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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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있다. 숲 안에는 우리가 꼭 보고자 하던 장소가 있고 그곳으로 가는 길이 두 갈래로 놓여 있다. 하나의 길은 곧장 그 길로 나아가는 길이고, 다른 길은 숲을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길이다. 박솔뫼 작가의 이야기는 두 번째 길과 닮았다. 사건을 중심으로 촘촘해지는 소설들과 한 사람을 깊이 파고들면서 세밀해져가는 소설들이 주로 있었다면 박솔뫼 작가의 소설은 그런 사람이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마치 혼잣말처럼.

 

혼잣말을 한다. 누군가는 그 말들이 쓸모가 없어서 다른 누군가와 섞이지 못하고 작게 웅얼거리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속에서 삼켜내는 말이 있는가 하면 기어코 밖으로 터져 나오는 말들이 있다. 혼잣말은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제 안에서 나온 말들이 아닐까. <우리의 사람들>의 인물들은 그래서 튀어나왔다. 갑자기 다른 생각을 하듯이 주변을 훑으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토로하던 인물들은 결국 우리가 처음 보고자 했던 그 장소로 매듭을 짓는다.

 

처음에 이 전개가 너무 어려웠다. 이해를 하기 위해 지나온 문장들을 되돌아가 다시 되새김질 했다. 이쯤 되면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거대한 변화가 인물에게 들이닥칠 것이라고 나는 그 폭풍우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아주 일상적인 부분을 터치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가장 일상적인 부분에서 비롯된 상상의 공간들이 있었고, 그 상상의 공간마저 일상을 위해 자리를 충분히 내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제목들. ‘우리의 사람들’, ‘건널목의 말’, ‘농구하는 사람’, ‘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자전거를 잘 탄다’, ‘매일 산책 연습’,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 처음에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보다 직관적이고 충실하면서도 일상적인 현실과 일상적이지 못한 상상을 뒤섞기에 가장 무난하고 튼튼한 통이 아니었던가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나니, 여전히 몽상에 빠진 것 같다. 몽상 속에서 막 빠져나왔는데 나는 꿈을 꾸듯이 이야기 속을 다녀온 게 아니라 그저 박솔뫼 작가식의 동면을 했던 것은 아닐까 의문스러워진다. 가장 공감하며 읽은 이야기는 건널목의 말인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였다. 언젠가 어떤 편집자의 인터뷰에서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은 모두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다들 높낮이 없이 자신의 색을 띄고 있다고. <우리의 사람들>은 박솔뫼 작가의 이후가 궁금해지게 만든 소설책이었다.

 

 

39page. ‘건널목의 말

- 말을 하려고 들면 마음이 무겁고 괴롭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https://blog.naver.com/waycats/222259839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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