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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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마법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마틸다의 비밀 편지>

 

- 스텐 나돌니

 

 

 

 

 

 

 

 

 

저자 : 스텐 나돌니Sten Nadolny

    

 

1942년 제드니크에서 태어나 지금은 베를린과 바이에른을 오가며 살고 있다. 그의 책은 많은 외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잉게보르크 바하만 상, 한스 팔라다 상, 바일하이머 문학상 등 독일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석권했다. 1983년에 출간한 느림의 발견 Die Entdeckung der Langsamkeit은 동시대에 가장 크게 성공한 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그와 나, 무례의 신, 바이틀링의 여름향기등의 소설이 있다. 1981년 마흔 살의 나이에 첫 소설 프리패스를 출간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한 스텐 나돌니는 두 번째 작품인 느림의 발견으로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느림의 발견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2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마틸다의 비밀 편지는 그의 최신작이다.

    

 

역자 : 이지윤

    

 

프레시안 정치부 기자로 일했고 독일 풀다 대학교에서 다문화주의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베네트랜스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옮긴 책으로는 두 개의 독일, 세금전쟁,지적인 낙관주의자, 만만한 철학등이 있다.

    

 

 

 

 

 

 

나는 아버지가 수영을 가르쳐주었던 일을 아직까지 기억한단다. 잠시 물 위로 나를 들고 있다가 그냥 놓고 가셨어. 내가 비명을 지르고 허우적대자 다시 돌아와서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셨지. 나는 가라앉지 않았어. 코르크로 만든 구명용 벨트를 가슴에 차고 있었거든. 아버지는 곁에 그냥 머물러 계셨지. 내 공포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눈빛으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어.

"가끔은 아무도 없이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기분을 느낄 때야. 살아남는 법을 배워라. 헤엄치는 법을 배워!"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었어. 아버지는 그냥 다정하고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지. 그리고 나는 수영을 잘하게 되었단다. 단 한 번도 투명 마법으로 튜브를 만들어 찰 필요가 없었어. 수영에 관해서는 슐로스제크 선생님께 배울 것이 없었지. 그분은 고양이처럼 물을 싫어했으니까. 악어로 변신해도 늪에 들어가지 않는 분이었어.

p.79

    

 

우리가 마법의 힘으로 단번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면 얼마나 좋을까! 진실하고 믿음직한 사람, 다른 사람을 도울 일만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기적인 일은 도모하지 않을 사람 말이야. 선한 마음을 마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럼 우리는 천사가 될 거야. 그런데 천사로 살면 행복할까? 그건 회의적이구나. 아마도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되면 마법사의 삶이 소름끼치게 지루할 것 같다. 우리 모두 자동으로 착해진다면, 크든 작든 그 어떤 노력도 필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노력은 우리 인생의 맛을 돋우는 양념과 같단다.

노력을 해서 만족을 얻고, 그 만족감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서 흠잡을 데 없는 완벽에 이르게 되지. 그러니 자기 개량의 마법 따위는 없어도 된단다. 자신에게는 더 이상 놀랄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인생은 이미 무덤에 들어간 것이나 진배없어. 지혜도 비슷하지. 지혜에 이르는 마법은 없어. 하지만 그게 아쉽지도 않단다. 비록 이만큼 나이를 먹어도 지혜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아! 어차피 그런 지혜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보수적인 일에만 먹힐 테니까. 그리고 지혜로워지지는 못했지만 통찰은 몇 가지 얻었으니, 110여 년의 인생 여정이 헛된 것만은 아니지.

그런 통찰은 대부분 성공보다 좌절과 함께 온단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어. 그러니 착륙이 순조롭지 못해도 두려워하지 말거라. 불시착 없이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법이지. 어떤 통찰에 이르는 과정은 언제나 고통스럽게 마련이야. 고통 없이는 무분별함이 선물한 안락함에서 헤어날 수 없단다.

pp.342~343

  

 

 

행운은 오래 유지될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진단다. 새떼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지. 하지만 영영 가버리는 것도 아니야. 또다시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 다른 곳에 깃들었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어. 행운은 그저 지루한 게 싫어서 그런 거니까.

pp.386~387

 

 

 

 

 

 

 

이 책은 마법기술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 아니다. 읽다보면 사실 우리 모두가 마법사는 아닌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마법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파흐로크는 갓난아기인 손녀 마틸다를 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익힌 지혜를 알려주고자 하였고 이는 편지를 통해 독자에게까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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