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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 ㅣ 창비청소년시선 44
최설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평점 :
나는 여전히 중학생의 세계에 살고 있다.
30여년 전의 나는 나의 세계에 몰두하느라 친구들을 둘러보지 못했다.
살고 죽는 문제, 특히 죽음에 관한 우울이 나를 뒤덮었던 것 같다.
중학생 특유의 톡톡 튀는 발랄함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우울이란 감정은 너무나 컸다.
늘 '언니들'과 어울렸던 터라 또래보다 어른스럽게 다녔다.
그것에 좋은 것인 줄만 알았다.
오늘도 나는 중학생의 세계에 살고 있다.
내가 마주한 중학생의 세계는 폭풍 같다.
폭풍 전야 처럼 고요함 뒤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폭풍에 가려진 몽글몽글한 세계를 둘러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핑크 라는 말이 주는 설렘처럼,
최설의 시는 설렘이 가득 담겨있다.
중학생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반 아이들이 한 명씩 떠올랐다.
거대한 폭풍을 마주하느라 놓치고 있던 중학생 아이들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졌다.
그래, 오는 00이는 먹는 이야기로 흠뻑 젖어있었지.
맞아, 오늘 ㅁㅁ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만났었지.
선배가 부르는 소리에 잔뜩 긴장했던 ㄴㄴ이도 있었지.
홍콩 할매 귀신을 부르짖으며 화장실 가기를 겁내했었던 나의 어린 추억까지 소환했다.
아이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했건만,
나의 감각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몽글몽글, 말랑말랑한 세계에 젖어 들어
오늘의 아이들을 다시 본다.
아이들은 오늘도 중학생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곱창 순대 닭발
삼겹살 노릇노릇 쌈장에 푹 찍어서 크으 콜라 한 잔에 온갓 시름 싸르르 넘어간다
떡볶이 오뎅 김밥 말고
곱창 순대 닭발
여중생 맞고요
아줌마 곱창 1인분 추가요
- 취향 저격 전문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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