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유다이 언틸유아마인 시리즈
사만다 헤이즈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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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득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정신없이 바쁘게 일만 하면서 살다가 책 냄새가 그리울 때마음에 영양을 주고 싶을 때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이렇게 문득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비포유다이가 눈에 들어왔다표지부터 제목추천사띠지에 적힌 글귀까지 이거다!’ 싶었다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택배 포장지를 뜯으니 말랑말랑하게 종이가 잘 넘어가는 책이 나왔다어쩜 생긴 것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창피한 말이지만 사실 지난 1년간 책과는 담을 쌓고 살다시피 했다매일 뭐가 그렇게 정신이 없었는지…….그러다보니 사만다 헤이즈라는 작가도전 작품인 언틸유아마인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사실도 몰랐다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게 된 비포유다이는 그리웠던 책 냄새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마음에 충분한 영양을 주었다지금껏 추리 스릴러는 일본 작가의 책들을 주로 읽는 편이었다캐릭터의 성격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다소 집요하리만큼 강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현실감이 부족할 수 있는 일본 추리 스릴러와 달리 등장인물이나 소재가 지금의 내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오히려 더 몰입하며 읽었다.

 

주인공인 로레인 피셔 경위는 작은 딸과 함께 레드코트에 있는 여동생의 집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로레인의 고향이기도 한 레드코트는 사건이라고는 없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었다하지만 그곳에서 2년 전,청소년 연쇄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로레인이 휴가삼아 방문한 그 무렵에 또 다시 자살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이번에도 연쇄 자살로 이어질까 모두가 두려워하는 와중에 로레인의 조카가 행방불명된다로레인은 조카의 흔적을 찾던 중자살로 처리될 뻔한 살인 사건에 조카가 연루됐을지 모르는 증거들을 발견하고 다시 시작된 레드코트의 자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레드코트는 로레인의 관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살짝 느리게 느껴지기도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하지만 작가는 형사가 아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형사가 풀어나가야 할 추리를 독자들이 하도록 이끈다과연 범인이 누굴까목격자의 얼굴을 보고도 내버려두는 이유는 뭘까자폐를 가진 친구가 본 건 무엇이었을까 등로레인의 추리보다는 독자가 추리를 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한 번 잡으면 놓고 싶지가 않다오죽하면 점심시간에 김밥을 먹으며 책을 손에 쥐고 있었을까……. 400여 페이지라는 분량이 무색할 만큼 진도가 쑥쑥 나가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그리고 다 읽자마자 언틸유아마인을 검색했다사만다 헤이즈의 책은 한 권 읽으면 다른 책도 궁금해지는 중독성이 있다언틸유아마인을 빨리 읽고 싶으면서도 다 읽고 나면 다음 책이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하는 생각에 망설여진다로레인 피셔 경위의 세 번째 시리즈인 You belong to me도 빨리 국내에 출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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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연인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글램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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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책이다. 예전에는 단편을 읽으면 이야기가 시작되다 마는 느낌이 들어서 장편소설만을 고집했었는데 최근에는 출근길, 퇴근길에 한 편씩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긴 글을 못 읽는다던데... 이런 식으로 나도 슬쩍 요즘 젊은 사람들 축에 끼어본다. 물론... 실제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지만.

 

다이라 아즈코의 <B급 연인>은 일반적으로 '연애'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핑크빛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주인공 한 명, 한 명이 처한 상황이 깜짝 놀랄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역시 소설이구나'라고 할 만큼 극단적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처럼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하는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다가도 마지막에는 '그래도 주인공에 비하면 아직 나는 괜찮구나'라는 마음이 들어 위안이 된다. 공감과 위안을 주는 신기한 책.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력이다. 남자의 시점과 여자의 시점을 마치 남자가 쓴 것처럼, 여자가 쓴 것처럼 표현한 점이다. 여성 작가니까 여자의 시점은 그렇다 쳐도 남자의 시점을 어쩜 이렇게 썼을까. 읽는 내내 감탄이 나온다. 문장들도 늘어지지 않아 슥슥 읽어진다. 나처럼 핑크빛 연애가 어려운, 아니 그런 연애를 잘 못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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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원 필요없는 사원 - 최고 인사전문가가 공개하는
오자사 요시히사 지음, 정정일 옮김 / 넥서스BIZ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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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일까, 필요 없는 사람일까?’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이 책은 조직에 필요한 직원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직원이 되기 위해 개인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예와 함께 설명한다. 이를 테면 스스로의 모티베이션 관리를 위해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실제 부하직원의 예를 들어 출장을 가거나 외근을 나갈 때 교통수단을 바꿔보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저자는 다양한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를 만나면서 깨달은 ‘조직이 붙잡고 싶은 인재’의 필수 요소를 정리해서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이는 평소 회사에서 겪을 만한 상황을 예로 들어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다른 자기계발서에 비해 현실적인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론이 많아 ‘필요한 직원’이 되려면 일상의 작은 시도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업종과 직급을 불문하고 어떤 조직에서든 핵심인재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는 점도 좋다. 다만 일본인이 가진 기본 문화나 업무를 대하는 태도 등이 반영되어 있어 한국인의 정서와는 다른 부분이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기 바란다.

 

저자인 오자사 요시히사(小笹 芳央)는 일본 최대의 채용 서비스 회사인 ㈜리크루트에서 근무하다가 독립하여 2000년 ㈜링크 앤드 모티베이션을 설립했다. ㈜링크 앤드 모티베이션은 사명에도 있듯이 ‘모티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조직 내 인력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요즘, 조직과 개인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단어가 바로 이 ‘모티베이션’이다. IMF 전만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회사가 직원을 선택한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IMF를 겪으며 ‘정리해고’라는 단어를 피부로 느낀 사람들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그만둘 수 있고, 회사도 필요에 따라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회사뿐 아니라 직원도 회사를 선택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회사가 좋은 인재를 유지하려면, 그리고 개인이 원하는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일하려면 모티베이션 유지는 필수불가결하다.

