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연인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글램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은 책이다. 예전에는 단편을 읽으면 이야기가 시작되다 마는 느낌이 들어서 장편소설만을 고집했었는데 최근에는 출근길, 퇴근길에 한 편씩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긴 글을 못 읽는다던데... 이런 식으로 나도 슬쩍 요즘 젊은 사람들 축에 끼어본다. 물론... 실제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지만.

 

다이라 아즈코의 <B급 연인>은 일반적으로 '연애'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핑크빛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주인공 한 명, 한 명이 처한 상황이 깜짝 놀랄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역시 소설이구나'라고 할 만큼 극단적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처럼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하는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다가도 마지막에는 '그래도 주인공에 비하면 아직 나는 괜찮구나'라는 마음이 들어 위안이 된다. 공감과 위안을 주는 신기한 책.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력이다. 남자의 시점과 여자의 시점을 마치 남자가 쓴 것처럼, 여자가 쓴 것처럼 표현한 점이다. 여성 작가니까 여자의 시점은 그렇다 쳐도 남자의 시점을 어쩜 이렇게 썼을까. 읽는 내내 감탄이 나온다. 문장들도 늘어지지 않아 슥슥 읽어진다. 나처럼 핑크빛 연애가 어려운, 아니 그런 연애를 잘 못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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