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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현대사 - 우리의 오늘을 만든 작고도 거대한 36가지 장면들
김태권 외 지음, 팩트스토리 기획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유퀴즈온더블럭’이란 티비 프로그램이 살아있는 위인들에 대해 인터뷰하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다. 그중에 지금 딱 떠오르는 분이 있는데. 93화에 나왔던 곽재식 작가님이다. 그분의 멘트를 나는 아직도 수시로 따라 한다. “궁금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 궁금할 수 있다. 나도 무언가에 대해 계속 알고 싶다. 기회만 닿는다면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는 ‘유퀴즈온더블럭‘의 책 버젼 느낌이었다. 사소하지만 왠지 궁금한 질문들, 현대사의 그 순간들을 살아간 사람들에 대해 이 책이 말해준다. (학창시절 시험 기간마다 방대하게 다루던 조선 시대 말고 기말고사 끝나고 배워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었던 현대사 그 부분 궁금할 수 있잖아요~)
이 책은 1988년부터 지난 30여 년간의 ‘현대사’ 키워드에 가장 많이 언급된 주요 키워드를 한겨레 아카이브를 통해 발굴하고 정리한 책이다. 치킨에서 탈모까지 문화, 정치, 경제, 여성, 변화된 범죄 등 전반적인 현대사의 흐름에 대해 다양하게 짚어준 점이 좋았으나 한 목차당 깊이 있는 내용은 다소 짧은 느낌이 드는 게 조금 아쉬웠다.
가까운 과거는 경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십 수백 년이 지난 뒤 뒤돌아보면 아찔한 역사로 남을 일임이 틀림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엔 사소할지라도.
내가 엮어나가는 사사로운 일상은 국가의 안위와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이어갈 수 있다. 역사를 배우는 나이에 접어들면서부터 종종 떠올렸던 것은 이 나라의 안전과 자유에 내가 빚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 빚을 갚는 방법은 기억하고 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다 알지 못한다. 누구에게 빚을 졌는가. 누구를 기억해야 하는가. 그래서 틈이 나면 읽으려고 한다. 기억하고 전하기 위해서.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를 읽고 기억해야 할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또 새삼 놀란다. 익히 알고 있는 분들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인물과 그에 얽힌 사연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에티오피아의 코리안 빌리지에 사는 ‘턱이 없는 노인’으로 불리던 함테기욜기스 할아버지 사연에 눈물이 났다. 보도연맹 학살 희생자들의 신발들 사진 또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고 노회찬 의원과의 의외의 인연이 있는 정치인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국제정치인으로서의 김대중 대통령 삶도 짧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나는 이 책장을 덮는 대로 조금 더 알아볼 참이다. 이 책을 통해 기회를 얻었다.
전연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책을 보면서 왜 몰랐나 싶었던 사건은 고대 이대 축제 난입 사건이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일인 거 같지만 무려 12년간의 전통(?) 이었다니 충격적이었다. 결코, 사소하게 치부될 역사가 아니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이 책이 가깝지만 아찔하고 빛나는 순간을 살아낸 분들에 대해 모르고 넘어갔던 부분들을 짚어줄 것이고 더 깊이 파낼 용기를 줄 것이다.
책을 덮고 표지 마지막 부분에 적힌 질문들에 대해 초성으로 답한다면?
1.ㅇㅅㅁ 2.ㄱㅇㅈㅂ 3.ㅈㅍ ㅍㅈ 4.ㅅㄹㄷ 5.ㄱㄷㅈ
재밌게 풀었습니다. 감사해요, 작가님들!
- 한겨레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