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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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방학 중에 구입하였습니다. 구입 동기는 내용보다는 제목에 더 있었고, 구입을 망설이는 도중 책의 저자가 하버드대학교 교수이며, 이 책의 내용은 하버드대학교 수업내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소개를 보고 강연 동영상을 보게 되면서 구입을 확정하였습니다.
책의 저자는 정치철학교수로, 강연동영상을 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수업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저에게는 단편적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법학이나 철학이나 어느 학문에서나 몸에 와 닫는 가르침은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도 열 개에서 스무 개 정도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사례는 아쉽게도 답은 없으나, 선택지는 단순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례는 긴박하고 그 순간에서의 선택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기에, 답을 내리는데 오래 걸리는 것 자체가 답을 맞히지 못하는 걸로 느껴집니다. 답을 고르게 되면, 더욱 어려워지는 건 그 답을 선택한 논리이며, 그 논리를 생각하고 책을 넘어가다보면 일반화를 해야 하며, 저는 대부분의 답에 대해서 일반화를 하지 못하고 모순을 저지르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나 사례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살면서 선택해야하는 수많은 과정 속에서, 이러한 도덕적인 내지는 정의에 대한 논리로써 살아가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누가 이런 것까지 사유하면서 사는가 생각해보면, 정말 적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정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책의 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판단됩니다. 철학자도 대거 등장하며, 문체도 많이 딱딱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많이 읽힌(많이 구매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유는 정의라는 단어에서 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나 아쉬운 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어렵기에 이 책을 읽는다는 것과 동시에 정의에 대한 사유조차 포기하게 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꾸역꾸역 읽으며 정의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끝까지 읽다보면, 어느 샌가 작은 행동에서도 정의로운 행동인가 고민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정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몇가지유형, 공리주의적 정의나, 자유주의적 정의 등을 생각합니다. 마냥 어린아이들도 정의의 용사 등은 알 것입니다.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정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의가 무엇이냐고 말하면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의는 필요 없다 같은 대답은 나오지 않는데, 이는 우리마음에도 정의를 갈망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기본적 가정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정의를 지킨다고는 말 못해도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옳은 일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기도 어렵습니다.
정의를 지키는데 있어서, 이 책에서 중요시 하는 건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지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만, 어느 상황에서만, 어느 순간에서만 적용되어지는 건 정의가 아닙니다. 정의라는 개념에서 일관된 논리를 찾아내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착한사람들만 모여서 사는 세상이 오더라도 규칙은 필요하고 법이 필요하게 되는 건 우리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고 정치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라는 개념은 도덕이나 양심에 결부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와 법과 사회 전반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입니다. 다만 누구도 정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여러 철학자가 내리는 정의에 대한 개념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개념의 반박으로 각 장이 마쳐지며, 그 반박으로부터 새로운 개념이 도출되고, 다시금 그 반박으로 다음 장으로 넘어갑니다. 따로 기술되어있지 않지만 각 장의 순서는 반박하기 쉽고 그 개념이 발전되기 쉬운 방향으로 기술되어있고, 단지 시간순서대로 구성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이 있습니다.
공리주의적 정의는 공동선의 최대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어찌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공동선의 최대화만 추구하다보면 분명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이를 단순히 최대다수 최대이익을 위한 희생이라고 정의의 이름으로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유주의적 정의는 공리주의적 정의를 타파하고 그 안에서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게 되고, 자신이 선택한 것이 존중받는 사회가 됩니다. 그러나 이 선택한 것이 존중되는 것은 무제한적이기 때문에, 공적인 정의를 설명하지 못하게 되고 선택된 가치의 질적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둘은 현대에 와서도 연구가 계속 되어지는 정의를 바라보는 관점으로써, 단순히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법률 정치 경제 각 분야에 대해서 연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미덕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 찬성하는 걸로 보입니다. 미덕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에 따라서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고,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그 시대의 미덕과 공동선으로 노예제도등을 찬성함으로써 현대의 정의론에는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나, 그 논리를 현대에 적용시킴으로써 좀 더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논리에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다가오게 됩니다.
책을 절반정도 읽으면서 속으로 예상하기를 저자는 정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다만 정의를 고찰하는 것에 그 의의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절반정도는 맞고 절반정도는 틀린 예측이었습니다. 저자는 어느 정도 정의에 대해 방향을 잡아주고 있었으며, 다만 공동선이나 미덕의 의미는 시대별로 변화되어지는 가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정되어질 뿐 시원한 답을 내리진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마지막부분에서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기존까지 우리가 생각해오던 정의는 가치중립적이고 도덕과 종교보다 더 상위개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보았지만, 도덕 같은 다른 여러 가치가 정의와 부딪히면서 나오는 대립과 그 결론이 더 정의로운 사회에 이바지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정치가 목적론적 가치를 갖지 않는다는 이론과 일맥상통하며, 정치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의견 대립과 그 결론을 창출해 내는 것으로써 그 역할을 정해줍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저자는 정의에 대한 더욱더 많은 사유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정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고 저처럼 작은 행동을 하면서도 정의로움을 머금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는 정의란 수업시간에 배운 대로 그의 것을 그에게 라는 막연한 이론을 가지고 이 책을 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사례와 여러 이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몇 번이나 금이 가고 부서졌습니다. 단순히 공동선의 최대화, 다수결적 합의, 자유주의, 평등주의 어떤 가치와 개념과 이념을 가져와도 정의는 눈에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정의를 갈구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열망마저 달아나려하고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정의를 찾고자 하는 의지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어가고 끝자락까지 도착하였지만 저자는 아주 조심스럽게 도덕을 기초로 한 정의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만 말하고, 속편하게 정의의 정의를 내려주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저는 이미 정의를 추구하고 행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는 이 책이 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그나마 남아있던 정의 개념마저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고, 제 마음속에 있던 추상적이고 정리되지 않은 정의가 책에 담긴 여러 사례와 이론을 통해서 기초가 탄탄하게 세워진 새로운 정의의 탑으로서 세워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탑은 건축 중이고, 그 고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행동과 선택에서조차 정의를 추구하게 된 저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정의에 대해 논하면서 이 땅에 희박한 정의를 다시 세우는 건설인부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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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로병사의 비밀 SERI 연구에세이 86
손동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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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로병사의 비밀’ 서평






