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그어둔 선을 넘은 여성들
여자이기 때문에, 피부색 때문에, 전쟁으로 혼란한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남자 이름으로 가명을 쓰고, 위장 결혼을 하고, 밀항을 하기도 하면서, 수학을 공부할 길이 아예 막힌 상황에서도, 본인의 강한 의지와 가족이나 스승의 도움으로,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차별과 편견에 맞서 수학의 역사에 자신만의 성취를 남긴 여성 수학자 29명의 이야기가 전혜진 작가에 의해 전해집니다.
피타고라스의 제자이자 배우자로서 그의 사후 학파와 연구를 지켜낸 테아노와 그의 딸 다모, 여성이 학자로서 명성을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던 시기, 위대한 학자로서 명성을 남기고 강의 중 습격을 당해 잔혹하게 살해 된 히파티아, <이탈리아 청년들을 위한 미적분학>을 출간하며 최초의 여상 수학 교수가 이름을 남긴 마리아 아녜시, 유방암에 걸려 고통을 받으면서도 수학과 물리학 연구를 계속하다가 세상을 떠난 마리 소피 제르맹, 조선 후기의 수학자 홍길주의 어머니아지 시문으로 유명했던 영수합 서씨, "여자가 공부를 많이 하면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과학의 여왕으로 해왕성 발견에 기여한 메리 서머빌, '평행사변형 공주'라는 별명으로 컴퓨터 시대를 예언한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영국통계학회 첫 여성 회원이자 미국 통계학회의 명예회원으로 질병과 싸운 전장의 통계학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러사아에서 처음이자 전 유럽에서 두 번째로 탄생한 여성 의학, 수학 박사 소피야 코발렙스카야, 열네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 다리를 절었지만 독일에서 손꼽히는 대후기하학의 에미 뇌터, 도면을 확대하고 축소할 때 사용하는 디바이더를 발명한 허사 에어턴, 세계 최초로 '버그'를 발견한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 한국 최초의 여성 수학 박사 홍임식, 최초의 흑인 여성 NASA 엔지니어 메리 W.잭슨, 소프트웨어 공학의 선구자 마거릿 해밀턴, 정수론의 새로운 방향을 연 최영주, 역사상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인 이란 출신의 마리암 미르자하니.
여성이기 때문에 강단에 서지 못하고, 온갖 음해와 차별과 따돌림과,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씨줄 삼아, 동시대의 동료들을 날줄 삼아, 수학에 대한 오롯한 사랑으로, 때로는 주변인과의 연대와 우정으로 어려움을 헤치며 걸어온 그들의 발자취를 통해 '정말 대단한 삶을 살았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어려운 수학 공식들과 씨름하며 가족들을 돌보고, 생계를 책임지면서 사회의 냉대를 감수해 낸 이 시대의 우상, 여성 수학자들의 삶들을 실어주며 수학을 넘어,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삶을 펼쳐나간 인물들과 관계 된 사람들에 대해 흥미롭게 탐구해나갈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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