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마음 사이

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여행 전문 서적보다 여행에세이가 좋은 이유는 그 안에 여행자의 마음 동선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발자취.
여행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왜 이런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흔한 이유 중 하나가 '대리만족'이다. 당장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외국의 낮선 풍경들은 황홀경이 따로없다. 그러나 나는 풍경보다 여행자의 마음이 좋다. 이들의 우울함과 외로움, 때로는 이것들을 덮어버릴 듯한 즐거움이 좋다.
남들은 말한다. '외국에서 쓴 다이어리나 다름 없잖아. 이 정도의 감성과 표현이 평상시에 쓴 일기랑 뭐가 달라?' 나는 단호히 말한다. '달라' 암, 다르고 말고.

'여행'이라 하면, 낯설음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함께 동행한다. 덧붙여 '동경'이라는 것은 늘 필수다.
사람은 정착을 하면 안정을 느끼고 온순해 진다하지만, 자유로운 방랑시인을 꿈꿔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꿈을 꾸고 있는 순간까지가 바로 동경이다. 동심에 대한 동경, 여행에 대한 동경, 멋진 생에 대한 동경.. 동경 그 자체에 대한 동경. 수도 없이 우리는 꿈을 꾸고 바란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남모를 동경 하나 없다면, 그 사람은 생이 매우 심심할거다. 우리가 동경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아..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르지 않는가.

김경주 시인과 문봉섭 감독이 지은 '레인보우 동경'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의 '동경'이기도 하고, 도쿄이기도 하다. 단어의 이중성이라는게 이렇게나 탄성을 자아낼 줄이야.
사실, 책을 읽고 나면 '도쿄' 자체에 대한 여행에세이라기 보다는 '동경'하는 것들을 풀어놓은 책이란 생각이 더 든다. 오랜 죽마고우인 두 사람이 모두 어릴적부터 '도쿄'를 동경해 왔다고 하니, 도쿄가 '동경'으로도 불릴 수 있는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른이 넘어 드디어 동경하는 것들에 대해 술술 풀어놓은 두 남자는, 일본의 구석구석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실망을 안겨주겠지만, 나처럼 풍부한 감성만을 듬뿍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할나위없이 기쁨조가 되어준다.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것만큼 재밌는게 없듯이,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 보는것도 꽤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 없으니까.
또한 시인답게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감성을 지닌 김경주 시인의 필력은 때로 몇 번씩 곱씹어 생각해보거나, 앞 글을 다시 읽어봐야할 정도로 모호하기도 하지만,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면, '아!' '와우!'하고 탄성을 내지를 정도로 대단하니 꼭 적응해야 한다. '뭐 이래?'하고 책장을 덮어버리면, 마지막 장까지 녹아든 글쓴이의 감성을 못내 아쉬워할 날이 올테니까.

기초부터 튼튼하게

영단어를 잡아라 - 물 샐틈 없는 3중 그물로
박윤호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영어, 그것은 때로 '어휘'와의 싸움이라고도 한다. 문법이든 회화든 눈 앞에 보이는 단어들의 나열이 무슨 뜻인질 알아야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할 것 아닌가. 사실, 중고등학교때 선생님께 매 맞아가며 죽어라- 외웠던 단어들이,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유체이탈하듯이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후에 그렇게 하나하나 잊어버린 단어들이 얼마나 고된 취업전쟁으로 불붙을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우리는 잊혀져가는 단어들을 붙잡을 생각조차 않는다.

그러다보면 때로 지나치게 쉽게 느껴졌던 단어들조차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입에서가 아니라 실은 머릿속 어디에서 끄집어 내야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미 기억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그 영단어들을.. 고개를 떨구고, 무릎을 꿇는다. 영어 앞에서. 심지어 쉬운 철자까지 틀리는 마당에, 자존심이고 뭐고 신경쓸 겨를이 없다. 여러 학원들의 수업을 보라. 토익도 회화도 '왕기초'반이 있지 않은가. 단어 공부도, 왕기초에서 시작한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사실 이 책은 스무살이 넘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부끄러울만큼 레벨이 낮다. 책은 아예 대놓고 '중학교 수준 왕기초 영단어'라고 표지에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교복입고 열심히 공부할 땐 기특해보이는데, 성인이 들고 보기엔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다는 얘기. 아.. 제목에 영단어를 영단魚로 표현한만큼 표지도 물고기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유치해보이기도 한다. 저자도 일단은 중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선생님인듯 하니.. 책 속의 독자서평도 중학생들 것 뿐이다. 그러나.. 원래 영어란게 대범하게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해야하는거다. Crazy English도 있지 않은가! 미칠 용기로도 하는 공부를, 그깟 쪽팔림이 대수겠는가.

