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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마케팅 - 브랜드, 신화가 되다
김대영 지음 / 미래의창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잡지같은 책이다. 교보문고에 시간때울겸 갔다가 눈에 띄어서 집어들었다. 얼마전에 명품중독자가 쓴 글이 인기더니 이런 책도 나오나 싶어서 보게되었는데, 가볍게 영화한두편 보는 셈 치고 잡지처럼 보고 또 가이드삼아 놔두기에 괜찮다. 사실 명품 가격이 그 품질에 따라 매겨지기 보다는 그것이 주는 이미지에 따라 결정되듯 이 책도 그 내용자체보다도 명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체계적으로 서술해놨다는 것이 강점이다. 무엇이든 먼저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막상 그 내용은 우숩기까지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은 "콜롬부스의 달걀"우화에서도 알수 있지 않은가.

이 책의 구성은 크게 2개로 나뉜다. 명품 마케팅의 원리에 대해 서술된 1부와 우리가 명품으로 알고 있는 제품들에 대한 소개 및 이들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 2부가 있다. 사실 2부는 명품회사에서 마케팅 비용을 대준 것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단순한 브랜드소개에 불과해서 참고용으로 (만약 잘 모르는 명품 브랜드의 역사나 장점을 알고자 한다면 혹은 차후에 신중한(?)명품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 볼 수 있으나 그다지 학술적인 의미는 없다.

중요한 부분은 1부인데, 현대사회의 소비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이론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계급구분이 없는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계급을 규정하려고 한다는 "유한계급이론"이나 사람들은 본질적인 요소(상품의 질, 실용성, 구매합리성)보다는 비본질적인 요소(이미지, 기분, 상표)에 근거해 구매여부를 결정한다는 "발견적(heuristic)구매성향"에 대한 언급이 특히 주목할만한다. 그리고 명품이 계속해서 명품의 지위를 누리면서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는 이유는 사람들이 한번 믿어버린 것을 좀처럼 바꾸지 않기 때문이라는 "인식의 법칙"에도 고개가 끄떡여지고, 그러므로 관건은 더 성능 좋은 쥐덫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쥐덫을 만드느냐라는 "마케팅 우위론"까지, 가벼운 마케팅 입문서로는 제격이다.

필자는 명품은 다르고(Different) 나으며(Better) 특별한(Special) 것이라고 말하는데, 책을 읽고 나면 이것이 상품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이 상품을 포장하는 마케팅에 대한 묘사임을 자연스레 파악하게 된다. 명품을 명품으로 만드는 7가지 마케팅비결이 소개되는데, 이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지금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럭져리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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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 - '나'는 시기하지 않는다, 세상을 보는 글들 11
롤프 하우블 지음,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요새 문화계 전반에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성찰이 유행이다. 틱낫한 스님의 <화>부터 시작해 2002년 3월에 개봉한 영화 “복수는 나의 것,” 2003년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질투는 나의 힘” 등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법한, 그러나 남의 눈 때문에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들에 대한 소고(小考)가 줄을 잇고 있는데 롤프 하우블 박사의 <시기심>도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것일수록 쉬쉬할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고 긍정적으로 발산 혹은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이 책은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책이다. 일단 우리 삶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는—즉, 알면 나쁠 것 없으나 안다고 크게 도움되지도 않는—소재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늘 체험하는 감정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 하다. 직장 동료와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음을 느낄 때, 한동안 소식을 모르던 동창이 “잘 나가간다”는 소식을 들으며 가슴이 답답해질 때처럼 우리가 시기심을 느끼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근래에는 로또 대박 열풍이 불어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시기심을 느끼는 일이 더 잦아졌을 것이다. 사실 필자 같은 경우에도 책을 고를 때 신중한 편인데 이 책은 나오자 마자 덜컥 구매해 버렸다. 얼마 전에 친하게 알고 지내던 선배 하나가 참 탐나는 사람—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프로필로 보았을 때는 그렇다—과 결혼을 발표했다. 그 때 갑자기 속이 배배 꼬이는 경험을 하면서 이 시기심이라는 것이 잘 다루면 삶을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잘못하면 사람을 잡아먹겠구나…… 싶었다. 그 때 마침 이 책의 리뷰를 접했고 당장 구매하게 되었던 것이다.

<시기심>을 읽으면 이러한 감정이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으며 그에 대한 묘사라든지 경고 역시 참 다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것을 다 구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고증 자료와 인용이 눈부시다. 또 흔히 우리가 ‘시기심’이라고 통칭하지만 실제로 그 성격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시기심이라는 것이 다른 감정과는 좀 다르게 복잡미묘한데 시기하는 사람의 위치, 시기하는 대상의 성격 등에 따라 긍정적 시기심도 있고, 우울증이나 분노 혹은 적대감을 일으키는 시기심도 있다고 지적한 것은 예리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한 때 잘 나가갔을 시절의 자신에게 느끼는 “자기 시기심,” 혹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곧 자신을 따라잡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간격 시기심”까지 지적한 것을 보면 저자는 분명 ‘시기심 전문가’라고 칭할 만 하다.

풍부한 자료와 인용, 손에 잡히지 않는 소재임에도 그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있기에 <시기심>은 한가지 주제로 풀어나가는 여타의 인문학적 책들과는 다르게 현학적이라든가 지루하지 않다. 또한 군데군데 어색한 표현이 보이기는 하나 번역도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편이라 한번에 읽어 내려가기에 어려움이 없다. 필자는 본시 책을 읽을 때 유용하거나 감동적인 구절에 밑줄을 치는 버릇이 있는데 <시기심> 같은 경우는 줄 치지 않고 넘어간 페이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구구절절 동감 가는 문장이 많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화,” “분노,” “질투,” “시기심” 같은 것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감정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했듯이, 마냥 부정하고 억누를 것이 아니라 이를 더 잘 이해하고, 분석하고,또 때로는 역으로 이용함으로써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이 책 한 권이 전달하는 것은 단순한 인문학적 지식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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