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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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학자들 간에 끊임 없이 논의되어 온 주제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어중간하고 애매할지언정 어느 한쪽으로 조금은 더 기울어진 시각을 가지고 있을텐데요..

어린 시절부터 전 성선설에 대한 집착어린 미련을 가지고 있었어요. 애석하게도 그 믿음은 점차 무너지기 일쑤였고 수많은 전쟁의 참혹성이라든지 .'짐바르도의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같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알려진 사례들에 의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갔고 또 확증편향처럼 그 믿음을 강화시키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의심 없이 수용했던 인간내면의 원초적인 악의 민낯을 보여준 과학적 정보들이 사실은 이미 부정적 결과를 유도한 초기 설정의 오류를 지녔거나 왜곡되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그릇된 방향으로 과장되고 확대 재생산 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또한 우리의 굳건한 믿음을 뒤흔드는 따뜻한 인간의 착한 본성을 일깨우며 이것이 마냥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가치관이 아니라는 것을 논증하려 애씁니다.

인간의 복잡한 자아를 한쪽에 무게를 실어 삐딱하게 바라 보는 것은 인간의 악에만 초점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단순 낙관론이 아닌 인간 본성의 선한 자아를 과학적인 논리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고가 지금은 오히려 감사합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그 희망의 메시지를 못이기듯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더라구요.

500여 페이지의 분량이 부담스러운 분은 일단 앞부분의 '정재승'의 추천사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남성이 인간을 대표하지 않도록 '맨카인드' 대신 '휴먼카인드'를 사용하고 있음과 '인간은 친절하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 책의 제목을 매력있게 설명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에센스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거든요. 서너 페이지의 추천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러 본문 내용을 훑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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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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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당선 작품이 독자 요구로 출판까지 이르게 된 소설이라고 해요.

최근에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는데 왠지 표지 디자인도 비슷하여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보기 시작했어요.<불편한 편의점>도 흥미롭게 읽히는 수작이지만 좀 다른 방식으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잔잔한 여운이 길게 남았답니다.

삶에 지쳐 과감히 하던 일을 접었던 '영주'라는 인물이 독립서점을 열며 또다른 삶의 동력을 얻는 회복의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 출발에선 무언가 새출발한 자를 그리는 여느 소설의 설레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현실에서 밀쳐내진 사람처럼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도 마찬가지이지요.

바리스타, 작가, 고등학생과 그의 엄마 등등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다양한 삶들은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의 염증으로 정상궤도에서 이탈했거나 또는 수용 범위의 임계점에 다달아 태연하게 일상에 던져지기에는 버거운 치유가 필요한 삶들입니다.

독립서점은 이들을 위한 쉼터였고 특색 없던 도심 속 작고 흔한 이 장소는 여러 사람들의 얽힘 속에서 온기를 얻게 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해 갑니다.

제가 특히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게 된 지점은 뻔한 서점의 성공담이나 난관 극복의 드라마틱한 해피엔딩 따위로 전개되지 않는 글의 묘사방식 때문입니다. (실제로 두고 되새김직한 문장들이 많습니다.)

어느 삶이나 이면에는 그늘이 존재하고 어느 시기에나 자신 인생의 재점검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 또 하나의 산 뒤에는 넘어야할 크고 작은 오름이 존재할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삶의 깨달음을 통해 다시금 담담하게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거부감 없이 전개해 나갑니다.

사람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듯 자신의 삶에도 때론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 서로 마주할 때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그 안에 공통된 각자의 고뇌와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정한 시간 뒤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며 그 안에서 그렇게 또 이어질 각자의 삶을 다시 준비하고 걸어가게 하는 에너지를 찾아가는 사람들.
때로는 인간관계에 지쳐도 결국은 또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모습과 참 닮아서 미소짓게 만드는 책.

그래서 이 책을 본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 집 앞의 휴남동 서점같은 안식처를 희망하게 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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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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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문장으로 리뷰를 시작하고 싶은 책.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하기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 한다.'

'아주 단순한 단세포 생물마저도 가장 정교하다는 회중시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온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는 생명 현상의 다양성 그리고 그 생명 현상들 배후에 숨겨진 복잡미묘함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들은 깊은 외경의 감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중략)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은 공통된 교훈을 가르쳐 준다. 그것은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분도 있겠지만 이미 이 책을 완독했던 분들도 아마 다른 문장들에 감동했을 만한 영원한 스테디셀러,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위의 글 만으로는 흡사 철학책 또는 문학책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딱딱한 전공 서적을 예상했다가 뿜어 내는 반전 매력에 얻어 맞은 듯 혼란을 일으켰던 이 책은 다시 펼칠 때 마다 숨은 발견을 거듭하게 한다.

