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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재미있다. 요즘 난무하는 말랑한 에세이에 지치던 차에 곁에 두기 좋은 책이 나왔다.
원고지 4장, 800자 이내의 분량으로
매주 글쓴이가 한겨레에 적어낸 [말글살이] 칼럼을 가려뽑아 책으로 엮었다.
원고지 4장이면 에이포 반 장인데 진짜 뭔 말을 하려다가도 짧아서 못하는
'교묘한 형벌'같다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ㅋㅋ 그래도 이정도 길이가 읽기에는 딱 좋은 길이임에는 공감한다.
주제는 말과 글인데 바르고 예쁜 말, 맞춤법을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말을 바라보는 태도, 우리의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서체가 궁서체라서 이것도 새로움. 고급진 느낌!
질문 안할 책임 (p.25)
나이들수록 말이 많아진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혼잣말하는 숱한 어른들을 보라..
(중략) 말하기는 권력이다.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권력자다. 권력자의 말하기는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결국 명령이다.
어른은 질문을 자제할 책임이 있다.
질문하지 말고 감탄하라.
"하늘이 높구나" "그새 풀이 많이 자랐네" "의젓해졌구나"
미래를 묻지말고 과거를 얘기하라.
"할아버지는 이런 분이셨다" "여기가 엄마가 다닌 학교란다"
소소한 얘기를 하라
"이렇게 하면 밤이 모양나게 잘 깎여" "전을 망가뜨리지 않고 뒤집는 법을 알려주마"
질문은 젊은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