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레인 (30만 부 기념 Take your marks 에디션) ㅣ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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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수영이라는 스포츠를 빌려온 성장소설인 줄 알았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푸른 물빛으로 일렁이는 듯하다. 늘 1등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4번 레인을 지키던 열세 살 나루가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5번 레인으로 밀려나며 겪는 심리적 파동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게 다가온다.


주인공 나루는 오직 이기기 위해 매일 물을 헤치고, 숨 참기를 하며 전력을 다해왔던 아이다. 하지만 1위를 빼앗긴 후 질투에 눈이 멀어 해서는 안 될 실수까지 저지르고 만다. 이 작품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완벽한 주인공의 승리 공식 대신, 자신의 못나고 부끄러운 실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 땀방울 앞에서 떳떳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5번 레인은 나루에게 패배의 낙인이 아니라, 이기는 법만큼이나 값진 ‘잘 지는 법’을 배우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진짜 성장의 자리가 되어준다.


작가는 나루뿐만 아니라 체육중 진학을 고민하거나 한계에 부딪힌 수영부 아이들 각자의 레인을 선명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다. "남의 일은 다 쉬워 보이니까"라는 말처럼, 열세 살 아이들이 온전히 제 몫의 무게를 견디며 자신만의 터치패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특히 소꿉친구 태양이가 건넨 “난 항상 네 편이야. 혹시 네가 네 편이 아닐 때에도”라는 문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자책하는 순간에 누군가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구원인지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묵묵히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작품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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