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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평점 :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에서~~
인간의 삶이 먼지보다 허망한 곳, 무거운 돌을 매단 듯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곳,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즐비하고, 일 년 내내 바람만 불어오는 황량한 고원, 내딛는 걸음마다 길이 만들어지는 광대한 고원에서 여덟 살 소년이 노인이되기까지 바람을 다스리는 '웨나'를 만나기위한 긴 여정을 통해 남미 파타고니아의 정경을 그림처럼 펼쳐주고 있는 책 <바람을 만드는 사람>이 특별한 서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척박하고 황량한 땅에서 친구 한 명 없이 양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에게 있어 친구였고 보호자였으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인 '웨나'와의 만남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빛의 굴절에 의해 색이 변한 바위는 웨나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고, 지평선으로 몰려왔다가 흩어지는 구름은 웨나가 보내는 은밀한 신호이며, 평원에 아무렇게나 놓인 돌들은 미래를 암시했고, 협곡을 흐르는 빙하수의 굴곡진 흐름은 웨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며, 바람이 멈춘 정적조차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웨나의 종적을 찾아 빙하지대와 협곡과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소년은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웨나에 관한 생각은 운명처럼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으로 더 깊어지고 더 간절해집니다. 잿빛의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거나 갑자기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질 때 웨나를 떠올리면 힘들고 외로운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립니다.
세속을 떠나 어떤 관계의 책무도 없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홀로 살아가는 가우초의 삶을 통해, 마치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즐비한 고원에서 홀로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책은 세세하게 전달해주고 있는데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끔 합니다.
여덟 살에 낯선 사내의 손에 이끌려 운명처럼 고원의 가우초가 된 네레오 코르소는 예순 여덟의 삶의 마지막 길에서 세상 모든 길이 시작되는 출반점인, 모든 욕망의 속박을 벗어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무위의 세계인 파타고니아 고원에 서서 광대무변한 땅의 주인인 바람을 기다리며, 다시 아침에 일어나서 마테 차를 마시고, <파타고니아 뉴스>를 들으며, 양떼를 몰고 초지를 찾아 나서고, 홀로 카드놀이를 하다 잠을 청하는 가장 단순한 삶을 살다 어둠을 밀어내며 다가오는 청명한 소리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지난 삶을 그리워하지도 않고,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고원 깊숙한 곳을 돌아다니며 웨나의 흔적을 찾지만,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고 실망도, 불안해 하지도 않는 그의 초월적인 마음이 다가옵니다. 살아가는 의미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의 답을 찾은 그의 삶은 참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 가을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짝하며 잔잔한 감동도 느끼며 잘 읽었습니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마윤제(특별한서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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