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스콜라 창작 그림책 38
허정윤 지음, 이명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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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몸은 힘들고, 삶의 무게는 여전히 무겁고. 

'지각'이라는 말에 까짓 늦으면 어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늦어도 괜찮다고 하는 말이겠지 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체에 나도 모르게 책을 펼치고 있었다. 

길이 막혀서? 아파서? 혹은 무언가 피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표지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이야기 속에 

작은 생명체 하나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작은 생명체는 위태롭게 자기 길을 간다. 

멈칫 멈칫 돕기를 위한 눈짓은 있지만, 쉽게 나서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 

그리고 잠시 멈춰 선, 누군가의 손길. 

그래, 우리는 서로 이렇게 도우며 살고 있는 거지 싶었다. 

늦어도 늦지 않았다. 

어느 엄마가 강아지 산책을 시키기 위해 딸을 내 보냈더니 비가 왔다고 한다.

어쩌나 하며 밖을 내다 보다 엄마가 본 풍경 

딸 아이가 강아지의 야외 배변봉투를 머리에 쓰고 있고, 강아지는 아이의 가방에 있었다. 

강아지를 위하는 아이의 마음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삶의 무게는 사소한 따뜻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작은 생명체를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잠깐의 멈춤. 

그런 것이 필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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