자 준비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완벽하게 일을 매듭짓기 위한 완벽한 계획과 사전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벽한 계획을 위해 참고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다 어떤 정보든 보다 보면 하나같이 일리가 있어서 보고도 모른 체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결국 취합해보다가 비대해진 계획 앞에 시작하기 전부터 질려버린다. 결국 첫 단추를 끼우는데 대다수 시간을 할애해버리고, 남은 진행은 시간에 쫓겨 급급히 마무리하게 된다.

물론 계획이 얼마나 창대하든 간에 노력과 시간을 들인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성실한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쓸데없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걸리는 것도 싫다. 하지만 정해진 기일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여러분이 만일 나처럼 얌체 같은 바람을 품고 있다면 절차의 전문가가 될 소질이 충분하다. (12~13)

 

저자는 다섯 단락의 목차를 통해 내용을 설명한다. 첫 단락에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법을 알려준다. 상상의 시각화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선명히 하라는 조언을 한다. 목표가 선명하다면, 목표로 향하는 길 역시 선명해짐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결과와 목표를 철저히 분리하라고 언급한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일의 패턴화와 콘셉트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이는 계획적인 업무를 이어나갈 수 있는 추동의 힘이 된다. 또한 업무에서 지식을 얻는 방법과 자세에 대해서도 경험에 기반하여 서술하고 있다.

 

세 번째 단락에서는 마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흔히 마감, 즉 데드라인에 쫓긴다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 저자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량화하고 할애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마감에 쫓기는 대신에 마감에 다가갈 수 있도록 본인의 경험과 갖추어야 할 자세를 말해준다.

 

네 번째 단락에서는 업무를 보면서 맨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에서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협동의 자세를 지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한다.

 

짧은 글을 마치면서 조금 보태자면,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책은 많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식의 위로는 나에게 와 닿지 않았다. ‘위로 몇 마디로 사라질 강박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겠지.’란 생각이 들 뿐이었다. ‘지금 당장 일어나라!’는 격언을 볼 때는 당장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이 책은 전자처럼 완벽주의를 지우려 하지도, 후자처럼 게으른을 지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일 하는 방법에 있어서 작은 꼼수를 알려주면서, ‘이 정도면 해 볼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책이다.

 

 

https://blog.naver.com/rlawlstjr56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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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이라면 창비시선 434
유이우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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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등단 작품들을 보고 처음 알게된 시인입니다. 언제 시집이 나오나 기다렸었는데 이렇게 마주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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