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1995년 1월에 있었던 고베의 지진과 1998년 11월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를 직, 간접으로 경험한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을 좋아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았네요.

조금 시간이 지나서였을까요?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여서일까요?
큰 감흥이 없이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쓴 후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잊어서는 안 될 풍경은, 그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려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베대지진 두 달 후의 고베의 거리를 걸었던 작가는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건물도 도로도 망가지고, 개도 고양이도 없는 거리는, 머리를 백지로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 2년 동안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는 작가분도 만났습니다.

'우리가 지켜줄게!'
'우리가 더 좋은 세상 만들게!'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던 작가는 그 마음을 작품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존재 자체의 가치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고통입니다.
우리는 함께 이어져있기 때문입니다.

2. 소녀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한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느끼면서 연주하면 돼."

함께하는 연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음악은 불협화음이 될 수밖에 없죠.

간혹 나의 열심과 기준이 다른 사람보다 앞서 나갈 때가 있습니다.
무의식중에 강요할 때가 있고, 강하게 주장할 때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 옳으니까,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야지.' 하는 거겠죠.

요즘 이런 생각의 위험함을 많이 느낍니다.

진리는 사랑이고, 사랑은 겸손입니다.
낮은 자세로 다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사랑입니다.
물처럼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생명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3. 소년은 음악회에서 첼로를 연주하면서 이런 의문이 듭니다.

"내 첼로 소리가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연습하는 걸까?"

참가자가 천 명 넘게 모여서 5분 남짓한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외국의 첼리스트도 모여 있었죠.

그들이 연주하는 것이 어떻게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말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는 다 달라도 마음을 합하면 노래는 하나가 되어 바람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틀림없이 누군가에게 닿는다."

하나된 마음의 간절함이 바람을 타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졌을 거예요.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심을 전하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
더디지만 하루하루 자라며, 새잎을 틔우는 것.

첼로를 켜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한 마음으로 그 고난을 이겨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 점점 더 잦고 심해지는 자연재해 속에서 인간만이 희망임을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천 개의 첼로는 천 개의 바람을 일으키지만 하나의 마음을 만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