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쓸모 - 가정 폭력 트라우마를 넘어 회복과 치유의 여정으로
유수경 지음 / 책과이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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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츠기(金継)라는 일본 고유의 도자기 수리 기법이 있다. 보통의 도자기 수리는 깨진 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다듬기 마련인데, 이 기법은 세간의 상식을 뒤집는다. 깨진 도자기를 버리지 않고 금가루나 은가루로 균열을 장식하여 신비로운 도자기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공예. 언젠가 실제로 이 기법을 사용한 도자기를 만났을 때, 나는 단박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매끄러운 도자기의 피부 위, 신비롭게 아문 흉터 자국이 운동선수의 펄떡이는 정맥처럼 구불구불한 금빛을 뿜어내고 있었으므로.

 

도공에 의해 구워지면서 완전(完全)을 약속받은 도자기는,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폭력에 휘말린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손끝이 잠자리 날개를 뜯고, 돋보기로 개미를 태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렇게 당겨진 방아쇠. 그건 분명 선반 위 도자기가 원한 것이 아니었으나, 세계의 주먹구구는 주먹 쥔 손으로 구구단을 외고, 휘청이는 도자기는 팽이처럼 척추를 곧추세우고자 노력하지만. 늘 한결같은 중력은 예외를 허용치 않고 그를 정조준한 탓에, 사물의 비명이 정적을 채운다.

 

아차. 무결한 신전에 오물이 묻었다. 하얀 옷을 입은 관습이 몰려와 울퉁불퉁한 조각을 비난한다. 왜 매끄럽게 존재하지 못했냐면서. 사람들 사는 게 다 그런데 왜 너는 균형조차 잡지 못해 이런 못난 꼴을 보이냐며 질책하고, 손가락질하고. 그럴 바에는 완전히 녹여 새것이 되는 게 낫겠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유체 이탈 화법을 시도하는 개나 소나 대단한 너나 나나. 그래 누굴 탓할 필요도 없이 바로 첫 번째 나. 완전한 모양인 척 거드름 피우는 두 번째 나. 기계적 연민을 품고 손가락 클릭으로 애도하는 세 번째 나.

 

위로한답시고 섣부르게 전한 말이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유수경작가의 상처의 쓸모를 읽으며 깨달았다. 사실 이 책은 독서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가정폭력을 겪으며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던 중학생 소녀의 자살 시도. 그것도 여러 번. 약물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서 눈을 뜬 이야기와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 트라우마가 상처의 중심 서사로 기능하기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는 쉽게 읽혔으나 페이지는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종이가 한 장씩 넘어갈수록 작가의 상처가 쌓이는 기분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부담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몰입했다. 감정 과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담담한 서술과 사건에 내재한 비극 사이의 괴리. 이 거리가 너무나 커서 읽는 내내 독자인 내 마음을 출렁이게 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는 그냥 둔다고 나아지지 않아요. 사람의 기억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흐려지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안에 잠복하고 있다가 삶 곳곳에 마찰을 일으킵니다,”

 

마찰이 수류탄 파편처럼 등장하여 작가의 상처를 헤집어놓는다. 피고름이 멎고, 겨우 생긴 딱지를 누군가 다가와서 억지로 떼어낸다. 때로는 행동으로, 의식적인 말로, 무의식적인 위로로. 어쨌든 가늠할 길 없는 폭력의 덩어리가 파도처럼 처절하게 밀려들어 암초에 부닥쳐 산산이 조각나는 개미지옥. 멈추지 않는 출혈만큼 생은 희박해지고, 남편의 사랑과 태권도 관장님의 애정으로 간신히 일어섰다가 다시 수십 년 전의 자신과 마주하며 넘어지고.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후, 작가는 빈번하게 자신을 무너뜨린 다음 재조립한다. 기억을 재구성하고 현장으로 들어가 어린 자신과 주변을 돌아본다. 굳은살이 박였다가 생채기가 생기는 악전고투 속에서. 나는 한 인간을 향한 동정이 아닌, 자신을 극복한 인간이 내게 전하는 위로를 느꼈다.

 

조금 이상하다. 자신의 상처를 담담하게 꺼내놓는 이야기에서 희망을 느낀다니. 이건 마치 남의 장례식장에 가서 춤추고 노래하는 일과 다름없지 않나. 하지만 우둔한 내 머리로는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여전히 상상에 빠진 나는, 부러진 뼈가 더욱 단단하게 이어지는 슬로우모션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조각난 균열에 접착제를 바르고, 어긋난 것들을 서로 이어 붙여나가고, 흉터에 금가루를 뿌려 불후의 명작이 태어나는 장엄한 순간에는 입을 다물어야 하니까.

"마음의 상처는 그냥 둔다고 나아지지 않아요. 사람의 기억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흐려지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안에 잠복하고 있다가 삶 곳곳에 마찰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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