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파버
막스 프리쉬 지음, 봉원웅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독일어권 대표적 현대작가 막스 프리쉬의 수작 <호모 파버>를 전문가의 깔끔한 번역으로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유물론적 세계관에 입각해 합리적인 계산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파버는 그가 예기치 못했던 숙명적인 만남으로 의식하지 못한 채 근친상간을 범하게 되고 강제적으로 다시 자신의 과거의 문제들과 만나게 된다. 계산, 통계, 확률과 같은 현대인의 일상적,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는 우연과 숙명은 극적으로 현현하고, 이는 다시 삶의 의미를 묻게 한다.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상막하고 병적인 관계들은 사랑하려 하나 그것이 불가능해진, 충일한 관계가 예외가 되어 버린 현대사회의 모습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반영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무거운 주제들을 예쁜 표지의 자그마한 이 책은 간결한 문체로 파리에서 그리스로까지의 아름다운 여행과 아우르고 있어 봄날의 밤을 미묘한 감정의 교차 속에서 쉬이 가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