실제로 우주의 실체에 대해 끊임 없이 의구심을 가졌던 인류의 발자취가 메인 흐름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끊임 없는 인생 철학과 아름답고 수려한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 책.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출발한 이 책은 결국 나의 현주소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되었다.

우리는 오랜세월 교육과 학습, 경험을 통해  나 중심적세계관에서 벗어나며 넓은 시야를 획득하게 된다. 내 그릇이 다양성을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법.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자아 탐구가 타인  이해에 보다 선행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다양성에 대한 포용의 태도가 비로소 삼라만상을  신의 주관 영역에서 예측가능한 수학, 과학 영역으로 끄집어 내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고대에서조차 이 과정에서 기득권의 권위나 편견은 늘 걸림돌이 되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칼 세이건이 언급한 '해가 진다, 해가 뜬다'는 일상 표현에 조차 남아있는 '지구중심적 우주관'에서, 코스모스 차원에서는 일개 티끌일 뿐인 인간이 벌이는 환경 훼손문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겸허함을 갖게 된다. 이 부분에선 (호모데우스)에서 전지전능해진 인간의 기술개발에 대한 맹신을 경고한 '유발하라리'의 메시지가 오버랩되기도..

이 책을 단순 과학정보책으로 오인했던 나는 모든 학문의 출발이 철학이듯, 나보다 먼저 시대를 살아간 현인의 철학지침서를 만난 듯 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흔히들 입을 모아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는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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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 - 화폐, 전염병, 기후변화, 경쟁, 신뢰, 금융위기, 갈등 돈의 역사 2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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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준욱씨는 이미 부동산과 재테크 관련 미디어에 더러 노출이 되어왔기에 예상치 못했지만, 알고 보니 학부에서는 사학을 전공하신 분이셨다.

역사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헛점도 보이고 다소 얄팍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비전공자는 충분히 흥미로운 컨텐츠였다. 세계사를 움직인 주요사건들과 원인을 화폐, 시장, 금리 등 경제적인 관점에서 설명해주기 때문.
유사한 서술방식의 책이 없는건 아니지만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세계사의 흐름이 돈의 움직임으로 서술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무라 오지로의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를 재밌게 읽은 나로서는 특정한 키워드로 바라보는 역사 서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영국과 다르게 인구도 많았고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했던 프랑스가 늘 2인자 자리를 모면치 못했던 이유라든지, 대항해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힌건 포르투갈과 스페인이건만 세계 최초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가 네델란드에서 출범한 이유,
콜럼버스를 후원하며 17세기 경제패권을 잡은 네델란드를 제치고 영국이 금융강국이 되는 과정,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미국이 새로운 금융질서를 수립하게 되는 수순, 우리나라 외환위기 이유와 대처의 아쉬움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연이은 스토리 전개 덕에 지루할 틈 없이 책장이 넘어간다.

돈의 역사2는 전염병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경제력 상승 등의 테마들로 팬데믹을 탈출중인 우리에게 조금 더 구미가 당길 만한 히스토리가 집중되어 있다.

연대기 방식처럼 역사의 흐름에 대한 촘촘한 서술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흥미를 돋우는 대중교양서 역할로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만약 실질적인 투자법 같이 대중에게 각인된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본연의 모습을 기대하신다면, 저자의 책 (돈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를 찾으시면 도움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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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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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0세가 더 이상 놀랍지 않은 평균 수명 연장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일생을 살아나가기 위한 큰 로드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장수라는건 망설임에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중년만 되어도 말년을 떠올리며 마음이 무겁고 분주해지기 마련이지만, 이전보다는 약간의 방황도 ,기꺼이 돌아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약 없는 생의 마지막에 대한 인간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수명 연장은 통계적 사실이지만 개인의 장수를 보장하지는 않으므로.
저자의 말처럼 기술이 늘려준 것은 수명이 아니라 노년일 뿐이다. 젊고 건강한 몸으로 연장된 삶을 누릴 수는 없기에
미래 설계에 있어서 질병에 대해서도 재고해 보게 된다.

작가는 나이듦에 대한, 내 남은 삶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가치들을 ( 포기, 자리, 루틴, 시간, 욕망, 사랑, 기회, 한계,죽음, 영원 등)의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반복된 루틴은 지루할지라도 시시한 일상이 결국엔 우리는 구할것이라는 '사소함의 찬란함' 을 일깨워준 구절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운명을 만들기 위해 우연을 선택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처럼 가야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조금은 무거운 철학책.

젊었던 지난 날 더디가던 시간이 점차 쏜살같이 느껴지 왠지 조급해 질 때,
인생의 방향에 대해 다시금 의구심이 들 때,
그 때가 이 책을 손에 들 적당한 시기일 것 같다.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며 세상의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폭풍같은 일상의 루틴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을 깊이 있게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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