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인간
알렉산드르 벨랴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다는 것을 명시하는 바입니다.

 

물고기 인간 (1928)

 

물속에서 살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공상과학소설로서

생체실험, 기관이식수술, 인간의 생물학적 개량을 테마로 한

알렌산드르 벨라예프의 대표작!

 

물고기 인간, 표지 中

 

 SF작품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SF작품의 존재 이유가 '재미'또는 '상상력'에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분명 '환상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SF소설'은 분명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관심으로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벨랴예프의 1928년 작품 '물고기 인간'은 SF소설의 주된 목적인 흥미를 우선시하는 것이 아닌, 인간 개조에 따른 윤리의식과 종교관, 인간의 삶 속에서의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었기에 상당히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인어공주'를 지금 이렇게 거론하는 이유는 알렉산드르 벨랴예프의 '물고기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상황에 놓인 두 등장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물고기 인간'의 주인공은 '인어공주'의 주인공처럼 태생부터 반인반수의 어인은 아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반인반수의 어인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며 자신의 신체적 한계로 인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다가가지 못한다. (두 작품 모두, 자신이 사랑하게 된 사람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SF작품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따르자면 '물고기 인간'은 철저하게 로맨스물을 지향한다. 주인공, 이흐티안드르가 구티에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많은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는 두 작품은 결과적으로 동화와 SF소설이라는 분야에 따라 결론 부분에 다다랐을 때, 다른 결말을 제공한다. '인어공주'는 동화적 환상과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을 부각하기 위하여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만 SF소설인 '물고기 인간'은 결론 부분에 생체실험과 기관이식수술 등의 과학적 용어로 장식하며 마무리 되어간다. 그러나 SF소설을 과장한 로맨스물적 요소가 흥건하기 때문에 '인어공주'처럼 눈물나게 애절하고, 슬픈 결말은 아닐지라도 상당히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작품 '물고기 인간'의 주된 요소는 분명 로맨스물이라고 표현한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작가가 충분히 작품 속에 투영시킨 사실이며 직접적으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으로 표현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은 부분은 '불행은 인간이 짐승의 자손이라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사람의 탈을 쓰고도 여전히 짐승같은 행위, 거칠고 사악하고 어리석은 짓을 멈추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라는 책 시작 부분의 머릿말이다. 알렉산드르 벨랴예프의 이런 가치관은 작품의 후반, 살바토르의 재판 진행에서 살바토르의 진술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바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바토르의 생체실험과 기관이식수술을 반인류적인 기독교적 관행을 위반하는 상당히 난폭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분명 그들의 말도 상당히 수긍이 가는 바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독자의 보다 신중하고 깊은 사고가 요구된다. 인간의 불행은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그 불행의 시작점은 과연 인간이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인가. 인류의 오만한 판단과 이기적인 사고로 지금의 불행을 야기시킨 것은 아닐까. 수 많은 질문이 끊임없이 오간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류의 윤리 의식에 기본적으로 내재된 사상일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 인간'은 이러한 사상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논쟁을 이어간다. 한 명의 인간을 강제로 변화시켜 물 속에서 살게 만들어버린 살바토르는 유죄인가, 아니면 그렇게라도 수술을 해서 한 생명을 살려낸 살바토르가 무죄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을 이렇게 나약하게 만드신 조물주 큰 착오인가. '물고기 인간' 속에는 상당히 다양한 사상과 다양한 과학적 진술(물론,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과장된 것도 존재한다)로 각자 서로의 주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자신을 변호한다. 그렇지만 사실상 누군가의 무죄, 유죄를 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류의 생존 욕구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며, 종교적 입장에서는 그러한 욕망은 불필요한 사회 악일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을 통하여 인류는 의학을 발전시켜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그러한 이유로 수 없이 많은 희생자를 야기시켜 윤리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방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SF소설로 유명한 '물고기 인간'을 단순한 SF소설로 정의내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로맨스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물론 SF소설로서의 과학적 지식과 흥미, 로맨스소설로서의 애절함과 슬픔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하여 이 부분에서 느끼는 재미보다 더 많은 것을 분명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류는 사고하기에 발전한다. 이 작품은 분명 개인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만큼 쉽게 쓰여져 결코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재미 뒤에 있을 하나의 사상을 깊게 고민할 때, 독자는 한 층 발전하고 문학은 그 영생을 한 번 더 증명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55번째 만남

2012. 06. 26 ~ 2012.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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