책은 물샐틈 없는 3중그물이라는 방법으로 단어 암기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첫번째 그물 : 마인드맵. 머릿속에 '가족'하면 떠오르는 그림을 떠올려보자. 바로 '집'!!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단어들을 하나 둘 배치한다.
두번째 그물 : 이야기 연상. 1번부터 10번까지의 단어를 이야기 연상법으로 외우는 것이다.
→ 1.가족(family)은 한 쌍의 남녀가 2.결혼하여(marry) 3.남편(husband)과 4.아내(wife)로 살아감으로 구성되지요. 자녀가 생기니 두 사람은 5.부모(parent)가 되어 6.아빠(dad)와 엄마라는 이름을 얻게 되네요.. 이런 식으로.
세번째 그물 : 심화학습. 심화학습은 열거된 단어들의 발음기호와 단어의 의미, 예문, 비교단어들로 더 구체적으로 외우는 것이다. → family : n. 가족. MY family will move to London. 내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할 것이다.

책은 한 테마당 10개의 단어를 3중그물망으로 학습하게 만들어져 있다. 성인의 학습능력을 고려해볼 때, 하루 맘 잡고 5테마만 나가도 족히 50단어는 외울 수 있다. 또 가족, 사랑, 고향 방문 등 쉬운 테마에서 시작해 정보관리, 상대적 가치 등으로 수준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으니, 조금씩조금씩 욕심내서 공부하다 보면 책 한 권쯤은 단기간 내에 뗄 수 있을 듯 싶다.

영어 못하는데 성인이라고 남보기 부끄러워 어려운 책 붙잡고 머리 싸매지 말고, 왕기초부터 시작하자. 기초부터. 부실공사 없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혼자도 좋고 둘도 좋아

혼자라도 즐거운 도쿄 싱글 식탁 - 도쿄 싱글 여행자를 위한 소박한 한 끼
김신회 지음 / 넥서스BOOKS / 2008년 5월

홀로 앉아 먹는 밥만큼 맛 없는 음식이 또 있을까. 일본에서는 홀로 밥을 먹는 싱글족들을 위해 밥 먹는 영상 비디오까지 만드는데..
그러나 생각해 보면, 홀로 밥을 먹는다는 것이 외롭다거나, 민망하다고 느끼는 건, 우리나라만의 특징인것 같다. 일본식 라면집, 선술집들을 보면 얼마나 개인화 되어있는지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눈치 보지 않고, 맘 편히 맛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일본의 음식 정보가 이 책에 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방송작가라 그런지, 말투가 대부분 음식소개 코너에서 들어본 말투다. '---에 가보는 건 어떨까?' '---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등등. 이런 말투가 어쩌면 사람들을 더 동화시키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책 내용은 대부분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있다. 정말 일본 음식에 관한 전문지식을 다룬게 아니라, 나름 여행 에세이의 형식을 함께 구사하고 있는 것. 작가가 일본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들 중에서 특정 음식과 관련된 일들을 하나하나 뽑아 엮어냈다. 물론, 그렇다고 여행수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각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 음식 소개와 일본에서 그 음식을 맛나게 요리하는 음식점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하게 작가가 소개하는 것이므로, 실제 여행을 했을때 작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미각'이란게 객관적일 수는 없으니까.

사실, 이 책은 싱글 여행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 같지만, 둘-셋-넷 사람이 많아도 좋은 음식점과 요리들이 가득하다. 밥이란게 본디 여럿이 함께 모여 먹을 수록 맛있다하지 않은가.
'혼자라도 즐거운 도쿄싱글식탁'이지만, 실상은 '둘이면 더 즐거운 도쿄싱글식탁'이나 '여럿이면 더 즐거운 도쿄싱글식탁'이 되어도 무방할 듯 싶다.

덧붙여,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은, 절대 밤이나 새벽에 읽지 말라는 것.
페이지마다 나열된 음식 사진들에 절로 침이 꼴깍 넘어간다.

영단어 쑥쑥 빨아들이기

경선식의 Word Sponge - 공무원.편입.TOEFL.TEPS.SAT.GRE, 개정판 ㅣ 경선식의 Word Sponge
경선식 지음 / 넥서스 / 2008년 5월

영어 공부 하다가 웃어보기는 또 난생 처음.
중고등학교 단어시험때 선생님한테 매 안 맞으려고 머리싸매며 달달달 외우던 기억이 한 번쯤 있을 거다.
그땐  잘 외웠던 단어도 왜 시험지만 보면 가물가물해지던지...
나름 잘 외워보겠다고 머리를 써본 방법 중에, 연상기억법이란것이 있었다.
예를 들면, [soar : 높이 치솟다, 날아오르다, 하늘을 날다.]라는 단어를 외울때,
발음대로 '쏘아!' 쐈으니까 나는거다.. 라고 외우던 기억. ^^;;
정말 억지로 짜맞춘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효과를 보았던 요 녀석, 연상기억법.
이 방법을 정식 출판을 거친 이 두꺼운 영어단어 책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 책에선 그 방법을 '과학적 해마학습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무튼 뇌에서 기억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해마'라고 했으니, 이거나 저거나 맞는 말이다.

chronic : 만성적인
→ 그러닉. 만성 기침을 계속하는 친구에게 "아직도 그러니? 오래 가는구나."

attest : 증명하다, 입증하다
→ 어, 테스트. ~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테스트를 하죠?

