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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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

부제: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


먹으려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사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는 ‘먹는 것’에 대한 생각.

오늘만해도 외갓집에서 잘 익은 김치를 먹고 할무니네 김치냉장고를 털어 왔지요. 엄마 젖을 떼고서는 분유도 아니고 우유도 아니고 바로 밥을 먹었을 테니, 평생의 입맛이 엄마 손맛일 거예요. 그래서 김치, 장과 같은 한쿡 음식을 좋아하지요. 맛있는 반찬 앞에서는 밥도 두 그릇이니 탄수화물 중독자구요.

그런데 이 책 읽는 내내 생각난 건 낯설게 다가왔지만 입맛에 맞아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들이었어요.
무언가를 맛있게 먹었던 추억들은 사진으로 남아 있네요.

블라디 해양공원에서 먹었던 샤슬릭,
타슈에 처음 갔을 때 공원 근처에서 먹었던 라그만,
누쿠스에서 홀로 먹었던 국시,
김치와 먹으면 더더더 맛있는 쁠롭,
처음 뵌 고려인 선생님 집에서 먹은 수북한 밥과 장국,
낯설고도 흐린 핀란드에서 유로를 셈하며 먹었던 연어 수프,
탈린 여행길에 달달한 위로였던 진한 커피와 밀푀유 한 조각,
뻬쩨르에서 먹었던 쁘쉬키, 쩨레목의 블린,
고잘이 싸온 흰 쌀 밥에 생선 커틀렛,
아이다울롓이 만들어 준 키위 바나나 케이크,
누쿠스 사람들이 겨울에 먹는 카박(호박)쌈싸,
피망 안에 고기 소를 넣어 찐 갈룹찌,
여름에는 마른 살구를 넣은 녹차,
사계절 내내 먹어도 좋았던 카라차이까지.
요리는 참 못하지만 어디선가 먹고 사느라 열심히였어요.


여행길에 큰 힘이 되어주었던 든든한 먹거리들. 이렇게 맛있게 먹었던 느낌으로도 추억과 기억이 살아나곤 하네요. 그리고 아직도 먹지 못한 음식이 많다는 걸 깨달아요. 먹는 즐거움과 기쁨이 너무나 큰 1인.

독일 사람인 저자는 다양한 요리에 대한 자기의 생각과 가치관을 썼어요. 가독성이 너무 좋고. 신간인 만큼 우유와 환경,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문어’에 대한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어요. 꼭 만들어 먹고 싶었던 ‘우메보시’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요. 양배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아요. 색이 변해가는 양배추를 살리려고 버터 넣고 ‘양배추 스테이크’를 만들어 혼자 만족해하며 먹던 기억도 나더라구요. 버터로 구우면 뭔들 안 맛있..

이 책은, 정말 그런 책이에요. 음식과 요리에 대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음식을 즐겁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영감을 주기도 해요.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라는 부제처럼요.

공감한 이야기 중 하나는, 조리 기구들이 점점 간편해져서 손으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부분이었어요. 요리를 즐기는 분이니 손이 가는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식은 손맛이다.는 말에 공감하지만 취미가 아닌 이상 바삐 돌아가는 식당 안에서는 편리한 도구에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자기가 먹었던 음식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늘은 누들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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