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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평점 :
(리뷰대회) "의미들"은 단순히 병동 안의 시간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후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퇴원 후에도 저자는 '정상적인 삶'이라는 바깥 세계에 온전히 재통합되는 것이 불가능했음을 인정한다. 오랜 기간 입원 생활을 했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수많은 재활 노력과 상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을 규정하는 과거의 그림자와 마주해야 했다.
이 책은 고정되지 않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친다. 정신 질환이라는 경험이 삶의 특정 시기에 겪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그 사람을 구성하는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특히 작가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여러 자아들을 발견하고, 그 자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진정한 의미의 회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의미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은 이들에게 감상적 위로나 섣부른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한 개인의 내면을 이루는 복잡한 층위들을 정직하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때로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제도와 진단명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진실한 목소리를 듣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삶의 상처가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더라도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명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