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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 ㅣ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평점 :
대학에 다닐 때였다. 기숙사 식당을 관리하는 분들 중 한 분은 북에서 넘어오신 분이었다. 그는 바코드를 찍고 들어가는 앞에서 학생들이 무단으로 식당을 이용하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묻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북이 아닌 곳을 선택한 사람은 북의 체제에 이상을 느껴서일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이끌림에 의해서일지. 왜 북을 떠나게 되었는지 등의 궁금함이 떠나지 않았다.
광민, 여름, 설이 세 청소년이 북의 경계를 넘어 원한 곳은 바다였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마무리 되는 소설을 통해 희망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세 청소년이 북의 경계를 넘어오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광민만이 어머니의 행위로 인해 강제로 북을 나오게 되며 북을 떠나는 결심을 하게 될 뿐, 여름과 설이가 북을 벗어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모호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세 청소년이 북의 경계를 넘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과정들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배신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도움(조력)을 받는다. 북을 벗어나기만 하면 될 것 같았던 여정 속에서 불안함이 긴장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세 청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자유를 희망한다는 것, 자유를 꿈꾼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대를 잘 타고난 덕에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내게 억압은 낯설고 어설픈 감각이다. 순종이라는 말로 억압마저도 감내했었던 까닭에 무엇이 진정 자유이고 억압인지의 경계가 모호한 채로 살았다.
단순히 남의 자유를 동경하지도, 제 3세계에서 희망을 이야기하지도 않지만,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통해 자유의 의미를 희미하게 펼쳐내고 있는 작가의 감각도 눈여겨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