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낭독 살롱 - 그림, 음악, 패션, 권력을 낳은 연애 스캔들
이동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Omnia vincit Amor)."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그의 작품 <목가>에서 이 구절을 언급했다. 그는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며 우리는 또한 사랑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로테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가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던 자연도, 평화로움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대체 사랑이 뭐길래 이토록 우리를 괴롭게 하고 슬프게 하며 고독에 몸부림치게 할까?

 

정말 사랑이 모든 것을 정복할까? 순진하게만 보이는 큐피드의 화살이 가슴을 파고들면 사랑의 노예가 되어 영혼을 바쳐야 할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이런 19세기적 연애 로맨스가 먹혀들기는 할까? 이런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가령 중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했던 사랑의 다시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이 책은, 분명히 다르다. 연애 불구니, 픽업 아티스트니, 채팅이니 뭐니 하는 요즘의 스마트하고 스피디한 사랑 방식에 비하면 그들의 사랑 방식은 아날로그적이다 못해 녹슨 골동품 같기까지 하다. 그래서 다시 찾게 된다.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그 오래된 감정을.

 

큐피드는 여전히 화살을 날려대고 있을 것이다. 근데 목표물로 정해진 사람의 가슴이 너무 굳어서 딱딱해졌다거나 온몸에 철갑을 두르고 산다거나 돌부처가 되지만 않았다면 분명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괴로워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SOS를 외치며 장문의 연애편지를 써 부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나오는 22가지 연애 로맨스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그동안 몸을 지배해온 야무진 철갑을 녹일만한 화력을 지닌 그런 난로 같은 책이다.

 

단테, 피카소, 카사노바, 나폴레옹, 조르주 상드, 존 레넌, 샤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장들이 몸바친 예술과 정치의 속 깊은 곳에는 바로 연애가 있었다. 지독한 연애가 없었다면 그들의 빛나는 업적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극한에 이르는 집착을 보여주는 카르멘과 호세. 이런 관계는 요즘에도 흔하다. 자유로운 사랑을 원하는 여자와 소유하려 드는 남자처럼. 또 조르주 상드와 쇼팽의 이야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그녀는 그 시대 모든 남성을 굴복시켰고, 그들의 정신력을 빨아들여 작품을 쓰는 창녀다." 상드에 대한 보들레르의 평이다. 천재 연주자 쇼팽도 그녀의 품을 그리워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이렇듯 예술가들의 사랑은 영혼을 다 바칠 정도로 진실하다. 그 외에 샤넬 NO. 5를 탄생시킨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사랑, 피카소의 무지개 같은 일곱 여자와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명대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제목으로 단 잉그리드 버그먼과 로셀리니의 사랑도 흥미롭다.

 

사랑은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 따위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가벼운 유흥도 아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니 평생 이루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랑을 보면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사랑은 하지만 사랑하는 것은 아닌 사랑(?)보다는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지게 된다.

 

올컬러에 명화들이 곁들여져 있어 보는 눈도 즐거운 책이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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