 

모티베이션을 중시하는 저자의 생각은 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조직에 필요한 직원’이 되는 다양한 실천 방법을 소개하지만 이 모든 방법은 개인에게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법, 목표를 관리하는 법, 계획한 바를 실천하는 법 등 구체적인 방법들을 말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동기 부여하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환경이 수시로 바뀌고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지금 세상에는 조직에 ‘필요한 직원’과 ‘필요 없는 직원’이 실제로 존재한다. ‘필요한 직원’이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하다보면 처음에는 MBA와 같은 학위나 어학능력처럼 누구나 인정할만한 스펙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학위가 높고 지식이 풍부하다고 해서 반드시 일을 잘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중요한 점은 마음가짐과 자세에 있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직원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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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안 -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9인의 단편집
미야베 미유키 외 지음, 한성례 옮김 / 프라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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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카파 노블스사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혈안. 추리소설의 명가답게 일본에서 내로라 하는 미스터리 작가 9명의 글이 모였다.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샌가 깨닫게 되는 9개 소설의 공통점, 50. 이 책은 ‘50’이라는 숫자 하나가 얼마나 다양하게 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50주년을 기념했는데, 각기 다른 소재와 전개방식으로 가득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1) 미야베 미유키 「혈안

항상 소름 끼칠 정도의 현실적인 주제와 묘사, 스토리전개로 밤잠을 설치게 하던 그녀의 평소 스타일과 너무나도 다른 글이다. 마치 어느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소재로 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맛깔스러운 사투리와 어린 소녀의 시각에서 바라본 묘사는 미스터리한 내용 속에서도 미소를 짓게 만든다.

 

(2) 아야쓰지 유키토 「미도로 언덕 기담 - 절단

시리즈로 워낙 유명한 그였기에 기대감을 가득 안고 책장을 넘겼다. 단편이라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끊임없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전개에 숨을 죽이고 단숨에 읽었다. 50번을 절단했는데 51토막이 아닌 이유는……? 그것의 정체가 대체 뭘까? 주인공은 왜 그런 꿈을 꾸었으며, 어째서 기억을 잃은 걸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이 짧은 글이 나를 놀랄 만큼 몰입하게 만들었다.

 

(3) 시마다 소지 「신싱당 세계일주 영국 셰필드

추리소설작가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성을 자극한다. 개리와 그의 아버지 콜린의 이야기는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의 꿈, 나의 인생에 대한 열정.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의 노력과 의지로 개리는 학습장애라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다. 언제부터인가 노력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한탄하고 불평만 하는 내가 떠올랐다. 나의 한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4) 미치오 슈스케 「여름의 빛

누구나 한 번쯤 겪었거나, 옆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친구를 궁지로 몰아세운 경험. 리이치는 친구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알지만 선뜻 나서서 변호하지 못한다. 죄책감을 느끼는 리이치에 대한 묘사는 어린 시절 옆에서 방관했던 나의 죄책감까지 이끌어냈다. 그가 그나마 나보다 나은 점은 친구의 무죄를, 알리바이를 풀어냈다는 것. 만일 내가 기억도 희미한 옛날의 그때로 돌아간다면 리이치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부끄러운 마음만 더 커진다.

 

(5) 모리무라 세이치 「하늘에서 보내준 고양이

독특한 전개이다. 단편소설 안의 단편소설인 줄 알았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열된다.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다. 일곱 명만 거치면 전 세계인이 아는 사람이 된다는 논리가 생각난다. ‘그럼 저 멀리 아프리카에도 아는 사람이……? , 나의 미친 인맥……’ 하고 생각하다, 문득 드는 무서운 생각. 결론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와 연관된 사람을 만날지 모르니 말이다. 모리무라 세이치의 흥미로우면서도 매끄러운 전개방식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다른 작품도 빨리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6) 아리스가와 아리스 「눈과 금혼식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에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하다니. 재미있다. 알고 보니, 그는 언제나 그의 글 속에 추리소설작가로 등장하는 듯하다.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기 위해 자신을 등장시킨 건지, 아니면 소설 속의 아리스가와 아리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어느 쪽이든 간에 기발한 아이디어다. 의문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결론은 생각보다 평범하지만, 한 울타리 안에 사는 따뜻하고 행복한 가족과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이라는 극과 극의 설정이 묘하게 인상적이다.

 

(7) 오사와 아리마사 50층에서 기다려라

하아…… 이런 사기가 또 있을까?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사기를 당한다. 그와 동시에 독자인 나도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든다.

 

(8) 다나카 요시키 「오래된 우물예전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은하영웅전설」의 작가가 쓴 작품이라 읽기 전부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가 여전하다. 마지막까지 추리소설로서의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들어 재미를 더한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아루스란 전기」를 찾아서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9) 요코야마 히데오 「미래의 꽃

시즌2까지 방영한 일본드라마 「종신검시관」의 원작소설을 쓴 요코야마 히데오의 「미래의 꽃. 역시나 등장인물은 검시관이다. 주인공 구라이시는 병실에 앉아 경찰이 들고 온 사건현장과 시체의 사진만을 보고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의 풀이는 사건에 대해 경찰들이 내린 결론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지만 정확한 논리와 정황을 파악한 그는 반론할 여지도 남겨주지 않는다. 구라이시의 몸은 암으로 수척해졌지만, 그의 매력적인 카리스마는 글속에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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