‘기업 생로병사의 비밀’ 이라는 책은, 기업의 시작과 끝을 마치 인간의 생애, 즉 생로병사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인문학적 서술에 과학적 원리를 담는 책과 논문은 세상에 이미 흔하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원리를 ‘빌리는’ 대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라는 추상적 개체를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써 구체적인 존재로 ‘승격시키는’대에 그 의의가 있다. 다행히 이 책의 서술의 난이도는 비 경상대생인 내가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지만, 그 안에는 단순히 생로병사 그 이상의 원리가 담겨져 있다.

책을 시작하는 프롤로그에는 ‘이제 여러분은 ‘기업생로병사의 비밀’을 탐험하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러한 시작은 나를 설레게 했는데, 처음 책을 주문하고 택배를 받았을 때 책의 가격은 물론이거니와 핸드북 사이즈 만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너무 가볍진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핸드북처럼 ‘담겨질 내용만 어느 정도 실리면 나머지는 두꺼운 책을 사서 보라’ 같은 프롤로그가 아니라, 이 작은 책안에 기업의 비밀을 담길 원하면서 또한 모든 독자가 그것을 독서 중에 탐구했으면 하는 정성이 담겨져 있다.

프롤로그에는 루틴과 인센티브라는 책 전반에 나올 단어에 대한 정의가 실려 있었고, 이 책에 진짜 목적인 통찰력, 렌즈라는 단어를 통해 이 책의 독서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생’ 파트에서는 기업이 창업하고 기반을 닦는 내용이 실려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창업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다른 파트보다도 더 유심히 봤던 파트이다. 나의 아버지도 창업을 준비하신 분이신데, 설계 쪽에서 일하시던 경험과 기술로 대규모 정수기술과 기계로 특허도 취득하셨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이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이 책에서 설명한데로 ‘무명의 설움’인 것이다. 기술의 뛰어남은 나의 실력의 부족으로 판단할 수 없으나 다른 우리나라 대규모의 정수사업과 개인 한명의 대결은 상대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러한 아버지의 불리한 점을 깨닫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최소한 생각은 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분야를 탐구해왔다. 궁즉통, 그렇다. 나는 단순히 취업난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핑계가 아닌, 우리나라와 세계에 블루오션에 뛰어들고픈 마음이 있었다. 특허법을 공부하고 그와 관련된 법규가 바뀔 때마다 스크랩과 조사로 준비해왔다.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경영권에 대한 개정과 사병원에 대한 경영에 대한 것인데, 아직 법규가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모든 일에 시작을 중요시 하는 나이지만, 아쉽게도 이 파트는 다른 파트보다 양이 적다.

