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지리의 힘, 기후를 뒤바꾼 인류의 미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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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인류

오늘날,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을 비롯한 ‘기후 위기’는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하고 급박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사실 기후는 아주 오래전, 지구 위에 인간종이 처음 나타난 시기부터 이미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고대 문명이 움트고 크고 작은 문명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해오는 동안 기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매번 인류에게 위기 혹은 기회를 선사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역사 속 기후변화와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로 나타난 걸까요? 작금의 기후변화가 왜 ‘위기’로 불리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후가 인류 문명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그리고 인류와 기후가 맺어온 관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세계사적·지구사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라는 렌즈를 통해 인류 역사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갈매나무를 통해 출간되었는데요,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이동민 교수는인류의 시간 전체를 아우르고 지구 공간 전역을 훑어가는 지리학자만의 드넓고 촘촘한 시선으로, 세계사 구석구석에서 문명의 운명을 이끈 기후의 힘을 조명합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에서는 아프리카 남부에 서식하는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했던 현생인류가 어떻게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었는지를 당시의 기후 조건과 함께 살피고, 2부에서는 인류가 말을 길들이고 거대한 제국을 세운 과정, 그리고 왜 지구상의 어떤 지역에서는 고도의 문명이 발전을 이어갔는데 다른 지역은 그러지 못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기후변화의 흐름과 함께 따라가고, 3부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와 기후 안보 등 기후가 현대의 지정학적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인류가 어떤 자세로 노력하며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고, 흥미로웠던 부분은 빙하를 타고 전 세계로 진출한 인류의 이야기입니다. 현생인류가 지구에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만여 년 전으로 추정되고, 1만 2,000년 전까지 빙하기였던 지구에는 지표면의 3분의 1 이상이 빙하에 덮여 있었고, 그 외 지역도 툰드라나 스텝 같은 척박한 땅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빙하기는 인류가 생존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에 인류는 지구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빙하기에 일어난 기후변화 덕분에, 남아프리카에 갇혀 살던 현생인류가 사하라사막을 넘고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된 것이랍니다.

반면 기후는 인류 문명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는데요, 아프리카는 ‘열대수렴대’가 만든 거대한 사하라사막과 열대우림으로 남북축이 가로막혀 문명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중세 유럽 최악의 악몽이었던 흑사병 또한 소빙기로 인한 한랭화가 그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아메리카 대륙의 마야문명 역시 한때 찬란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열대수렴대의 위치가 바뀌면서 찾아온 가뭄으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태초의 인류부터 문명의 흥망성쇠, 산업화 이후 오늘날의 기후 위기까지 '기후'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인류의 역사를 읽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과 함께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다가올 세대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galmaenamu.pub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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