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모범생의 삶을 끝내기로 했다"

'본 받아 배울 만한 대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단어가 때로는 한 사람의, 한 가정의,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며,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엄청 부담되고 힘겨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여기 그런 삶을 끝내기로 한 소년과 그 가족 이야기가 손현주 작가를 통해 다시금 '교육 학대'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습니다.

병원장의 외동딸로 피아노 전공에 교육학 석사까지 완벽한 삶에 한 가지 허락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임신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사십 넘어 얻은 쌍둥이 형제 건휘, 선휘. 아이들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사정없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자신의 지시대로 아이들이 따라야만 직성이 풀리는 극성 엄마.

부장판사의 아들로 태어나 의사 형제를 둔 사업가로 엄마의 잘못된 교육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무관심한 방관자 아빠.

명석한 두뇌와 우수한 성적으로 엄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엄마와의 끝나지 않는 싸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형 건휘.

형의 죽음 이후 엄마의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로 향하면서, 콜라 중독, 분노 장애가 생기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며 10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동생 선휘.

이 가족의 이야기만 읽으면 정말 숨이 막히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에 마음 한 구석이 무겁게만 느껴지지만, 다행인 것은 뮤지컬을 전공하는 선휘의 친구 은빈 덕에 선휘 역시 숨구멍을 찾으며 형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자신을 지키려 안간힘을 씁니다.

성적 지상주의, 과도한 경쟁, 입시 위주의 사교육, 획일화된 공교육, 수동적인 학교 수업의 병폐들이 수도없이 매체를 수 놓고 있는데도 여전히 바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해결의 실마리를 풀고자 여러 단체들에서 의견을 내고 법안도 만들고 하지만, 고질화된 가진 자 위주의 사회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형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형이 저지른 잘못을 동생에게 대신 전과하는 엄마, 그런 상황에 입을 닫아버리는 아빠의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선휘는 "살고 싶다"고 합니다.

교육을 인류지대사로 꼽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나라 한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가기란 그리 녹녹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관이 바뀌고, 교육정책도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자식을 내 맘으로 해도 된다는 부모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잠시 맡겨진 선물로 생각한다면 함부로 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할 용기가 없다면 아예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이 불행을 막는 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도 살기로 한 선휘를 응원하며 좋은 책 읽을 수 있게 배려해 준 특별한서재에도 감사를 전하며 적극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