‘로’ 에서는 기업에 성장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탄생의 시간은 축복과 함께 짧지만, 성장의 시간은 도전과 고난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이 파트에서 나는 여러 번 소름이 돋는 것을 경험했는데, 부끄럽지만 나 혼자 만에 획기적인 생각이라고 여겼던 것이 이 책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저렇게 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한 우물 경영과 다각화에 대한 비교이다. 나는 위에서 설명한대로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단순히 병원경영에 대한 면뿐만이 아니라 투자컨설팅이나 문화사업, 또한 사업은 아니지만 복지재단 등을 생각했다. 투자론 에서 자주 나오는 포트폴리오와 상관계수를 빗대어 설명하자면, 한 우물 경영은 집중도와 성공 시에 나오는 이득이 가장 클지 모르나, ALL-IN 한 사업이 실패하므로 써 기업의 생명이 좌지우지 될 수가 있다. 그럴 때 상관계수가 낮은 사업, 어찌 보면 주 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사업을 준비하여 지속적인 이득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같은 ‘투자’ 이지만 기업의 투자와 금융의 투자는 상이한 면이 있으므로 어폐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전문 경영인과 오너경영에 관한 비교이다. 경영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잡힐 때쯤 내가 가진 의문은 ‘과연 사외이사 같은 회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 사람은 과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할까 기업을 위해서 일을 할까?’ 이었다. 물론 자신의 이익이 곧 회사의 이익이 되고 회사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이 되도록 일을 해야 하겠지만, 이 책에서 설명한대로 자신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되는 상황, 즉 ‘위기 시에 선택해야할 상황일 때 과연 무엇을 택하는가’ 이다. 인간의 본성은 위급할 때 나온다고 했던가, 회사에 관한 충성도가 아무리 높아도 ‘설립자, 오너만큼 뛰어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월급을 받을 것이며 심지어 회사법에 의하면 회사가 망해도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내가 설립한 회사는 내 자식이 원한다면 물려주고 또한 물려줄 능력이 되도록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파트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기업의 여러 성장가운데서의 문제점이나 선택의 기로에서 답을 내어줄 수 있을 것이지만, 몇 가지 나는 반문할 여지가 있다.

기업이 만약 다각화를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면, 위에서 내가 말한 대로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 안에서는 상관계수가 존재한다. 이 상관계수는 여러 부정적인 리스크 관리에서 사용되어왔으나, 사실 상승과 하락 두 면에서 같은 영향을 준다. 즉 상승이건 하락이건 한 사업이 움직이면 그것과 연관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는 주식과 채권의 그것보다 훨씬 더 유기적이고 역동적이다. 나는 여기서 synergy(이하 시너지) 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싶다. 시너지는 단순히 사전적 의미인 협력 작용이 아닌, 여러 사업이 합쳐졌을 때 단순히 산술적인 합 이상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현상, 화학작용인 것이다. 이 현상은 마치 탄산음료와 알코올을 함께 섭취했을 때 그 흡수되는 속도가 엄청난 것과 비슷하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것은 한 우물 정책보다 다각화라는 면에서 더욱 강조되는데,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제약사업과 화장품 사업 두 가지를 하고 있다면 제약 사업에 의한 인센티브와 화장품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의 합이 아닌, 건강이나 피부 재생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는 의약학적 효과가 가미된 화장품 사업이 가능하면서 새로운 인센티브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의류사업과 스포츠사업이 있다면 스포츠웨어 사업이라는 인센티브가 창출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듯 단순히 다각화라는 것은 산술적인 합 그 이상의 효과를 가지는 것이나, 이 책에서 그러한 면에 대한 서술은 약간 부족한 면을 보인다.