아, 너무 친절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사실, 집중해서 벼락치기로 외운 것보다, 한 번 흘려 들었던 말이 신기하게도 기억에 더 잘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저러한 주변적 상황과 말들이 맞물리면, 어찌나 생생하게 떠올려지는지..
이런 방법이 어학책에서 쓰이고 있을 줄이야... 덕분에 쉽게 단어를 위우는 지름길을 알게됐으니, 그저 좋을 따름.
여유가 된다면야, 꼭 이 책에 나와있는 방법이 아닌 자신만의 다른 기발한 암기연상법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무조건적으로 책에 있는 것만 이용하려다 보면, 결국 이  책도 벼락치기용 암기가 될지도 모르니까-

청춘, 길위에 서다

아트로드 : 젊은 예술학도 6명의 가슴 뜨거운 세계 여행기
천성훈 지음 / 넥서스BOOKS / 2008년 5월

 청춘, 그 아름다운 심장박동

청춘의 피는 끓는다 한다. 심장은 파도처럼 요동치고, 삶은 경적소리처럼 요란하다.
인생의 황금기. 소년보다 성숙하고, 노년보다 건장한. 모두가 부러워하여 돌아가고 싶은 나날들.
무모한 도전도, 뼈아픈 절망도, '젊음'과 '청춘'이란 두 글자 앞에선 모두 용기를 얻고, 치유가 된다.
그리하여, 현실이 이상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 때, 조금 더 오기를 부려 현실을 물리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 순간에 있다. 우리는 그 순간을, 도전이라 하고 때로는 모험이라 한다. 조금 철 없어 보여도 좋다.
 

 무난한 삶의 일탈

바보는 방황을 하고, 현명한 자는 여행을 한다. 내 발 아래의 현재에서 곁가지를 따라 빙글 돌아보면, 우리는 앞만 보고 질주하는 육식동물이 아닌, 두 눈이 옆 얼굴에 달린 초식동물이 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삶이 나와 함께 이 시간을, 공간을 흐르고 있는가. 누군가도 내 삶을 들여다 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청춘, 푸르른 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무난한가. 과감히 떠나라.
용기가 부족한가. 그것은 당신, 청춘의 피가 미지근하기 때문이다.
사방을 둘러보고, 마음에 달리기를 시작하면, 어느샌가 턱 끝까지 차오른 숨에 터질듯한 심장이 느껴질 것이다.
붉은 피, 끓어라 끓어라, 끓어 넘쳐라. 젊음은 그래도 좋다. 그래야, 좋은거다.
 

 걸음을 내딛다

건장한 청춘남녀 6명이 제 인생에서 1년을 꼬박 투자해, 200만원을 들고 세계로 떠났다. 아트로드 대원들의 1년은 여행경비를 위한 기간이 아니었다. 한국의 춤을 배우고, 악기를 배우고... 열정을 위해 투자된 삶이었다.
무모해보이기도 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피끓는 청춘 1년이면, 인생이 바뀌기도 할텐데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강했다. 도중에 멈춰버렸다면, 종착역이 없던 시간이 그대로 바람결에 재처럼 흩어졌을 것이다. 청춘, 그것은 용기와 함께 의지를 필요로 했다.
'예술'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뭉친 여섯 청춘의 삶. 첫걸음을 떼었을 때, 그것은 생각보다 절망적이기도 했고, 풍요롭기도 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국 공통어
 
만국 공통어는 '말'이 아니다. 모두가 떠받들고 있는 '영어' 좀 못해도 된다. 각 나라마다 특이한 언어, 그런 것도 좀 못해도 된다. 통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이 통하면 된다. 어차피 말이란 것도, 이심전심을 위한 수단이 아닌가.
아트로드 대원들은 예술과 통하기 위해 떠났다. 通. 전해줌과 전해받음이 함께인, 통. 한국의 문화를 전하고, 더 많고 아름다운 예술들을 찾는다. 얼마나 이상적인 목표인가. 실리추구에 급급한 돈벌이가 아닌, 그에 비하면 진부하기까지 한 '예술'이라는 것이.
그러나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다. 스스로가 젊다고 생각하면 가능하다. 청춘은 그래도 좋다. 그래야 한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모두 행해도 좋다. 설령 그것이 남들 보기엔 답답하기도 하고, 진행 과정에 있어 수많은 마찰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잘 익혀지고, 달궈지며, 비로소 청춘의 피가 끓어 넘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희열, 그것이 제 삶을 찾아오는 것이다.

 
 ARTLOAD를 걷다

음악을 하는 사람도, 글을 쓰는 사람도, 술을 마시는 사람도, 춤을 추는 사람도.. 삶이 무료한 사람도, 정신없이 바쁜 사람도.. 모두가 제 인생의 아름다운 지도를 그려나가는 중이다. 특별한 활동을 해야 그것이 값지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 그리고 그 중심의 나의 삶. 그 모든 것이 예술이고, 문화다. 그 길위에 나 자신이 서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하나.
청춘, 당신의 피는 끓고 있는가.

[아트로드 관련 사이트 : www.junggleb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