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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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승섭은 '장애의 역사'에서 살아가면서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회적 권력을 지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낯선 타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불편한 시선, 불편한 환경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우리'라는 말로 결집력이 강한 사회이다. '우리'에 소속될 때에는 몰랐던 이야기들은 '우리'의 틀을 벗어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배제의 힘이 작동한다.

윤슬빛 작가의 '플랜 B의 은유'는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겪는 섬세한 심리를 다루고 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전에 사회적 편견과 개인들의 편견과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마냥 낙관적이지도 마냥 어둡지도 않게 그려내면서 한 존재로서 단단하게 살아갈 힘을 길러주고 있다.

어쩌면 개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는 소수자성을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존재로서의 귀중함을 알려주는 듯 하다.

인간의 존재함은 차이를 통해 드러난다. 그러나 전체성에 익숙해있던 우리의 사회에서 차이는 차별의 다른 이름으로 발현된다. 인간의 존재함은 차이를 다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들을 고립되거나 차별로 느끼지 않도록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케 한다.

삶이라는 근본적인 의미와 존재로써 살아감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여자친구가 생긴 건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라고 말해 주려다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나도 모르게 거르지 않은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야, 넌 내가 남자 좋아한다고 하면 어떨 것 같냐?"

"헉, 설마 나냐?"

"너겠냐?"

.........

"네 맘이 중요하지 내 맘이 왜 중요한데." 하고 덧붙였다.

18쪽 플랜B의 은유 중

그 모든 계획들이 실패하더라도 일상은 또 다른 반짝이는 순간들로 채워진다는 것. 은유는 이미 오래 전에 그걸 배운 것 같았다.

29쪽

여기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집으로 돌아가는 거겠지? 아님 다른 곳으로 또 떠나거나, 다들 뭔가를 잊기 위해 떠나는 걸까?

어떤 건 잊고 어떤 건 잊지 않으려고 떠나는 게 아닐가? 다 잊어버리면 좀 슬프니까.



너는 무엇을 잊고 싶었어? 무엇을 잊지 않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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