또 하나는 상생과 협력이라는 면에서 나온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에 관한 내용이다. 원가 절감과 파트너 선정이라는 대립적인 욕구로만 비교하기엔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갭은 엄청나다. 마치 사람인人이라는 한자는 작은 사람이 긴 사람이 서있도록 밑에서 받쳐준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겉으로 보기엔 서로 공평하게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은 자에게는 그만큼 선택이나 결정에서 우위가 없다. 그렇다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편도 아니다. 담합이나 로비는 이미 만연하고, 품질과 시장원리에 의한 경쟁은 보기 어렵다. 생태학에서 말하는 할당원리에 의하면, 같은 수준의 생명체는 전체에 할당할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생식에 할당하면 수명에 할당할 자원이 줄어들어 수명이 줄어들거나, 반대로 수명에 할당하면 생식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하청과 수지를 받아오는 것과 영업이 중소기업의 우위에 놓일수록 중소기업 스스로의 발전에 할당할 자원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중소기업이 R&D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역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그 기업은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비교해서 그 비율은 같을지 모르지만, 그 전체 자원의 양은 비교가 되지 못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처럼 궁박하지 않다. 09년도 초반 줄기세포 붐이 잠시 일어났을 때, 코스닥에 상장되어있단 다수의 생명과학기업들은 기술의 유무를 떠나서 주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때 때마침 일어난 것은 대기업의 생명공학자회사의 설립과 상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다각화라기보다는 중소기업과의 전면전으로 보였다. 책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에 대해서도 나와 있지만, 다시 한 번 ‘무명의 설움’에 빗대자면, 대기업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중소기업과의 기술격차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거나, M&A 등으로 합쳐버리거나 자회사화 시켜버리는 방법 등으로 대기업은 그 자본의 힘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고 대기업의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원가절감이라는 면에서도 이 책에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하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품질보다는 가격에 우위를 둘 때도 있다. 1차적으로 판단하기엔 유리할지도 모르나, 전체를 바라볼 때 언 발에 오줌 싸기처럼 기업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전체에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는 이러한 문제점의 근본을 도덕성에서 찾고 싶다. 굉장히 추상적인 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기업으로써 도덕성을 고취했으면 하는 바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 개개인들도 경제적 도덕성을 갖추었으면 한다. 이것 외에도 핵심기술의 유출이나, 국산품 애용에 애국심 민족애 같은 감정에의 호소를 이용한 마케팅, 반대로 외제품 선호 사상 등 여러 가지 도덕성의 흠결이 보이는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지고 대책마저 어떻게 세워야할지 감이 안 잡히는 도덕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 등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병’ 파트에서는 기업에게 걸리는 병이라기보다 기업이 받는 여러 충격이나 도전되어지고 그 가운데 변화되어지는 면에 대해서 설명한다. 서두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 발달의 양상을 모방에서 혁신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파트는 전체 4개의 파트 중 가장 많은 생물학적 원리가 쓰인다. 그리고 듣고 있는 ‘하이테크 경영론’에서 강조하는 R&D 에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다른 나라의 R&D 구조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R&D 투자 비율을 늘려야할 것을 주장한다. 나 또한 병원경영으로 사업을 하는 동안 기초의학과 생명공학에 대한 R&D 투자를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맘을 먹게 된 부분이다.

우리나라 구조는 단순히 R&D 비율을 늘리라고 하기엔 약간 어렵다 못해 억울하다. 산학협력이라는 면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인 면과 이기적인 면이 보인다. 책에 설명한대로 대학과 기업이 함께 연구를 해도 대학의 이름이 올라가지 않고 대학이 노력한 바에 대한 인센티브가 취약한 점은 물론, 내 생각에도 구조나 목적에 관해서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일단 대학의 학생들의 목적이 학문의 탐구가 아닌 취업에 집중되는 점도 문제이다. 학문탐구보다 학점과 스펙에 연연하는 모습은 마치 대학교에 오기 전에 내신준비와 수능 준비하는 고등학생 정도로 퇴화해버렸다. 그렇기에 기업은 일을 할 사람과 연구할 사람을 분리해서 선발하고, 또한 학교에서도 연구할 학생과 졸업할 학생을 분리하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업은 기업 자체적인 기준과 목적으로 연구원을 모집하고, 대학 또한 마찬가지로 모집을 한다. 대학과 기업의 연구 목적 또한 기업은 이윤추구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대학은 순수한 탐구심에서부터 심지어 입신양명과 명예를 위해 연구하기도 한다. 이미 랩실의 연구생의 논문을 훔쳐서 자신의 이름으로 학회에 발표하는 교수의 이야기는 흔하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면과 그에 따른 도덕성의 문제는 다시 한 번 거론된다. 이것 외에도 취직하는 사람들의 말 중에 자기 전공에 맞는 대로 취직하긴 정말 힘들다는 말처럼, 내가 어떤 것을 전공하든 취직자리는 이미 중요하지 않고 연봉과 어느 회사인지가 더 중요해져버린 모습은, 대학이 목표하고 대학본연이 가져야할 고등교육을 통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 창출이라는 의미를 잃어버리고 그 자체가 비효율적인 단계가 되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단위에서 산학협력을 위해 노력해야함은 물론, 직접적인 지원도 있어야한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치 기업 대학 정부 셋이 삼위일체를 이루듯 프로젝트 시작부터 산학의 연결, 경제적 물적 지원, 거기다가 나아가서 선한 관리인의 의무까지 진다면 산학협력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셋의 역할이 척척 들어맞고 나아가 시너지까지 불러일으킨다면 더 이상 산학협력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정산학협력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책에서 나온 대로 산학이 이뤄낸 결과물을 기업이나 대학 하나가 독식하거나 둘 중의 하나의 명의로만 등재되는 것이 아닌, 산학 공동의 작품임을 알리는 동시에 국가적인 보호를 동반하는 등의 특허나 특허 관련 법규에 대한 체계를 좀 더 효율적이면서 융통성 있게 서로 고쳐나가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에는 ‘누가 이루었나’ 가 중요한 것보다 ‘무엇을 이루었나’가 더 중요해지는 환경이 허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D 뿐만 아니라 이 파트에서는 공진화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내가 생태학시간에 배웠던 레드퀸효과는 이미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도 적용되는 것이지만, 인간의 생로병사에 빗댄 기업에 성장과 변화에 있어서 진화와 공진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발전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고, 하루 멈춘 만큼 퇴화하는 거라고 느낀다.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발전이 없는 기업, 새로운 개발이 없는 기업, 특히 이미 한번 성공했기에 다른 도전을 해볼 용기를 잃어버린 기업은 이른바 ‘병’에 걸린 것이다. 이 병은 숙주인 기업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넘어뜨릴지 알 수가 없다.

