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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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읽는 만큼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공자가 나이 쉰에 천명(天命), 곧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고 한 데서 연유 된 지천명(知天命)은 50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는데요, 마흔까지는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50세가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인 성인(聖人)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합니다.

갈매나무를 통해 출판된 박균호의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에서 '오십'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길을 끌면서 독자들에게 '이 나이가 되면 뭔가 특별한 독서를 해야 하는 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굳이 특정 연령대를 한정 지을 필요가 없음을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은 관점을 가지고 깊이 있게 읽어야 함'을 던져주면서, 각 장마다 핵심이 되는 책 들을 소개하고, 그 책들과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러시아 고전을 포함해 역사의 단면을 담은 소설들로 세계의 흐름을 다룬 1부, 질투와 몽상, 호기심, 권력욕 등 복잡한 인간 감정의 내면을 담은 2부, 그리고 현대에 쓰인 작품들로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문학적 요소의 3부 입니다. 각 장에는 5~8개의 소제목으로 세분화되어 두 개의 책을 대표적인 예로 두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 주인공 로댜의 범죄와 처형이라는 이야기와 더블어 로댜를 추적하는 예비 판사의 수사 기법,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주인공의 하숙집, 거리, 다리 등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민 소설 <춘향전>에는 춘향과 이 도령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 사회의 공고한 신분 제도에 반발하는 민중의 분노가 담겨있고, 벼슬 아치의 행태는 현재에도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는 추리를 해가며 읽어야 하는 탄탄한 전개도 재미있지만, 작가가 즐겨 들었던 음악과 읽었던 책들은 어떤 게 있었는지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즐거움에는 텍스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소설이든 인문서든 결국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통해 세계와 인생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관통하며 여전히 명작의 반열에 올라 있는 고전, 그리고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탄생하는 모든 '잘 쓴' 작품에는 수많은 인문학적 의미와 인간 본질의 성찰이 숨어 있으니까요.

오십은 청춘의 시절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기 좋은 나이입니다. '나이에 따라 읽는 감상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듯이, 이 때에는 이전에는 읽어내지 못했던 책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줄거리만 즐기기보다 시대의 역사, 종교의 의미, 인간의 본질을 읽어낸다면 독서와 함께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이 책은 수많은 작가가 다양한 주제로 쓴 소설과 인문학을 한 권에 모아 놓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가뿐하게 문학과 인문을 넘나드는 '조금은 다른' 독서의 세계로 들어서는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한데요, 누구나 부담 없이 재미있게 단숨에 읽을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소설은 가장 공을 들여 만든 정교한 이야기이다. 게다가 단순히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다. 작가가 소설에 자신의 삶을 녹여내면서 동시대 사회의 역사, 사건, 문화, 생각을 모두 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은 아주 풍성하고 생생하다." (p.6)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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