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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49
김나은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평점 :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미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섯편의 소설은 저마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개되었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우리가 다른 행성의 존재를 만나게 되면 그 존재와 어떻게 교감하며 살아가게 될까? 서로 다른 존재를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존재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형식적인 것이 아닌 내적 교감이라는 걸 이야기하는 듯하다.
죽은 사람이 우리 곁에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외형은 같지만 기억과 내면이 달라진다면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있다. 죽음과 비죽음 사이에서 달라진 존재를 격리할 것인지 어우러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 선을 가지고 사람들을 구분하는 인간의 속성이 반영되어 있다. 단지 차별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나다움은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나'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내가 상상한 것을 로봇이 이루어준다면, 상상이 실현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분노, 기쁨 등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한 상상들을 로봇이 실현한다면. 오랜 시간 간병을 하고 있는 가정 안에서의 상상이 실현된다면, 아마도 세상은 서글픔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어쩌면 로봇이 오류가 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고백, 화해 시도, 거절이 예상되는 부탁... 마주하기 어려운 상황을 로봇에게 부탁한다면? 어려운 상황의 고비를 넘어서면 순탄해질 일들을 로봇에게 부탁한다면, 그건 내가 극복한 것일까, 로봇이 행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일까? 회피하고 싶은 순간에 로봇의 결정적 도움이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함으로써 한층 성숙하게 되는 인간의 본모습을 조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나왔던 플루토.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박탈받은 데에서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이 흥미로웠다. 플루토가 행성이어도 어니어도 존재함으로써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케 하는 이야기다. 위치가 바뀌어도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존재함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존재함의 의미는 관계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말해 주는 것 같다.
과학 기술의 발전.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전되어도 인간의 욕망은 결코 변하지 않는 본질로 남을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해서 지어진 소설들 우리가 어떻게 관계 맺음을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주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