참고적으로 산업 리더십이라는 부분에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일 여러 사업 분야를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관심 갖는 분야인 BT와 나와 함께 창업을 준비한 친구의 전공인 의료기기 쪽에 더 집중하였다. 우리나라의 손재주와 기술력으로는 세계제일이라고 믿는다. 비록 시작은 모방으로 미약하였을지 모르나 우리나라의 대기업 몇몇은 세계 시장속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있다.

마지막 파트인 ‘사’에서는, 주로 M&A와 기업의 수명을 다루었다. 기업은 마치 한 생명이 죽어서 신체를 다른 생명체에게 양분으로 주는 것처럼, 다른 기업과 합병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생존한다. 외람된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이기적인 유전자에 빗대어보자면, paper-company는 독자적 사업아이템만 가지고 웬만한 사무실 없이도 이득을 창출한다. 마치 기업이 사후에 청산가치를 매길 때 부동산이나 감가 상각할 제반들이 없어도 그 핵심을 이루는 유전자, 독자적 사업아이템만 있다면 그 기업은 다른 이름 다른 육체로 계속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면에서 기업은 사업아이템이라는 유전자를 담은 육체이고 로봇에 불과하지 않는가 하는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기업의 수명은 단순히 기업뿐만이 아니라 이 사업아이템의 수명이 다하는, 즉 이 사업아이템으로도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게 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진화 또한 유전자에서 기인한 것임을 염두에 두면, 이 사업아이템의 변화가 기업의 진화를 촉진하는 건 아닐까.

에필로그로써 이 책은 마무리된다. 에필로그에서는 책에서 전반적으로 말하고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던 기업에 복잡성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다. 단순히 기업을 단순화하여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경계 수준보다는 깊지만, 마치 그것은 잔소리라기 보단 걱정에 가깝다. 기업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를 바라는 모습이다. 인간이 인간의 몸을 다 모르듯이 기업가 또한 기업을 다 모른다. 기업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역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생존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정의조차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내가 책을 읽고 확실한 정의라고 느낀 것은, 기업으로서 성공하려면 기업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기업과 인간, 기업과 기업의 상호 연관된 면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정독한 후에도 나에겐 경영학이라는 학문, 그리고 기업이라는 존재는 아직도 막연하기만 하다. 솔직히 창업이라는 것 자체에도 부담이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나의 꿈과 비전을 기업이라는 그릇에 담아볼 것이다. 그릇의 크기는 내가 점점 빚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에서, 나는 멈추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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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조문해설집- 최신판
정승회 지음 / 서울고시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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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사이코 북스 01
로버트 M. 영 지음, 이정은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11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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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 사이코 북스 04
줄리아 보로사 지음, 홍수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11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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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비도- 사이코 북스 05
로저 케네디 지음, 강신옥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11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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