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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월딩 : 아마존에서 배우는 세계 허물기 ㅣ 이동시 총서 2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5년 7월
평점 :
대학생 때, 지금은 사라진 잡지에서 김한민 작가의 글을 읽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다.(positive)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감각은 생생하다. 이후 책 몇 권을 읽고 북토크에서 만난 적도 있으나, 그가 약 10년간 인류학을 연구해 왔다는 사실은 몰랐다.
얼마 전 출간된 작가의 책 ‘언월딩’은 그가 10년 동안 몇 차례 아마존을 드나들며 보고 듣고 겪고 느낀 아마존 원주민에 관해 들려준다. 15년이 지난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 아마존의 오늘을 생각할 겨를없이 살던 차, 책 한권으로 단시간에 다가와버린 ‘몰랐던 세계‘ 이야기에 혼란스러워졌다.
처음엔 미처 생각하지 않던 우리 사이의 연결을 실감하면서다. 아마존 숲의 생태 파괴가 전 지구에 영향을 주고 나 또한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면서도, 언제까지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굴 수 있을까? 숲과 함께하는 저항은 그들만의 몫이 아니다.
다음은 당연히도 그 공동체를 이루는 존재들이, 원주민이라는 한 단어로 일반화할 수 없이 제각각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적인 표본이 아니듯 원주민 한 사람 한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저항 운동에 앞서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숲의 목재 일부를 판매하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곳에 살지 않는 나는 어떤 입장이 맞다고 할 수 없다) 오랜 세월 지혜를 축적해 오며 숲속 정령의 존재와 금기를 믿는 노인도 원주민이며, 도시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스마트폰을 즐겨 사용하는 젊은이도 원주민이다.
게으른 고정관념과 성근 상상력 너머로 인간-비인간의 존재를 부분적이나마 더듬으면서, 모든 이야기는 ’타인에 관한 나의 이야기‘이자 ’나에 관한 타인의 이야기‘라는 데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
책을 덮었다고 해서 숲을 빠져나온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나는 숲과 얽혀있고, 앞으로 더 얽힐 테고, 그 안에서 자주 모르는 길을 마주하겠지? 그럴 때마다 평정심을 찾고, 주변의 신호에 귀 기울여야지 생각해 본다. 길을 잃었으나 다시 마을로 돌아온 카리푸나족 젊은 추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