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외 지음, 신상규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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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저전력으로 여러 가지 모델을 동시에 처리한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https://news.hada.io/topic?id=7001) 인공지능 서비스를 운영하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뇌는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단순계산 능력이야 컴퓨터가 압승하지만, 여러 가지 빛, 소리 등의 신호를 거의 동시에 처리하면서 하는 일에 비해 에너지 소비는 상당히 적습니다. 당분간은 인공지능이 쫓아가지 못할 효율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접했습니다. 이 책의 태반은 사례 소개입니다. 실제 사례가 아니라면 믿어지지 않는 일투성이입니다. 뇌는 연약한 신체기관이라 단단한 두개골로 보호받으며 웬만하면 망가지지 않도록 세심한 장치가 많이 되어 있지만, 뇌가 부분적으로 망가지거나 뇌는 괜찮아도 신경체계에 혼란이 생기는 일 등이 벌어지면 제3자로서는 섣불리 믿지 못할 현상이 벌어집니다. 절단된 사지를 여전히 의식하며 심지어 고통을 느낀다든지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현상을 목격하는 것도 모자라 듣기까지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가 뇌에 대해 아는 게 참 적고 인간은 금세 나약해진다는 사례가 쏟아집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던질 줄 안다는 점은 절대 부인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기는 합니다. 터덜터덜 완독을 해낸 후에 돌이켜 보았습니다. 저자가 내놓은 사례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대기만 하다가 무인도에 다다른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이 무인도에서는 종교를 빌미로 교만할 수도 없고 내가 보는 게 진리라는 아집을 부리지는 못합니다. 그 정도 깨달음은 얻게 되는 곳인가 봅니다. 그래도 무인도에 계속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듭니다.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이 빨리 발달하여 무인도에서 구조해 주길 바랍니다. 정처 없이 표류하기는 싫기에 다시 바다로 뛰어들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독자를 이다지도 방황하게 하는 책이 어디 더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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