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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 조용하게 이긴다 우아하게 바꾼다.
이혜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0.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세이(essay) 「명사」
「1」『문학』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 =수필.
「2」『문학』 주로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수필. 비개성적인 것으로, 비평적 수필ㆍ과학적 수필 따위가 있다.=중수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리가 읽은 책은 객관적이지 않고, 정확하지 않으며 뭔가 주장하지만 논리적 구조도 빈약합니다. 이 책은 그냥 모순의 문자 기호화입니다. 주장하면 그 다음 장에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합니다. 심지어 바로 다음 줄에서 스스로 반박하는 내용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필, 에세이라는 이유로 모든 게 용서되죠.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대체 에세이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회의가 들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훌륭한 수필을 읽은 경험들이 있죠. 에세이는 어떤 가치가 있고, 회원님들이 읽었던 좋은 에세이를 나눠봅시다.
1. 1부 우리가 생각하는 미덕
① 저자는 백인 중산층 사회에서 시작된, SNS에 텀블러를 올리고 요가 클래스에 가서 되도 않는 발음으로 산스크리스트어 진언을 읊조리는 최신유행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십니다. 미라클 모닝과 아침형 인간의 차이점을 역설하지만 하나도 와닿지는 독자를 설득하기엔 부족해보입니다. 11시 수면 5시 기상해서 하루를 계획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라는 아침형 인간과 9시에 ‘딥다이브’해서 4시 반에 눈을 떠 인센스에 불을 붙이고(고양이 건강은 괜찮은가 싶네요.) 명상하며 뭔가 고양된 기분으로 경제유튜브를 들으며 주식정보를 파악한다는 미라클모닝. 대체 뭔 차이죠? 내용을 서로 바꿔도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저자도 느꼈는지 뜬금없이 박정희식 근면성실을 가져오지만 애처롭게 보일 뿐입니다. 뭐 본인이 어떤 생활 습관을 만들고 삶을 꾸려나가는 주체적인 느낌을 가진다면 그건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그걸 굳이 써서 출판할 자유도 있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꼴뵈기 싫을까요. 그건 아마 저의 잘못일 겁니다.
② 저자는 생활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이런저런 친환경 제품을 사용합니다. 햇반 소비와 밥 얼려 먹는걸 구분 못하는 빻은 남자를 거른 얘기도 해줍니다. 훌륭합니다. 하지만 작가님, 수 만평 산림 밀어서 제초제로 땅을 절이는 자본주의 스포츠, 골프도 좀 줄이시는 건 어떨까요? + 그리고 작가님이 새로 제시하신 개념인 ‘과잉 조리법’이란 무엇일까요? 돈가스니 제육볶음이니 하는 요리들이 과잉 조리법이라 하셨는데, 이건 좀 큰 문제를 일으킬만 한 말 아닐까요?
① 본격적인 자본주의 무용담이 펼쳐집니다. 작가님은 예리한 감각과 과감한 결정으로 30대 초반에 주택 소유주가 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이 책의 제목과 뭔가 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겠죠. 이건 에세이니까요.
② 시발비용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이거 이해 안 되는 거 저 뿐인가요? 돈이 없는게 화가 나서 돈을 쓰셨다는데, 저는 돈이 없어서 화가 나면 쓸 돈이 없거든요. 화가 나서 쓸 돈이 있으면 돈이 없는게 아니라 있는 거잖아요. 여튼 이분은 참 유행에 민감하고 그거 따라가는 거 좋아하시는 분 같습니다.
3. 3부 새로운 성공 서사
① 월가 사무실 복귀 뉴스에 코로나19 종식이 벌써 다가왔나 싶어서 식은땀이 났다는 작가님. 제정신이십니까? 이걸 이렇게 글로 써서 출판을 한다고요?
② 30분 밖에 앉아있지도 못할 카페에 굳이 오프라인으로 두 명의 친구들과 모이신 작가님. 왠지 의료계 종사자들이 보면 속 뒤집어질 배부른 소리로 그 다음 지면을 채울 것 같다는 제 걱정은 적중하고야 말았습니다. 아아... 멈춰 제발..
4. 윤리적 주체로 거듭나는 요즘 애들
① 꼭두새벽에 일어나 경제유튜브로 금융흐름에 몸을 맡기는 주택 소유주 작가님은 모든 대화가 기승전돈으로 흐르는 세태에 염증을 느껴 유료 멤버쉽 모임에 가입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② 작가님은 주말에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읽고 쓰기만 하는 은둔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줄서서 먹는 맛집을 탐방하고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를 같이 갈 친구들이 있습니다. 30대 초반의 작가님은 최근 몇 년간 과감한 결정을 내려 집을 구매했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더 큰 집을 구매하는 데 성공, 노동수익과 비교되지 않는 부를 창출했지만 자기 자신을 서울 외곽의 30년 된 소형아파트 신세로 자기자신을 정체화하십니다. 이분 왜 이러시는 걸까요 정말.
끝. 왜 반자본주의적 분투기인가.
저자는 모든 스킬을 동원해서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자본은 자존을 지키는 유일한 무기라고 하면서 말이죠. 이 책의 제목은 ‘자본주의 키즈의 신자유주의 모험담 내지는 무용담’ 정도가 적절해 보입니다. 회원님들은 이 책에서 어떤 반자본주의적 태도를 발견하셨나요? 전 1도 못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