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잇비 > 조금 다른 추억.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뒤늦게 은혼 13권을 주문하러 알라딘을 들어왔을 때, 보았다. 그녀의 신간이라는, 예약 주문을 하면 더 할인해준다는 내용의 이벤트창을. 아주 잠시 망설였다. 내가 유일하게 읽는 소설을 쓰는 작가. 슬픈 이야기임에도 날 울리지 않는 작가. 읽고 난 뒤에도 며칠이나 슬픔에 빠지게 하는 작가. 그런 작가인 그녀가 내는 새로운 책. 다른 것도 필요 없이 이젠 그녀의 이름만 보고도 책을 고를 정도가 되었다는 것에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더욱 슬픈 것을 찾는다는 생각 때문일까.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끌여당겨지고 싶기 때문일까.

 

여자고등학교는 참 이상하다. 마음이 편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서먹하다. - 손가락 中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편한 건 고등학교라는 울타리이기 때문일거고, 서먹한 건 울타리 속의 사람들 때문일거다. 사람들이 싫은 난 언제나 그렇게 느꼈다. 기쿠코처럼.

우리의 목소리는 어떤 류의 인사를 할 때면 제멋대로 요란을 떤다. 목소리와 감정은 별개다. - 손가락 中

전화를 할 때면 제일 많이 느끼는 것. 과연 내가 듣는 이 목소리에 그 사람의 감정이 담겨있는 걸까? 나는 내 감정을 목소리로 내뱉고 있는 걸까? 가면처럼, 표정을 가리기 위해 쓰는 가면처럼 감정을 가리는데 목소리를 쓰고 있는 건 아닌가.

나는 늘, 새로 들어온 사람이 좋다. 같은 사람과 오래 사귀는 것보다 청결하고 마음이 놓인다. - 손가락 中

사귐을 청결하다 표현할 수 있다니. 오래 사귀면 때가 타고 더러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문득 실감해버렸다. 그렇다고 나는 늘 새로운 사람을 사귈 준비가 되어있는 것도 아닌데.

유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대체 '모두'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모두'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따돌릴 때 외에는. - 초록 고양이 中

나는 언제나 그래왔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친근해야 했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부분을 읽다가 느꼈던 건, 그러고 있는 동안 나는 따돌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 따돌림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사실.

"미안해."
 그 때 바로 뒤에서 조그만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에미가 미간을 찌푸리고 서 있었다.
 "이런 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잘 대해 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심장이 터져나갈 듯 쿵쾅거렸다. 나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 - 초록 고양이 中

이런 경험이 있냐고? 물론. 언제나 인연을 쳐내는 건 내 쪽이었기에 나는 항상 아무렇지 않아야 했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상대방은 그 자리에 없었다. 단 한 명, 날 붙든 친구를 빼곤. 결국 그 친구는 날 울게 했었지. 끊임없는 회상 속에 잡힌 건 그런 것 뿐이었다.

일단 죽은 후에 다시 산다.
 그 말이 나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되었다. 일단 파괴한다는 것. 나 자신은 물론 주위까지.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알아버렸다. 파괴하면 돌아갈 장소가 없어진다는 것을. - 사탕일기 中

자신이 없다. 과연 나는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돌아갈 장소도 없이 그렇게 혼자일 수 있을까. 나는 모순적인 인간이라 그렇게 못할 거라고 단정지었다.

그러고 있으면 굉장히 안심이 된다. 주위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러고 있으면 나만의 세계에 있는 셈이다. 이어폰에서는 스피츠(Spitz)가, 다시는 좋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 모든 것, 이라고 내 귀에만 속삭인다. - 사탕일기 中

많은 사람들 속에서, 흔히들 말하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그것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혼자 다니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누군가와 잡은 손을 놓아버린다. 안심이 되냐고? 글쎄. 그건 나도 아직 잘 모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울 준비는 되어있다』, 『도쿄 타워』는 책을 덮는 순간 남아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었다. 언제나 그녀의 책은 그랬기에 이번만은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차마 책에 줄을 그을 수 없어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표시했다. 막연하게 슬픔이 그리울 때 다시 펼 수 있게. 혹여 이렇게 리뷰를 쓸 마음이 생기면 다시 읽을 수 있게. 하지만 왠 걸. 그녀는 언제나처럼 나에게서 감정이란 녀석들을 모두 빼앗아갔다. 여기에 쓰지 못한 부분에도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나는 거기에 무얼 쓰고 싶었는지 이미 잊어버렸다. 이래서 나는 그녀의 소설을 읽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녀도 모순적인 인간일까.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인간인 나를 빠져들게 만드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마치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처럼 읽고 또 읽고, 결국은 중추 신경을 점령해버린 그 무언가 때문에 정신까지 놓게 만드는 것일까.


불행한 여고 시절을 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 속의 그녀들도 그러할테니까. 나도 그녀들처럼 조금 다른 추억을 남겼을 뿐이니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 더 우울할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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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울보 > 열일곱살의 젊음,,
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류 , 그의 소설은 처음이다.
요즘 왠지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건 아마 비슷한 정서를 가진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들때문이고 여기저기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일것이다
69년 그건 작가의 17살때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지금은 소설가가 되어잇는 그가 겪은 17살때 그때의 이야기들

내나이 17살때는 나는 무엇을 했던가
고등학교 이학년 그저 대학이란 목표를 위해서 밤낮으로 공부를 하던그 시기에
우리의 주인공들 야자키 겐스키는 고등학교 3학년
공부잘하는 아이들속에 섞여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냐면 그건아니다
언제나 아웃사이더처럼 아이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 괴짜로 통하면서 늘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고 잇었고 사고의 위치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아다마 공부잘하고 모범적이던 그도 겐스키랑 어울리면서 새로운 젊은시절에 빠져드게 된다

겐스키는 공부보다는 문학쪽에 관심이 많았다
영화만들기를 꿈꾸고 꿈을 현실로 어쨌든 만든다,
그 어린시절 철모르고 무엇이든 도전하면 될것같은 그시기에 사랑또한 빠질수 없는일이다

나는 잘모르겠다
이책을 읽은이들은 69년이라는 시대를 얼마나 이해하면서 이이야기를 읽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우리엄마 배속에 있었을때
그때 고3을 겪은 한 남자아이랑 그 친구들 이야기
반항하고 싶엇지만 그 반항의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방법으로 택한 아주 짜릿한 사고들
학교에 낙서하고 선생님에게 대들고
선생님에게 대들다 맞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저런 못된 선생님들 별로 그리 크게 잘못하지 않았는데
하면서 속도 상햇다
아마 그랬을것이다 시대가 그랬던것같다
내가 고등학교를 보낸 80년대후반에는 대학생들의 데모에 고등학생들이 끼어들까 언제나 노심초사 하던 선생님들
아마 그시대도 그랬던것 같다

그시대에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고
저지르고 싶었을때 그 시대를 겪으면서 나만의 방법이었을것이다,
그는 즐겁게 살기를 원햇다
즐겁게 살수없는것은 죄라고 생각한 작가가 즐겁게 살기 위한 방법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요즘 아이들도 즐거움을 모르고 산다
언제나 입시의지옥에서 학교 도서관 학원..
그들도 즐겁지 않을까
하기야 요즘 대학생들도 즐겁게 살지는 못하는것같다
취업에 얶매여서 젊음을 즐길시기를 잃어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아마 살기가 더 답답하고 각박해져서 일것이다

젊음 즐겨라
너무 답답하게 살지 말고
그렇다고 내 아이가 즐기겠다고 말하면 난 어떻게 대답을 해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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