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elerated C++ : 예제로 배우는 진짜배기 C++ 프로그래밍 - C++ in Depth 시리즈
앤드류 쾨니히 외 지음, 곽용재 외 옮김 / 인포북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글쎄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입문서로서 소개하시는 데요..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이 책을 입문서로 소개하시는 분들은 아마 C++을 비롯한 프로그래밍 경험이 이미 꽤나 있으신 분들 같습니다. 전 이제 기본 문법서를 겨우 뗀 초보이고, 더구나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엔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 혼자서 이 책에 도전하신다면 아마 열이면 열, 모두 좌절할 거라고 봅니다.

전 이 책을, 14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기본서를 힘들게 뗀 기념으로 잠시 복습이나 하며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선택했습니다. 물론 STL을 중심으로 색다르게 쓴 재미난 입문서라는 리뷰를 보고 말이죠. 이 'C++ in Depth' 씨리즈에 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는 C++ 창시자 비얀 스트롭스트럽은 자신의 머리글 앞에 이런 문구를 달아 놓았죠. '줄여 쓸 시간이 부족해 평소보다 글이 길어졌다.' 이 문구가 이 씨리즈의 컨셉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어 1장, 2장을 읽을 때 전 거의 열광했습니다. 이렇게 간결한 표현으로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니.. 다른 책에선 한 문단에 걸쳐 설명해 놓고도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던 개념이, 단 한 구절로 명쾌하게 설명될 땐 정말 놀랐습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듯이 설명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개념적입니다. 근데 그러면서도 간결, 담백한 겁니다. 결코 자상하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쉽게 툭툭 뱉어 놓았는데 그게 참 멋집니다. 아마 저자가 고수라서 그런 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여기에 또 애로가 있는 겁니다. 고수의 말은 아무래도 알아먹기 어렵다는 게 문제죠. 저자는 초보독자를 배려해 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책은 타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정된 지면에 간결성을 컨셉으로 하고 있으니 어려움은 더욱 큽니다. 구절구절 많은 것이 암시적으로 생략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그걸 모두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즉 독자 스스로 생략되어 있는 지식을 찾아 습득해야 하고 스스로 의미를 찾아 내야 합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큰 미덕이자 단점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만일 제가 이전에 습득한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아마 이 책은 최악의 책으로 기억되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지금 전 아주 만족스럽게 이 책을 보고 있답니다. 이 책은 끊임없이 기본서를 뒤적이게 만들고 개념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금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죠.

다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제 책을 반 정도 봤는데 솔직히 점점 처음의 열광은 거품처럼 빠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본격적으로 STL을 다루면서 아무래도 그저 그 용법만 무미건조하게 이어지니 영감을 주는 고수의 '멋진 한마디'도 뜸해지고, 그렇다고 STL 용법의 세세한 것까지 다루는 것도 아니라 STL에 관해선 다른 책을 또 봐야 할테니.. 재미가 예전만 못하답니다. 여하간, 예전의 터무니 없이 난해한 엉터리 교재 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던 분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쉽고 친절한 좋은 교재가 많은 상황에서 이 책은 타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자들을 귀찮게 하는 꽤나 괴팍한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처럼 혼자 공부하시는 분들은 꼭 다른 기본서를 떼고 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은 분명 귀차니즘의 압박을 무릅쓰고서라도 일독할 가치는 있습니다. 찬찬히 보시면서 저자가 마련해 둔 행간에서 C++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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